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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환 Feb 19. 2019

다음 작품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다음 작품을 찾아야 할 때

운이 좋게도 지난 몇 년 동안은 나쁘지 않은 흐름으로 작품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이나 <브레이킹 배드>, 혹은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미국 내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큰 유명 작품은 아니지만, 큰 불만 없이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도 이제 거의 끝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 작품인 <로즈웰, 뉴 멕시코>를 시작한 게 지난 9월이었습니다. 어느덧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음 달 말이면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아직 시즌 2 리뉴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좋은 편이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뉴가 되더라도 다음 시즌은 또다시 8-9월이 되어야 시작할 테니, 당장은 4월부터 시작할 작품을 찾는 일이 급합니다. 다음 작품을 찾는 고민은 한 작품이 끝나갈 시점에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이 작품을 시작하면서, 이미 다음 작품을 고민한다고 해도 아마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입니다. 월급을 받고 한 직장에서 일을 하는 직업이라면 하지 않을 걱정을 이렇게 끊임없이 해야 하는 건 이 직업의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참여해 온 작품들. '대박' 작품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나름 괜찮은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동료와의 대화

지난 11월 어느 날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잠깐 통화 가능해? 뭐 좀 물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응. 괜찮아. 뭔데?”

“내가 이번에 두 군데 인터뷰를 했거든. 뭐, 아직 어디 한 군데도 정해진 건 아닌데, 만일 두 곳 다 된다고 가정할 때 어딜 선택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돼서 말이야.”

“그래? 어디 어디랑 했는데?”


한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서 작품 자체의 인지도나 무게감은 다소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프랜차이즈의 우산 아래에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이 다음 시즌에 캔슬되더라도 한 프랜차이즈 우산 아래 다른 작품으로 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다른 작품은, 방금 밝혔듯이 작품 자체의 인지도나 무게감이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작품이 방송되는 플랫폼도 훨씬 더 인기가 있는 플랫폼이었고요.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그쪽에서 제안한 자리가 한 명의 에디터와 붙어서 작업하는 자리가 아니라, 모든 에피소드를 오가며 돕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이중 한 군데에서만이라도 면접을 보는 게 쉽진 않은데, 두 곳을 만날 기회를 가졌으니 어찌 보면 배부른 고민이라고 들릴 수 있는 친구의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입니다.


얼마 전엔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이전 작품에서 함께 일했던 대런이라는 친구가 와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건물엔 <레거시스Legacies>라는 작품도 편집실을 차리고 있습니다. 이곳의 어시스턴트 에디터 중 한 명인 A가 <레거시스>가 끝나고 페이스북 워치(Facebook Watch)에서 볼 수 있는 어떤 작품에 에디터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대런은 이 친구의 어시스턴트 에디터 자리 면접을 위해서 온 참에 저에게 들른 것이었습니다.


“잘됐네. 그 친구 같이 일하기 괜찮은 사람이야.”

“그래? 분위기는 좋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그러고 나서 그는 사실 되더라도 좀 고민이란 말을 했습니다. 그 역시 앞서 말한 친구처럼 Facebook Watch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냐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좀 더 경험이 많은 에디터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기 위해 더 기다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즉, A는 이제 막 에디터를 시작하는 사람이니, 그보다는 경험이 더 많은 사람과 일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었습니다.


카스텐이 생각하는 기준 세 가지

저 역시 언제나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에 대해 카스텐이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자기 나름의 세 가지 기준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카스텐은 현재 ACE(American Cinema Editors)의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담당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첫째, 보수가 좋은가 - 돈을 벌 수 있다

둘째, 프로젝트가 좋은가 - 직접적으로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가 - 장기적으로 훗날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좋은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렇게 세 가지를 얘기하면서, 카스텐은 이 셋 중 두 개 이상을 체크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민

카스텐의 세 가지 기준은 참 좋은 기준이고, 저 역시 늘 그 세 가지를 떠올리며 고민을 합니다. 그것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시원하겠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고민은 계속됩니다. 현실적으로 언제나 부딪히는 또 하나의 문제 때문입니다. 바로, 타이밍입니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작품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다른 작품에 기회가 생기는 경우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거의 '언제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작품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날 때까지 함께 한 후에 다른 작품으로 가는 게 당연히 더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타이밍이 언제나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니 그게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작품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기회를 내치기에는 ‘혹시 이게 마지막 기회이면 어떡하지? 다른 기회가 안 생겨서 일을 오랫동안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늘 머릿속에 맴돕니다.


주말 밤. 오늘도 고민은 계속됩니다.



이번 이야기를 끝으로 제 위클리 매거진을 마무리합니다. 제 위클리 매거진의 가장 큰 목적은 이 글들을 통해서 조금은 가려진 '편집'이라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10개의 글을 통해서 그것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다른 곳에서도 계속 그 하나의 목적으로 이런저런 글을 써나가려 합니다. 지난 10주 동안 제 글을 즐기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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