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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Nov 12. 2019

꿈은 하늘에서 빛나고

 내가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4-5학년때쯤 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우주에 관한 책을 보고, 성운, 성단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밤 하늘에 이런 게 있어? 왜 난 지금까지 못 보았지?’ 이런 생각을 하였다. 결국 맨눈으로는 내가 책에서 본 사진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망원경이 필요했다. 당시 어린이 잡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품이 천체 망원경이었고, 적게는 10여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에 이르기까지 했다. 너무 갖고 싶지만 가격을 보면 차마 사달라는 말을 부모님께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난 중학생이 되었고, 우연히 문방구에서 천체 망원경을 보았다. 가격도 단돈 5만원이었다. 굴절 망원경이고 지름이 50미리인 망원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망원경이었는데, 난 늘 문방구 진열대에 전시된 그 망원경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했다.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천체 망원경을 사달라고 했다. 몇 달을 조른 끝에 부모님께서 그 망원경을 사 주셨다. 


 그날 밤 저 멀리, 200만년전의 사건을 내 눈으로 관찰했다.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는 20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이다. 눈으로 안드로메다 은하를 보기 위해서는 도시의 불빛이 없는 아주 어두운 곳에 가야 희미 하게나마 볼 수 있다. 집 옥상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제일 처음 찾은 것이 안드로메다 은하이고, 망원경의 초점을 이리 저리 맞추다 보니 검은 시야에 뭔가 하얀 것이 잡혔다.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초점을 맞추니, 정말 책에서만 보던 안드로메다 은하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그 때 느낀 내 감동은 어른이 된 지금도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감동이었다. 


 중학교때도 나의 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식을 줄 몰랐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천문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백산에 하나 있고, 연세대에 있었다. 연세대 천문대가 일산에 있었다. 당시 일산은 신도시가 아니었다. 지하철도 구파발역 까지만 있었고, 일산은 그냥 농촌이었다. 연세대 천문학과를 무작정 찾아가서 교수님을 뵙자고 했고, 어렵게 교수님을 만났다. 어디 사는 누구라고 내 소개를 하면서, 천문대를 견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백산은 어린 내가 견학하기는 너무 멀었고, 전화로 확인해 보니 나 같은 학생은 인솔교사가 있는 상태에서 단체 관람만 허용된다고 해서 포기했다. 


 지금은 누군지 기억이 안 나지만 연세대 천문학과 교수님의 허락으로 난 친구들 몇 명과 일산에 있는 연세대 천문대를 견학 가기로 했다. 산 넘고 물 건너, 천문대에 도착하니, 밤 늦은 시간이었고, 천문대 직원에게는 통지가 안되었는지, 그들은 우리가 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쨋거나, 멀리서 왔으니 문전 박대는 하지 않았고, 천문대에 있는 대형 망원경을 보고, 잡지에서나 본 듯한 여러 대의 천체 망원경도 같이 보았다. 날씨가 그리 맑지 않아서 관측은 오래 하지 못했다. 난 당연히 밤을 세워서 견학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여기서 외부인이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안 된다며 차 끊기기 전에 집에 가라고 내쫓았다. 


 나를 보호해 주는 보호자가 내가 그 정도로 우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 물론 알았을 것이지만, 그리고 그 방향으로 지원을 해 줬다면, 지금쯤 난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 있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연세대 천문대 견학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 후 20년이 지나서 그 아이는 미국 휴스턴의 NASA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인류의 우주 탐험에 대한 것을 견학했다. 물론 윤재와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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