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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11. 2020

우울증

 요즘도 계속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치료를 받는다. 처음에는 불안장애 치료였으나, 정도가 심하면 이것이 곧 공황장애이다. 두 치료제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황장애이나 불안장애이나 비슷하다. 정기적으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으며 치료를 한다. 치료효과는 괜찮아서, 우울검사, 불안검사를 해 보면 검사결과상으로는 거의 문제가 없다. 다만 약 복용을 2주 정도 중단하면 이러한 불안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약을 먹어도 불안했던 예전에 비하면 많은 치료가 된 셈이다. 


 요새는 기분의 폭이 커지는 증상이 생겼다. 흐름이라고 할까, 며칠 동안은 매우 기분이 좋고, 다시 며칠 동안은 기분이 가라앉는 것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출근길도 상쾌하고, 살아 있다는 데에 감사하고, 뭐든 열정이 넘친다. 반대로 기분이 가라 앉을 때에는 자면서 ‘내일 눈뜨지 않고 이 세상과 Good Bye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우울감이 계속 생기는 이유가 뭘까하고 생각을 해 봤다. 결론은 호르몬 문제이지만 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근본적인 것은 환경의 변화와 내 기질적인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러한 일들을 거의 다 해보니, 인생에 있어서 후회가 좀 덜 든다. 평균보다는 좀 열심히 사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열심히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회사일을 열심히 해서, 인정받으면 좋은데, 그게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단한 책을 써서 유명해지면 무엇 할까?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고, 앞으로 잘 되면 좋겠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존경받는다고 가정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단지 그것 뿐이다. 언젠가는 늙고, 죽고, 나중에는 우리 인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인데, 이런 것들이 전부 무슨 소용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으니, 세상 모든 일이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 버린다. 


 내 기질은 상당히 목표 중심적인 성격이다. 어떤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이 즐겁다. 그러나 목표가 없으면 따분하고, 인생의 재미도 없고, 활력도 없어진다. 목표가 없는 나의 주말은 지루하기 그지없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주중에 잠을 잘 못 자서 피곤한 것도 있지만,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하루 종일 잠만 자다가 저녁이나 밤이 되면 부시시 눈을 뜬다. 집안일도 아이들 돌보는 것도 Suna가 너무 잘 해준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아이들과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좀 재미가 없다. 아버지로서 하는 단순 봉사 혹은 의무라는 생각이지 내 마음이 좋아서 하지는 않는다. 요새는 뚜렷한 목표도 없고, 생각이 많아져서, 우울감이 몰려오면 정신 빠진 사람이 되어 버린다. 우울감이 몰려올 때는 육체만 존재하고, 정신은 없는 껍데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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