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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11. 2020

부자가 되고 싶을 때

 얼마전에 저녁 약속이 있어서 신라호텔에 있는 한식당을 갔다. 신라호텔은 10년 전에 친구 결혼식때 가고 처음이었다. 내가 신라호텔에 갈 일이 뭐 있겠는가? 호텔 들어가는 문이 기와집으로 되어 있고, 호텔 본관에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나이는 족히 50-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중년의 여인들은 하나 같이 고왔다. 피부 관리도 받은 것 같았고, 옷도 세련되게 잘 입었고, 운동도 하는지 뚱뚱한 사람도 없었고, 화장도 참 잘 한 것 같았다. 호텔 로비에서 들어가면서, ‘불경기라고 하는데도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구나. 있는 사람들은 불경기가 오던 아니던 관계없이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식당에 갔다. 미슐렝 가이드에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으나 별 3개를 받은 식당답게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직원 한명 한명이 모두 서비스 정신이 몸에 잘 베어 있는 것 같았다. 자리에 착석하는데, 직원이 의자도 뒤로 빼어주고, 무릎위에 하얗게 정갈하게 잘 정돈된 냅킨을 펴서 올려주었다. 가방도 받아주고, 상의도 받아주고 매우 친절하였다. 


 한정식이 거기서 거리라고 생각했고, 정말 아무 기대 안하고 먹었다. 주전부리가 나오고, 전체 요리가 계속 나왔다. 대화 시간에 맞춰서 음식들이 천천히 계속 나왔다. 사용한 식재료 들은 전부 최상품이었고, 요리사의 요리도 매우 좋았다. 특히 식사 내내 담당 테이블의 매니저 3명이 계속 식사 시중을 들어서, 식사를 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주변 테이블 과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손님과 대화가 전혀 방해되지도 않았고, 창가 옆이라 남산의 야경을 즐기며 천천히 식사를 했다. 코스 요리가 2시간 반에 걸쳐서 천천히 나와서 자연스레 대화가 끝나는 시간이 예상되었다. 대화 중간 중간에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난 음료로 술 대신 콜라를 시켰다. 장난 삼아 ‘이 집 음식 중에 콜라하고 물이 제일 맛있다’하고 이야기를 하고, 매 음식 마다 너무 적은 양이 나와서 ‘여기 요리사 분들이 손이 작구나’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옆에 계속 있던 테이블 매니저 들도 웃긴지, 웃음을 엄청 참는 게 눈에 보였다. 나와 같이 간 일행은 나의 그러한 B급 농담에 약간은 무안해 했다. 


 음식의 맛으로 본다면 맛있는 편이지만, 이 음식의 가격과 비교하면 과연 이 가격이 합당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만을 위한 공간, 서비스, 고객에 대한 배려 모두를 합하면 그 정도의 가격이 합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고급스런 레스토랑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부자가 되서 이런 고급스런 레스토랑에 자주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돈에 대한 욕심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혈안이 되지는 않은데, 이렇게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경험하면, ‘부자가 되야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끓어오른다. 내가 지금까지 마음먹고 실천한 일 중에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지만, 반대로 그 목표를 달성한 일도 많았다. 그 날 집으로 오면서 부자가 되는 게임을 해 보겠다라고 생각했다. 부자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리면 현금 30억, 부동산 70억을 기준으로 삼았다. 100억 이상이 있다면 부자라고 생각을 해서, 부자되는 게임을 앞으로 7년 동안 해 볼생각이다. 게임기간은 7년, 미션은 100억 자산 모으기이다. 그런데, 그 돈을 모은 다고, 내가 별다르게 쓸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 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나가서 돌아다니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 그 돈들은 Suna나 윤재가 쓰겠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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