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Porto, 포르투 여행 이야기

지극히 개인적이고 너무 단순한 개인 일기장과 같은 이야기

종종 찾아보는 포르투 히베이라 광장의 한 풍경
좋은 모습을 찾다보니
좋은 모습을 찾다보니2
그렇게 해질 때가 좋았습니다
가서 봐야해요. 이 모습을



여행을 결정하게 된 사람들마다의 다양한 경향은 언제나처럼 존재합니다. 차곡차곡 세워둔 인생의 계획들 속의 부수 계획을 실행할 단계에서 여행을 결정하는 사람들. 그렇지 않다면 나와 같이 충동적인 생각을 시작으로 머릿속에 넣어 두었던 서랍들의 하나를 그때의 기분으로 열어서 판단하는 사람들.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언젠가 가게 될 나라의 하나로 포르투갈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열지 못했던 서랍들의 존재들. 다만, 그게 쿠바처럼 먼 훗날의 언젠가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그곳들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떠나고 싶다는 생각들로 열지 못했던 그 서랍들.  포르투갈이라는 서랍을 열고 말았습니다. 하나의 봉투를 선택했습니다. 포르투. Porto.


어떤 말이나 단어를 언급하면 의식하지 않아도 따라오는 감정들이 존재합니다. 그 감정들은 그 사람의 입장과 경험들로 선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의 크기만 볼 수 있기에. 나의 경험과 노력으로도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제약한다는 생각이 들기에 그 점에 대해서 혹시나 슬퍼한다면 슬퍼하지 말도록 해요. 직장인이라는 말을 하게 되면 직장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반복적인 수탈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직장이라는 조직 내에서의 개별 구성원으로서의 성장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직장인이라는 단어와 관념을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직장인이라는 단어는 이번 여행과 관련이 됩니다. 시간의 규칙성을 가지고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사람.


회사에서 직무와 근무지를 변경했습니다. 중간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근무지를 대전에서 용인으로 옮기게 되었으며, 직무도 그동안 담당했던 Production Planner / Customer Order Planner의 역할에서 Sourcing Planner 및 한국 공급업체 수출 관련 담당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떠나려는 자와 놓지 않으려는 자 사이에서의 일은 조직에서는 흔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떠나려는 자의 입장에서 확실한 인수인계를 약속한 대신 일이 바쁘고 많고,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생각으로 많이 남아있던 휴가를 2018년 추석 연휴 이전에 다 몰아 쓰게 되는 상대 입장에서의 만행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직이 아니지만, 이직 같은 그런 상황에 놓인 상황. 지금 아니면 길게 이렇게 좋은 날, 좋은 날의 의미는 주관적이지만, 남들 떠나는 여름휴가의 그 뜨거운 날들과 뜨거운 가격을 피해 적당히 좋은 계절에 그나마 덜 붐비는 때에 떠나는 그 좋은 날에 포르투로 갔습니다.


여행지에 대해서 누가 물어보면 곤란합니다. "왜 포르투에 가는 거야?"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답변하기는 참 여의치 않다. 세상에는 뚜렷한 답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참 많지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그냥 끌려서라고 대답하면 너무 가벼운 대답일까요? 아니면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달라질까요? 그럴 때는 뮤직 어게인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때 보고 그 도시에 한번 가보고 싶어 했어 라고 답을 하면 괜찮지 않을까요. 아니면 포투 와인에 대해서 언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와인 좋아하고 음악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나도 잘 모르는 이유를 물어보게 된다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본능에 끌려서. 뭔가가 나를 당기고 있어라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여행에 가서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 싫습니다. 도시와 도시를 넘나들며, 나라와 나라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개인적인 선호의 탓도 있겠지만, 그냥 한 곳에 머무르면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며칠 아니면 몇 달을 산다고 해도 현지인처럼 되기는 불가능합니다. 나의 놓아둔 것들이 고국에 있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그곳의 일생에 잠시 노출되어 환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번잡스럽고 많은 것들을 신경 쓰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고 웬만하면 한 곳에 머무릅니다. 오래된 이제는 습관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포르투를 가기 위해서 인천에서 이스탄불로 가서 경유를 하고 포르투로 도착했습니다. 2018년 추석 전후로 가장 저렴하고 시간도 적당했습니다. 몸이 조금 고생하면 더 낮은 가격은 자본주의 논리로 따라오게 됩니다. 하지만 도착하고 나서 정말 돈 벌어서 경유가 최소화되거나 좌석 등급을 꼭 올려야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30대 중반 이후 분들 공감하실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자본주의가 참 정교한 게 얘가 나의 체력을 너무 면밀히 따지게 한다는 것은 몸으로 겪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그래서 다들 나이 젊을 때 멀리 다니고 점점 거리를 좁히라고 하는 걸. 인생의 선배님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떠나는 자와 돌아오는 자, 떠나는 사람 눈에는 떠나는 사람만
그래도 맛있었던 이스탄불 공항의 경유 맥주


포르투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그냥 걷다가 물 한잔 마셔도 좋은 도시입니다. 며칠 동안 머무르기에 좋은 도시라는 건 철저히 그 사람의 관점이니까 자신의 본능을 믿고 따라가면 좋겠죠. 포르투는 저에게는 걷고 쉬고 물도 마시고 그리고 술도 마시고. 참 좋은 도시였습니다. 쉼을 위한 곳으로는 제격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고. 그 생각은 술에 대한 생각과 지나간 아니면 오지 않은 인연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습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외로움에 사무칠 때가 다가옵니다. 나만 외로운 것 같은 나만 혼자인 것 같은 그런 생각들. 그중에서 제일 무서운 건 이런 겁니다. 이렇게 좋은 장면들, 좋은 추억들을 나만 혼자 간직하는 게 될까 봐. 훗날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리 잘 말해도 상대방은 간접 체험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들이 종종 혼자 여행을 가게 되면 슬프게 만드는 일이지요. 결말을 아는 영화를 보여주는 그런 느낌이겠지요. 혼자 걸어가는 길은 고독하고 외롭고 슬프고 무엇보다도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날은 그런 내면의 핑계를 대고 술을 맛있게 많이 마셨습니다.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게 제 외로움의 맛있건 것 같아서 그러 날은 꽤나 마셨습니다. 외로움의 대가는 카드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그런 날들도 살아가면서 점점 있으니까요.



 

히베이라 광장은 포르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라고 생각이 되네요. 약 1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어디를 가기 전에 거닐던 장소였습니다. 공연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만남의 광장의 역할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건너편에 있는 가이아 거리를 바라보는 풍경도 참 괜찮았습니다. 걷다 보니 발길 닿은 곳.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곳. 차분한 밤의 저녁 한 여성 보컬리스트의 속삭이는 듯한 노랫소리는 점점 이 도시에 빠져들게 합니다.



포르투의 물가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보다는 저렴한 편에 속했습니다. 서유럽에 비교하면 심지어 싸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들 아시는 것처럼 쓰는데 장사는 없습니다. 좋은 여행을 했지만 과하게 풍족한 여행을 하고 난 뒤에, 여행의 감흥이 떠나가는 카드 결제일에는 도리어 여행을 후회하는 자책도 할 수 있으니 적당히 조절하는 게 좋겠지요. 솔직히 저는 풍족하게 식사를 매번 한 식당에서 하는 바람에 여행에 돌아와서 후회했습니다. 너무 심했었나 하면서. 히베이라 광장의 'A Grade'라는 곳에 빠져서 거의 매 끼니를 그곳에서 해결했습니다.




A Grade. 이 곳은 포르투를 다시 가게 된다면 가장 큰 영향을 준 곳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식당에서  홈메이드로 만든 그린 와인과 다양한 음식들, 그중 해물 파스타를 먹게 된다면 저처럼 매일 가실 수도 있어요. 서빙을 해 주시는 종업원분은 처음 인상이 다소 까칠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보내게 되면 은근히 섬세하게 잘 챙겨주고 정이 있는 츤데레 스타일이라는 금방 느끼실 수가 있습니다. 방문해서 A Grade의 거의 모든 음식을 다 맛본 저의 경우에는 해산물 파스트와 그린 와인의 조합을 제일 추천드리고 싶으며, 전갱이 튀김과 스튜와 같은 종류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방을 개인 Curation의 큰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취향을 숨길 수 없이 모두 드러낼 수가 있으니까요. A Grade를 좋아하는 만큼, 주방을 은근슬쩍 바라보면서 오픈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순수한 마음에 어떻게 음식이 나올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내부 모습이 어떨까 하는 모습이 최대한 가까이에서 방해되지 않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좋아하는 곳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좋아하는 곳을 계속 좋아하기도 참 쉽지는 않은 것인데 포르투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매일 가서 먹을 수 있는 좋은 공간. 영업시간을 기다리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포르투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리라 믿습니다.



포르투에서는 걷거나 조금 먼 지역을 이동할 때는 우버를 이용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실 때 가입을 하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포르투에서는 제가 있을 당시만 해도 택시 운전사 분들이 광장에서 시위를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나 상황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버 서비스 중 우버 Eats에 대해서도 포르투는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양상으로 보입니다. 기술과 사회의 융합은 어느 시대에나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정책입안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온전한 휴식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주도의 종다리에서도 마찬가지겠죠. 자신만의 온전한 휴식을 가진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생업의 어려움을 떠나서도 무엇보다도 자신이 충족할 수 있는 휴식을 가진 다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우리만의 휴식을 취하러 결국 떠나는 것일 거예요. 쉽지 않겠지만 마음먹으면 그만큼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런 마음을 은근슬쩍 비춰봅니다. 하지만 어떻게 알겠어요. 쉽지 않은 우리들의 개별적인 삶 속에서 감히 누가 쉽다 어렵다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조금은 쉽길 바라며.


포루투에서는 와인이 쉽게 느껴집니다. 지나가다 보는 와인샵의 모습 속에서 너무 친근하게만 느껴지는 와인. 그 속에 담겨있는 삶은 결코 쉽지는 않겠죠. 무엇이든 지나가듯이 스쳐보면 좋아 보이고 쉬워 보이지 않을까요. 지나가는 가게들마다 포트 와인들의 브랜드와 함께 얼마나 이 와인들이 좋은지를 설파합니다. 은근히 기다려주는 그런 재미는 없는데. 와인은 참 쉽지 않은 분야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됩니다. 테누아 라는 그런 와인의 환경을 떠나서 와인이라는 자체가 만만치 않은 것은 우리의 문화와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술이 먼저냐 아니면 음식이 먼저냐를 떠나서 그 둘은 함께 어우러질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는 치정도 아니고 서로에 대한 관심이겠죠.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을 만남은 필연적입니다.


숙소에서 어디를 이동해도 그 사이는 한 광장이었습니다. 시위도 하고 그리로 한 판의 술판을 벌이기도 하는 이 곳을 어찌 그냥 광장이라고만 칭할까요. 그냥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우리들의 모습만큼이나 비슷하구나 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이해가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러한 공간의 제공도 없었다면 과연 과거의 체제와 현재의 체제가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가 있을까요. 아마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무지한 다른 분야의 사람이 이 모습을 보더라도.


포르투의 구 시장길을 지나가다 클래식 미니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편리한 지금의 상황보다는 조금은 진부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지나가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과거 영국에 잠시 머무를 때에 한 캠핑장에서 본 한 무리의 클래식 미니들을 보면서 언젠가 가지고 싶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의 것들을 현재까지도 유지하면서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들 속에서 머무르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게 내가 가질 수 이 있는 유일한 그런 차별화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아니면 어떤 모습을 원하는 것인지. 그래서 그 클래식 미니를 그냥 쉽사리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기어코 이야기해서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놓았나 봅니다.


포르투에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마 파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파두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나 결국 재즈 펍만 주구장창 가기만 하고 파두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리플릿은 많이 가지고, 받았으나 경험하지 못했는데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코임브라라는 고대의 대학 도시에 방문해서도 파두를 듣고 오지 않았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 파두는 리스본으로. 아니면 코임브라로. 포르투에서는 저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실수였을 거예요.


아름다움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저 길에 지나가다 보이는 아름다움에도 발을 멈추게 됩니다. 포르투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내가 그 아름다움을 얼마만큼 볼 수 있느냐는 나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코 그 도시에 대한 아름다움에 나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보태면 안 되는 곳이에요. 나의 아름다움은 그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포르투는 정장화를 신거나 로퍼를 신기에는 부적합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언덕도 많고, 그래서 10월에 갔음에도 결코 오래 걸어 다니기에는 만만치 않은 도시임에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많이 휴가를 가는 8월에는 음... 만만치 않을 거예요. 오래 걸어본 사람, 많이 걸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는 그 느낌의 도시입니다. 그 고단함이 여행의 재미와 보람을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유쾌해야 하고, 우리가 manageble 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여행을 다니면 우리는 모두 느낍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태초 이후에 사람들의 생활을 의외로 많은 부분 변화가 없습니다. 먹고, 마시고 그리고 즐기고. 다른 말로 잠자고, 일하고 그리고 즐기고. 무엇보다도 그런 삶이 계속된다는 것. 삶이라는 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우리가 애써 말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단순해요. 그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다시 그 범위로 돌아오게 되어 버립니다. 그게 우리가 모두 느끼는 일상이라는 마음입니다.


포르투의 거리를 걷다가 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의 끝에는 새로움이 존재한다.  모든 것의 시작의 처음은 끝이었다. 비단 가수 이승환 님의 '끝'이라는 노래를 듣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 수 있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 구분은 어느 정도 명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헷갈릴 거니까요.


한 과일 가게에 동행한 분과 함께 소소한 장을 봤습니다. 그분은 저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남겨 두었지요. 그 가게에 다음날 다시 가 보니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휴일일까 생각도 하면서, 그 연로한 분의 나이를 고려할 때에 다른 일은 혹시나 없을까 다른 마음을 품기도 했었습니다. 지나가는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관광지라는 한 곳이지만, 포르투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관광수입을 얻게 해 주는 이로운 존재들일까요, 아니면 기존에 잘 지내고 있었는데 많은 관광객들로 그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려 버린 것일까요. 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못 들어줄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투어리즘이라는 글로벌적인 비즈니스 환경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균형을 맞추어야 할 내용입니다. 쉽게 지나쳐 버리면 안 되는 것이죠.


A Grade에서 예약을 기다리면서 슬쩍 살펴본 그들의 삶은 결국 우리가 놓고 온 삶과 같았습니다. 그래 맞아. 이게 우리가 지나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지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온 것일까 신기루였을 것일까. 결말은 여행자의 삶과 여행지의 거주자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마음이겠지요. 방긋 웃고 지나가던 유모차에 앉은 아프리카계의 여자아이의 미소가 생각납니다.



예술은 어느 곳에서나 내 눈이 닿는 그곳에.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면 그게 예술이지. 도처에 예술이 있던 그곳은 포르투였다. 포르투에 있는 이유를 찾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찾아야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니까.


포르투에서 잠시 벗어나서 코임브라와 브라가라는 도시들도 방문했다. 각각의 도시들은 개별적인 매력이 있었다. 시큰둥한 여행객의 입장에서 충분히 느낄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함께 동행한 분들은 많은 위안을 얻었다. 권태로움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나의 마음과 느낌이었으니까.


네이버 카페에서 동행을 찾아서 브라가라는 도시에 갔다. 혼자라면 결코 가지 않았을 그곳. 가벼운 마음에 다녀온 그곳은 생각 이상 마음에 들었다. 그게 동행의 힘이었다. 혼자라면 엄두를 내지 않았을 텐데 기어이 가고 말았다. 그냥 이끌리듯이 그 분과 함께 다녀오게 되었다.



브라가라는 도시에서 찍은 첫 컷. 간단히 Friendhsip이라는 이름을 붙인 위의 B Cut에 대해서 은근 마음이 가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지금도 마찬가지로 사람들 간의 intimacy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Braga의 한 거리를 거닐다 한 아기 옷 가게에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없는, 심지어 그 논의를 할 누군가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떠오르는 친구와 친구의 아내 얼굴이 떠올라서 흐뭇하게 바라본 아기 가게의 옷. 결국 사 오지는 않았지만 혼자 계속 후회하는 마음을 누군가 알아줄까 하는 생각.


재 해석. 동서양 사이의 문화에 있어서 참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부처, 깨달은 자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었던 모습과 다르다.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깨달은 자는 세상 어디에나 있을 테니 그 모습이 다양할 것임은 자명합니다. 설마, 부처 그 깨달은 자가 동양 특히 한국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요?


시간이 지나가면 취향은 성숙된다 라는 말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남긴 적이 있습니다. 와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뭔가 달달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쓰네. 맛이 없네.라고 생각을 하다가 점차 관심을 가지고 차근히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혀 끝이 고급스럽게 변하면서 맛이 있네 없네라고 독설을 퍼붓게 됩니다. 취향이라는 것은 독한 것입니다. 나에게는 달콤할 수 있지만 폭력적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포르투 Main Street를 걷게 되면 많은 분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입니다. 그들의 삶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사회의 한 단면을 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조그만 플라스틱 봉투를 가지고 집으로 그리고 다른 곳을 서성이는 모습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그리고 한국이라 비슷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관광객의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서성이다 보면,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과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니까요. 이 분에게 잠시 사진에 대한 양해를 드리고 나서 고객의 끄덕임으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일에 집중하셨습니다. Professional 한 것은 이런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디에 비견할 수 있을까요.


종교가 없지만 해외에 나가게 되면 찾게 되는 곳은 교회와 성당입니다. 신실함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문화체험으로 다녀오고 나서 마음에 많이 남게 되는 그런 방문들입니다. 솔직히 성당에 머무를 동안 이틀에 한 번씩은 미사까지 드렸습니다. 나의 간절함이 그곳에 언젠가는 닿게 되면 좋겠습니다. 닿게 된 이후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그 마음으로.


그 먼 곳까지 가서 아무런 특별한 것들을 하지 않고 그냥 쉬다가 오면 허무하지 않느냐고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그 먼 곳까지 가서 일정에 힘들어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알코올 정도만 있다면 거기에 음악까지 곁들여진다면 나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로맨스까지 기대했지만 그건 욕심이었지요. 거기까지 였습니다. 지금 내 주변에서의 휴식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 속에서 불안함을 느꼈지만 언어가 다르고 시간이 다른 그 장소 안에서 휴식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그곳은 외로운 곳이었습니다. 좋은 그곳에서는 다 충족될 수 없었습니다. 나의  외로움도, 그 사무치는 외로움은 더욱더 심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동행을 찾아서 누군가와 잠시의 시간, 해가 지는 그 순간까지만 이라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포르투는 혼자서 견디기에는 쉽지 않았어요.


다양한 메뉴판처럼 쉽게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 일은 정말 쉽지 않지만 그리고 선택한 뒤에도 어렵지만.  


자기만의 기준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어렵고, 고단하다는 것.


밤의 시간들은 지나가는 것. 어떤 형태의 모습이든. 내일 아침에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이 정말 남아 있는 것이길. 그렇지 않으며 큰 의미가 없는 것. 지나가면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에게 붙이는 이야기.'


시간이 계속되어도 계속 흘러갈 우리들의 이야기들.


여행이라는 것은 거주인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역 경제의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Annoying을 준다는 것일 수도 았자 않을까. 이제 그만 했으면 하는데 계속하는 그런 행위가 지역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었다. 그게 포르투라서 서운하고 아쉽긴 하다.


그녀와 잠시 Braga라는 도시에 동행했다. 그것뿐이다. 모든 게 좋았다. 심지어 기차를 놓칠 뻔한 그 순간까지도



포르투 현대미술관을 방문하였다. 다양한 주제가 많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들은 나를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우리는 그저 죽음에 대해서도 그저 스쳐가는 존재로 생각하겠지. 그게 심지어 나에게 가장 가까울지라도.


포르투 현대미술관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관적으로.


쉼의 공간이었지만, 또한 사색의 공간이었던 곳 속에서 나는 평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는 포트 와인이 유명한 만큼 와이너리 투어도 유명하고 참 가볼만하다. 테이스팅 룸에서 마시는 다양한 와인의 Aging에 대해.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Factor. 전자제품을 Aging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시간의 차이를 줄여 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운 브랜딩이니까. 시간, 세월은 도저히.


지나가다 바라본 아름다운 꽃. 일상 속의 아름다움이란 그 향이 더 짙다.


우리가 느끼는 좋은 것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전제가 된 것들.





변화를 앞둔 나의 모습은 설레기도 하고 걱정이 많은 어쩌지를 못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주사위를 던져졌고. 다만 나는 그 상황에 맞춰야 하고 적응해야 함을. 그건 새롭게 출발선에 선 누구의 마음이든 같다.



처음 가는 길은 언제나 혼란스럽겠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저 따라가면 닿을 것이라는 걸.


그 길 사이의 노곤함도 그리고 설혹 나의 모습이 낯설어지게 오래 그 길 사이에 머물게 될 지라도.




포르투는 낯선 자들에게 좋은 도시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있을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음을 제공하기도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익숙함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 10박에 가까운 날들을 보낸 경험자로서 포르투라는 곳은 가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덕이 많기에 운동화를 가지고 경쾌하게 다녀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거품이 나지 않는 비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