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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Nov 19. 2019

부부싸움과 나

 지금 기준에 비춰보면 나는 참 힘든 유년기를 보낸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보냈었을 것이다. 20살 전까지 나에 대해서 기억을 더듬으면 좋았던 일과 좋지 않았던 일들이 같이 생각난다. 좋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부부싸움이었다.


 부모님이 싸우는 것이 기억이 나는 나이는 내가 대략 8살 전후였던 것 같다. 그 때는 왜 두 분이 싸우시는지도 몰랐고, 두 분이 싸우면 옆에서 동생들하고 같이 울기만 했던 것 같다. 기억이 나는 가장 어린시절로 돌아가 보면, 두 분이 매우 심하게 싸웠다. 우리집은 누구 네 집에 세를 들어 살아서 방만 하나 있고, 부엌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좋든 싫든 두 분이 싸우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나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이 싸우시다 보면 서로 죽자고 이야기를 하신다. 어린 나이에 의지할 사람이 부모님뿐인데, 그 두분이 서로 죽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아무리 어려도, 그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그 두려움으로 나는 옆에서 울었다. 쥐약을 먹고 다 같이 죽자고 그러셨다. 어머니가 나에게 돈을 주시면서 “경진아, 집에 쥐가 많다. 약국가서 집에 쥐가 많다고 쥐약을 많이 달라고 해라” 하신다. 그러면서 “우리 식구 다 같이 쥐약 먹고 죽자” 이러셨다. 8살, 9살, 혹은 10살짜리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나는 죽기 싫었고, 부모님이 죽는 것도 싫은데,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쥐약을 사오라고 하고, 안 사오면 나를 죽일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돈을 받고, 어쩔 줄을 몰라서 방 구석에서 엉엉 울었다. 그런 일도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돈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혼자 울다가, 어머니가 찾으면 그 때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 일이 1년에 몇 번씩 반복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린 내 마음에는 ‘나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자리잡았고, 나도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고, 아내도 있다. 우리 부부도 부부싸움을 하지만, 가급적이면 얘들 앞에서 안 싸울려고 한다. 부부싸움을 해도, 윤재는 아무렇지 않게 자기일을 한다. 그런 걸 보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윤재가 보기에 우리 부부의 싸움은 자기와 관계도 없고, 자기에게 두려움을 줄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


 나는 가급적 아내와 싸우려고 하지 않고, 싸워도 그냥 말싸움 수준이고, 혼자 내 방에 가서 화를 내고, 그 정도이다. 내가 뉴스 중에서 읽지 않는 뉴스가, 일가족이 죽었다는 뉴스이다. 말로는 자살이지만, 8살도 안된 얘들이 왜 죽고 싶겠어? 걔들이 무슨 죄라고, 당신 부모들 죽어도, 얘들은 얘들 나름대로 삶이 있는데. 우리 어머니는 자식이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난 절대로 자식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재의 삶이 있고, 난 나의 삶이 있고, 부모로서, 윤재가 건강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윤재에 대한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경진아, 어른이 되느라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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