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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 나지 않는 비누

물성을 생각하면 기대하는 것이 다들 있지 않은가?

이 녀석은 그 기대를 저 벼렸다.

갓 추출된 커피의 짙은 향처럼. 사과의 아삭아삭함과

같은 생생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누라면

거품은 나야 하지 않을까?

맞다. 제목처럼 거품이 나지 않는 비누의 이야기다.


몇 해 전의 부모님에게서 얻어온 추석 선물 세트 안에

있던 오이 비누. 누군가는 그 향이 싫다고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계속 접해 온 것들은 힘이 있다.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 중의 하나가 그 오이 비누이다.

하지만 얘가 거품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은근한 고민 중이다.


사진가 구본창 선생님의 작품들 중 비누 모음

작품이 있다. 사용을 최대한 나고 남은 자투리 비누들을 모아서 일상의 기록들과 같이 촬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모든 쓰임을 다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볼 수가 있다. 남은 비누조각들이 보석같이 보인다.

그걸 기대했다.

끝까지 쓰고 어쩔 수 없이 남게 될 그 느낌. 그 뿌듯함.


거품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너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보석 같은 그 순간까지. 그건 너의 문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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