외롭지만 필요했던 일
두 번째 제주행. 이번에는 혼자였다.
친구 그리고 누구와도 함께 하지 않은 두번째 제주행. 제주는 두번째나 나에게는 처음의 여행.
대전에서 여수까지 2시간 넘게 3시간 가까이 달려서 여수로 가는 길.
조급한 마음에 새벽부터 서둘러서 출발했다. 새벽이라는 시간은 항상 신비하다.
"1년 365일이라고 하는 시간이 손목의 작은 형체 안으로 들어간 손목시계는 우주적인 물건이다." 라는 했던 한 팟캐스트 진행자의 말이 생각난다. 새벽의 시간은 신비한 우주적인 시간이다. 불교의 윤회와 같이 반복되는 그런 신비로운 시간. 새벽 운전을 하면서 야생 동물이 빈번히 출연한다는 네비게이션의 안내가 끝나기가 무섭게 어린 노루 한 마리가 갓길에 멈춰 있었다. 새벽에 만난 어린 노루의 눈빛. 신기하기만 놀라운 그런 일. 제주에서도 그런 일이 생길까. 내가 가지고 있던 쓸데없지만 무겁고 자주 반복되는 불안한 삶에 대한 해답을 깨달을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신비로운 일.
배를 타고 제주로 가는 길은 썩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그런 일은 아니었다. 특히 성수기의 제주행 배란. 나의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 수 많은 사람들과 제대로 누울 수 없는 정도의 자리에서 5시간 20분 가까이 가야 하는 의외의 고행의 길이 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제주에 닿는 것이 간절한 마음도 든다. 수 많은 가족과 연인들 그리고 친구들과 여행온 사람들의 목소리와 소리침에 대해서 무심하기는 쉽지 않다. 뒤척이고 다시 뒤척이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빵을 마시고 책도 본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가 지겨워 질 때에 도착했다. 두번째 제주행의 시작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주도의 렌트카에 대해서라면 썩 좋은 인상이 없다. 어디를 가나 로컬을 외치던 나에게 제주도 렌트카는 예외다. 처음 방문한 제주도에서 차를 빌려서 보험을 최대 한도로 높여서 지불했다. 너무나 놀라웠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경험들. 농담으로 마시는 물맛도 다르다며 그렇게 행복한 기억만 쌓아갔다. 렌트카를 반납하면서 반전이 있었다. 차에 대해서 이런저린 흠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수리비를 추가로 줘야 한다는 말이었다. 인생은 첫 경험과 끝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시작은 좋았으나 끝은 좋지 않았다. 계약 조항 및 보험 이야기를 하면서 끝내 추가금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그 경험이 차를 가지고 가게 만들었다. 제주행 선박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여름의 제주에 간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보통은 말린다. 덥다. 비싸다. 그 돈이면 해외를 간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그래도 여름의 제주도도 충분히 멋진 곳이다. 스스로 해보기 전에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또 생각을 만든다. 결국 한번 해보는 것이 낫다는 것을 남들이 20대 한창일 때 몸으로 느낀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해보면 안다. 그게 한여름 극 성수기의 제주도든 아니든. 남들의 의견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선택이다. 하지만 한 여름의 제주도를 꼭 가보라고 권장하는 글은 아니며, 하고 싶은 말은 끌리면 해보라는 것이다. 혹시나 알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한 여름의 제주도를 사랑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