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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Dec 29. 2019

첫 사랑

 내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리 학교는 남녀 공학이지만 남자반, 여자반이 따로 있는 학교였고, 난 교복세대가 아니었다. 학교 가서 친구 들하고 놀고, 공부하고 이게 전부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단조로운 생활이었는데, 그 당시는 너무나 많이 웃고 지냈던 것 같다. 친한 친구들 5-6명하고 같이 하교하고, 집에 오기 전에 오락실에 들려서 오락도 하면 너무 재미있었다. 별로 웃기지 않은 이야기라도 같이 이야기하면, 정말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하다가, 한 눈에 반한 같은 학년 여자 아이를 보았다. 이름이 한혜진이었다. 정말 내가 딱 좋아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다. 나는 전통적인 미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보다는 개성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매력을 느꼈다. 혜진이는 키도 컸고, 눈이 치켜져서 어떻게 보면 좀 사납게 생겼고, 턱이 좀 좁았다. 약간 역 삼각형 얼굴형, 마른 사람, 눈이 치켜져 있는 사람에게 좀 매력을 느꼈다. 좋게 이야기하면 차가운 도시여자라고 할 수 있다. 


 혜진이 덕분에 등교길이 즐거웠고, 어쩌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너무 좋았다. 좋아하는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가, 용기내서 말도 걸고, 전화번호도 받아왔다. 전화통화도 여러 번 했고, 내 마음도 전했는데, 그게 끝이다. 사실 데이트도 하고 싶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누가 코치 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경험도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계속 난 혜진이를 마음에 뒀고, 혜진이의 마음은 몰랐다. 그렇게 3학년이 되었고, 그 친구는 외고 준비를 한다고 학원 다니기 바빴다.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서 무슨 외국어를 배울 건지 몰랐다. 과학고등학교에 가서 무슨 과학을 그렇게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지도 몰랐다. 그 정도의 이해가 당시 내가 이해하고 있던 특목고에 대한 이해였다. 난 외국어 배우는데 관심이 없었고, 과학을 열심히 해서 과학자가 될 생각도 없어서 특목고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내 마음만 전달하고, 그녀의 마음은 받지도 못하고 졸업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우연히 길에서 혜진이를 만났다. 물론 혜진이가 나를 알아 본건 아니고, 내가 먼저 알아보았다. 그 순간 정말 얼음이 된 것 같았다. 동굴에서 뒤를 돌아보면 돌로 변한다는 그리스 신화처럼 정말 저 멀리서 혜진을 보는데, 바로 돌로 변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머리가 하야지고, 손발이 움직이지도 않고, 숨이 멎는 그런 기분이다. 그 이후로 이런 기분을 그렇게 강렬하게 느끼지 못했는데, 최근에 그런 기분을 느껴서 순간 내가 10대로 되돌아 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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