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의 재발견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나에게 있어서 스승은 누구인가? 학교에 다니면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명의 선생님을 만났고 대학에서도 수많은 교수를 만나서 배웠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나에게 있어서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참 스승인가 생각해 보면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존경할 만한 선생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은 더 많았다. 학교에 가면 맞고 돌아오지 않는 날이 더 적었던 시대를 살았기 때문인지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아있지는 않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대학교수는 지식을 가르쳐 주기는 했지만 인생을 가르쳐주지는 못했다. 삶에서 지녀야 할 지혜를 배울 수는 없었다. 박사과정에서 만난 지도교수님도 마찬가지다. 그분은 훌륭한 연구자로 나에게 논리를 펼치는 방법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인생의 스승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아이를 키우면서 ‘에밀’이라는 교육에 대한 고전을 읽었다.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자연을 스승 삼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살아가면서 지녀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다. 지금도 나에게 자연은 그대로 소중한 선생님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진정한 멘토는 ‘자연’ 뿐 인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나도 되고 싶은 인생이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인생과 행복한 인생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멘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멘토를 곁에 두고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책들은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멘토는 내가 좋은 영향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다. 따라 하고 싶은 사람. 가장 좋은 것은 곁에 두고서 배우는 것이다. 그러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아내, 직장 동료, 친구, 부모님, 목사님 등등 나에게 좋은 사람들이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뒤이어 떠오르는 건 나의 경쟁자들.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서로 발전한다고 치면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긴 하겠다만, 그보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나에게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건 나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자가 아니라
위대한 사람의 영감을 활용해야 한다.
경쟁자 따위가
당신을 조종하게 만들지 마라.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책을 읽다가 마주친 글이다. 그리고 깨달은 바가 있다. 경쟁자도 나랑 비슷하게 고만고만한 사람이라는 것.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고만고만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나랑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었다면 이미 저 멀리 앞서 가 있을 테니까. 경쟁 자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 삶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곁에 두고 생각해야 하며 영향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위대한 사람들’이다. 발전하고 싶다면 지향점을 나보다 높은 곳에 두어야 발전할 수 있다. 위대한 일을 해내기 위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그들을 통해 배워야 한다.
그러면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든 방법이 있다. 강연을 갈 수도 있고, 용기를 내서 이메일을 보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이미 죽은 사람들이다.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책을 통해서 만나야 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 자꾸 위인전을 읽으라고 했나 보다. 위대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큰 그릇이 되라고. 그렇다고 어른이 돼서 읽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 곱씹고 곱씹으면서 그들이 한 생각을 내 앞에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고민하고 읽어 봐야 한다. 인생의 멘토로 삼는다면 가장 가까이 그의 인생을 담은 책, 그가 직접 쓴 책, 그의 인생과 업적을 평론한 책 등등 다양한 책들을 곁에 두고 연구하면서 그의 생각하는 방식과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받았던 영감을 뽑아내야 한다. 내 인생에 적용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를 넘어서기 위한 나 만의 창조적인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오래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 책상에 위대한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책을 올려두었다. 파인만의 인생과 생각을 읽어보고, 나의 생각과 비교해 보면서 내 삶을 조정해보고자 한다.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을 때,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이름이 되길 기원한다. “당신의 책장에는 어떤 위대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