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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환 Nov 02. 2019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TV 드라마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함”


아는 사람들이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서 날아오는, 혹은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에 올라오는 구인 글의 끝엔 이 문구가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스케줄이 빠르게 흘러가는 탓에 일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미 이 일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니 일견 이해가 되는 대목이긴 합니다. 하지만, 스케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굳이 경력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는 관리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경력이 있는 사람과 일하는 게 아무래도 편하니 이런 경우에도 여전히 경력자를 원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경력이 있는 사람만을 뽑다 보면 신입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신입을 뽑지 않는데, 경력을 쌓을 수 있을까요? 경력을 쌓을 수 없는데, 경력이 있는 사람만 원한다?


얼마 전 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 마이클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곧 TV 드라마 파일럿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나 도와줄 시간 있을까?”


현재 미국에서 드라마와 영화 편집에 가장 널리 쓰이는 프로그램은 아비드(Avid)라는 편집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기능 중 Script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은 영화보다는 TV에서 많이 쓰이는 기능인데, 마이클은 그간 영화 일만 했기에 이 기능에 익숙지 않았습니다. 전 그동안 거의 TV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제게 도움을 청한 것이죠. 


해당 작품은 마이클이 Script를 쓰는데(이 기능은 에디터를 위해서 촬영본을 준비하는 과정에 필요한 기능입니다) 익숙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를 고용한 걸까요?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파일럿은 일반 시즌보다도 훨씬 스케줄이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파일럿이 잘되어야 방송국으로부터 정식 시리즈 오더를 받을 수 있으므로 그 압박감도 크죠. 그런 상황에서도 그들은 마이클을 고용했습니다. 그들에게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 정도는 일하면서 충분히 배우고 더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면접에서 아냐고 물어보면 몰라도 안다고 해.”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면접에서 아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안다고, 할 줄 안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하곤 합니다. 그들이 아느냐 물어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하는 일에서 어려운 것, 할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얼마나 익숙해져서 그 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저 역시 처음 메이저 방송국의 드라마에서 일하게 되었을 땐 당연히 많을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조금 늦게서야 제 실수를 발견하고 식은땀을 몇 차례 흘리기도 했습니다. 잘 모르는 것은 동료들에게 물어가며 하나하나 처리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 일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 친구 마이클의 예가 바로 이 점을 프로덕션 측에서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아닐까요? 기본적인 능력이 있으니 금세 익숙해질 것이라는 믿음.


모든 작품이 경력자만을 원하다면 어느 순간엔 더 이상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될 것입니다.



Hey Sung,

Digital Film Tree sent us an  email inquiring about a new dailies workflow that a different show uses,  and I wanted to get your take if you get a second of time. At  the moment, our audio is only married to subclips. Dailies house is  proposing that they could marry audio to the master clips mxf media,  instead of keeping them completely separate. Matching  back for getting iso mics would be easier, but is this a good idea?  Wondering if Roswell does this workflow as well. Thanks man!


또 다른 친구로부터 이메일 왔습니다. 이 친구 역시 그동안 계속 인디 작품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쪽에서 일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TV 드라마에서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게 된 친구입니다. 이 친구의 질문은 아주 간단한 문제입니다. 이를 모른다고 해서 일 할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주변에 물어보면서 금세 익숙해질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도우며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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