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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Nov 12. 2019

아이에게 하지 않는 말  

 나의 유년 시절을 돌아보면, 부모입장에서 난 참 대견스러우면서 상대적으로 키우기 편했던 아이라고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했고, 하라는 것은 열심히 했고, 학업만 보더라도 누가 시켜서 공부하지도 않았다. 학창시절 부모님께 반항 한번 하지 않았고, 늘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유교적 효 사상에 젖어 있었다. 지금 부모가 된 시점에서 내가 나를 보면, 참 부모 걱정 안 시키고 잘 자랐다고 생각이 든다. 


 내가 부모가 된 지금 난 아이에게 절대로 하지 않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돈이 없다, 돈 아껴 써라’이다. 중, 고교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집이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집 임에도 불구하고 난 늘 금전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았다. 학원비를 내거나 책을 살 때 돈을 주시면서 늘 나에게 ‘경진아 돈이 없으니, 아껴 써라’이런 말씀을 꼭 하셨다. 정말 부모님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기에, 난 우리집이 정말 가난한 줄 알았다. 고등학교 1년학년 때 수학과외를 받았다. 당시 3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1주일에 2번, 한번에 2시간씩 과외 선생님이 집으로 와서 과외를 해주었다. 한번은 어머니가 과외 선생님께 과외비를 주는 것을 보았다. 정말 봉투 한 가득 주는 것 같았고, 과외가 끝나고 과외 선생님이 가고 나서, 없는 형편에 과외 시켜주는 거니까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내가 고민했다. 정말 수학을 꼭 과외를 받아야 만 잘 하는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수학책을 꼼꼼히 읽으면 알 수 있는데, 왜 비싼 돈을 쓰고 과외를 받아야 하나? 어머니는 비싼 돈 들여서 가르치는 것이니 열심히 배우라는 취지로 이야기 하셨겠지만, 어머니 말씀 액면 그대로 믿었던 나는 형편이 어려운데, 돈을 안 쓸 수 있으면 쓰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딱 2달만 과외를 받고 그만 두었다. 당시, 지수, 로그 부분을 과외 받았고, 지나고 보니 선생님이 너무 잘 가르쳐 주셔서,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지수, 로그는 너무 잘 기억나고 자신이 있다. 


 수학을 좀 더 배우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밀린 공부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저렴하게 대형 단과 학원을 다녔다. 과외비가 한 달에 30만원이면 단과학원은 1달에 5만원이었다. 학교 수업 끝나고 서울역에 있는 대일학원이라는 곳을 갔다. 문제는 그 수학 단과반이 저녁 7시에 하는 반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 강의 사이에 저녁을 먹어야 했고, 난 학원 근처 분식점에서 저녁을 사 먹었다. 학교에서 학원까지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해서 버스비도 두배로 들었고 저녁값도 추가로 들었다. 결국 그 ‘돈 없으니까 돈 아겨써라’는 말이 맴돌았고, 수학 학원도 2달만 다녔다. 


 내가 고등학교때 전 과목을 통 털어서 다닌 학원 이라고는 2달간의 수학과외, 2달 간의 수학 단과반이 전부이다. 확실히 비싼 돈을 들여서 배우면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고, 내가 궁금한 것들을 나에게 특화되어서 잘 가르쳐 주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배우고 싶어도, 뭘 더 하고 싶어도 그 ‘경진아 돈 없으니까 아껴 써라’ 말이 나의 발목을 잡았고, 늘 이걸 돈 주고 배우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난 나의 자식에게 절대로 ‘돈 없다. 아껴써라’라는 이야기를 안 한다. 아이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자기가 요구할 것이고, 자기가 뭔가를 사고 싶거나 즐기고 싶은게 있으면 그것을 요구 할 것이다. 다행인지, 아직까지 나의 아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가장 우선순위가 본인이 그걸 하고 싶은 것인가? 혹은 아닌가이다. 돈은 윤재의 우선순위에 들어 있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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