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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다시 찾기로 했다.

마흔 즈음에 들은 생각

by 코털이 공학박사

‘당신의 진짜 모습으로 실패하거나 성공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라.

당신이 뭘 하든,

당신의 진정한 모습만으로 늘 충분할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보았다. 나에겐 뭔가 문제가 있다. 반도체 연구를 하는 사람이랍시고 살아가고 있다. 겉보기에는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좋은 직업, 그리고 꽤 괜찮은 연봉을 받고 일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현실에 정신없이 치이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다 잘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저 하루하루 사는 기계와 같다. 주어진 연구 과제만 생각하고, 이 과제와 나를 동일 시 하면서 그리고 여기서 논문이라도 하나 나오면 매일 내 이름을 구글에 검색해보고 내 논문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인용해서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아왔던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다. 나는 어디에 담겨있을까?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누구인지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만 했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나를 찾기 위함이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가만히 생각하면서 글감을 찾다가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데 내가 잘 쓸 수 있는 글을 무슨 수로 찾아내느냐는데 생각이 이르렀다. 블로그도 처음에는 IT 제품과 자동차를 리뷰하는 글을 썼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지식이 금방 밑바닥을 드러내 버렸고, 글을 쓰기가 힘들어졌다. 이건 문제가 있었다. 분명히 좋아서 시작한건데도 한계를 느껴버렸다.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기는 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글의 방향을 ‘나’에게 집중하기로했다. 취미가 뭔지 잘하는게 뭔지도 다 잊어버렸었지만 그래도 나에게 집중해 보면서 어느 정도 나를 회복시키려고했다. 책을 읽고 괜찮은 문장을 뽑아보고 거기에 내 생각을 담아 글 써보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점점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몇달 정도 하다보니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에 늘 과학자라고 적었는데, 지금은 반도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으니 그 꿈을 이룬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꿈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잠자리에 들기 전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즐거워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잠들기 전엔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 야구 경기는 어떻게 되었는지, 끝내기를 맞아서 응원하는 팀이 졌을때는 내가 투수라면 다른 공을 던졌을텐데 하면서 생각해보기도한다. 축구경기장에서 혼자 공을차는 상상을 한다 마치 내가 호나우두가 된 것마냥. 그렇다. 나는 나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한다. 물론 주제는 많이 달라졌다. 공상과학의 세계를 탐험하던 어린이에서, 이제는 어느정도 내가 관심있어하는 현실에 대해 생각한다. 가끔은 연구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책을 읽고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 가겠다고 생각하는 날도 있는데, 이런날은 답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잠도 설쳐버린다. 이야기가 조금 밖으로 샜지만, 아침마다 글을 쓰면서 나를 되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 상상력의 시간을 조금 더 과감하게 활용하면 조금 더 나 답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상상을 바탕으로 현실로 구현해볼 수 있다면, 상상의 에너지를 현실로 바꿔갈 수 있다면, 그게 조금 더 나 다운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도 현실의 나는 상상을 할 시간은 없고,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이미 체력이 다 떨어진 몸을 쥐어짜서 아이와 함께 놀다가 기진맥진해서 잠들기 바쁘다. 그래도 나 답게 살기 위해서 상상 시간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든 내가 시간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실 가능여부를 막론하고 재미있는 상상들로 나를 다시 채워본다면, 조금 더 나 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게 내가 적는 글 들에도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여러분들에게 매주 시리즈물로 나의 상상이야기를 글로 적어볼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날이 온다면 꼭 응원해 주시 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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