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개 Nov 12. 2019

만화책 과의 인연

 난 정말 만화를 좋아한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책을 좋아한다. 다양한 만화책을 읽지는 않으나 한번 좋아하게 되면 그 만화책이 닳고 닳도록 읽는다. 어린시절 부모님이 만화는 불량 학생이나 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난 만화책과 담을 쌓았고, 만화책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처음 만화책을 접한 때는 중학교 시절이었고 그것이 ‘둘리’였던 것 같다. 정말 만화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웃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이후 쭈욱 만화책을 잊고 살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제 나도 수험생이구나 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잘 해보려는 열의에 가득 찼다. 인생이 참 꼬였는지, 고등학교 1학년때 나는 너무 아팠다. 아프기 전의 나의 하루 생활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7시까지 학교에 가고 방송수업을 8시까지 듣고, 수업을 4시까지 듣고, 다시 7시까지 보충 수업을 듣고,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자유스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고등학교 생활은 거의 감옥이었다. 아파도 병원 갈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10시에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오면 11시가 다 되었고고, 나는 지쳐서 잠을 자기 바빴다. 


 더구나 우리 집은 장사를 했고, 부모님 두 분다 가게 일에 매달렸다. 아침도 굶고 학교 가고, 점심 도시락은 여동생이 마련해 줬다. 여동생도 나와 같은 고등학생인데, 새벽에 일어나서 오빠라는 사람과 자기의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 심했다. 그 당시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동생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그 어린 학생이 도시락을 준비하면 뭘 얼마나 준비하겠는가. 밥, 김치, 그리고 집에 있는 참치캔이 내 도시락의 전부였다. 그런 생활이 몇 달간 반복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체력이 고갈되었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면 집에 와서 자기 바빴다. 공부를 잘 하려고 하는 방송수업, 보충수업, 자율학습이 나에게는 해가 되었다. 


 체력은 점점 빠지고, 어느 날 몸에 이상이 왔다. 밥을 먹을려고 하는데, 갑자기 구토가 나왔다. 난생 처음 겪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당황했고, 겁이 났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러고 시간이 흐르면서 구토 증상의 빈도가 잦아졌고, 결국 난 밥을 못 먹게 되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해 보고, 용하다는 병원과 의사는 다 찾아가 봐도 내 병명이 안 나왔다. 그러는 사이 난 말라가고,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았다. 


 누워 있으면서 나 혼자 우는 날도 많아졌다. 처음에는 경쟁자들 보다 성적이 폭락하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었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는 이러다가 죽겠다라는 아쉬움이었다. 이제 17살이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대로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누워서 할 일이 없으니, 만화책을 보게 되었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건강한 고등학생이 된 나를 상상하며 대리 만족을 했다. 당시 청소년 만화잡지가 유행해서 그 만화들을 보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는 만화주인공에 나를 대입시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렇게 반 년 넘게 고생하다가 우연히 병명이 밝혀져서 약을 먹고 난 회복했다. 그 이후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만화가 내 친구가 되었다. 만화보는 것이 즐거웠다. 대학교 때는 H2라는 만화를 보면서 주인공과 같이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했다. H2라는 만화는 지금 봐도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만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고시엔 대회를 알았고, 일본에 가면 H2의 주인공들,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이 있을 것만 같아서, 일본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만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작가의 이전글 꿈은 하늘에서 빛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