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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는 방법

맡긴다는 건, 손을 놓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by 코털이 공학박사

위임하기, 통제권을 쥐고 있어야 비로소 힘이 된다.

- AI 시대, 제대로 맡기고 제대로 이끌어 가는 법


못하는 일,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걸 잘 할 수 는 없습니다. 일을 추진해가다가 막히는 상황이 반드시 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1. 잘할때 까지 버티며 노력하기.

2. 포기하고 손 놓기

3. 누군가에게 위임하기


이 세 가지 중에서, 두 번째 포기하기는 가장 피하고 싶은 선택지입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일을 놓아버리게 된다면, 그 일은 절대로 완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방법도 분명 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시간속에서 모든일을 직접 노력하며 해내기엔 우리가 가진 에너지와 자원은 늘 제한적입니다. 모든걸 다 내가 해내다가는 일을 완성시켜야할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릴 수 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피곤해질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보람'은 엄청날 것입니다. 보람이 있다. 그것으로 과연 충분할까요?


그래서 결국, 우리가 붙잡아야할 현실적인 선택지는, '위임하기'라는 전략입니다.



위임을 잘 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무작정 일을 맡긴다고 해서 모든게 잘 되는건 아닙니다.

위임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입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지금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일인지, 다른 대체 수단이 있는지, 아니면 위임하고 맡겨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임'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위임을 통해서 시간과 노력을 레버리지하는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장벽이 있기 때문이겠죠. 첫 째는 '돈'이요, 둘 째는 내손에서 통제권을 놓게 된다는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우리는 직접 해보려고 노력하다가 지쳐버리고, 결국 포기해버립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나는 이걸 못하니까, 여기까지인가보다." 스스로 한계를 그으면서 '맡겨서 해결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성장 경험과 성공으로 얻는 자신감을 경험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쳐버렸습니다.



위임은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것' 입니다.


위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몇 가지 시도를 해봤습니다.

사람을 고용해 보기도 했고, AI로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글을 써달라고 요청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어딘가 아쉬웠습니다. 프로그래밍 결과물은 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왔고, 수정하거나 바꾸는 것 역시 어려웠습니다.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으니 결과물을 통제할 수 없게되었습니다.


글쓰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주제로 글을 써줘"라고 AI에게 요청하면 제 생각이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낯선 글이 출력됐습니다. 이건 제가 쓴 글도 아니고, 제 감정이 담긴 글도 아닙니다. 읽내 글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보람도 없었고, 글을 쓰면서 느끼게 되는 사고의 확장도 없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내손을 떠나보내서 넘긴다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그 일을 이해하고, 감각을 느끼고, 손 끝으로 조율해가야만,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배우기로 했습니다


결국 결과물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지만, 일을 맡기고 위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우는 이유가 직접 코딩하면서 결과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아닙니다. 주도권을 가진 협업을 해내기 위함입니다.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서로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소통하기위한 공용어이기 때문이듯, 프로그래머와 함께 일하거나 아니면 AI와 함께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맡긴일을 함께 고민하고, 의도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은 되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건 아닙니다. 그래서 남들을 감동시키거나 행동하게 만드는 명문장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전하고 싶은 생각과 구조, 글의 뼈대 정도는 내 손으로 먼저 만들 수 있어야 AI든, 다른 누군가든 그 위에 살을 붙이고 글에 숨을 불어 넣을 수 있습니다. 내가 글의 주인이어야지만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 구슬을 꿰는 사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나는 구슬을 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구슬을 만드는 일은 위임해서 하더라도, 구슬을 꿰어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바로 '나'여야만 합니다.


원하는 빛깔과 질감의 구슬을 고르고, 모난 부분이 있다면 때로는 다듬어 가면서 구슬을 꿰어야 합니다. 순서를 정하고 방향을 정하며 때로는 필요 없는 구슬은 빼내어 버리면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고 해서 멈추지 마세요. 맡겨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면 위임하면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나의 시선과 감각, 그리고 논리를 얹어봅시다. 진정한 변화는 지금 내가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시작됩니다. 모든 일을 내가 스스로 해야한다는 껍질을 깨뜨려봅시다. 당신이 나아갈 걸음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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