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신뢰를, 신뢰가 우리를 단단하게 한다
감사는 '나'를 넘어서 '우리'로 흘러갑니다. 우리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은 받은 것은 돌려줘야 하는 심리적 기제가 있습니다. 특히 도움을 받은 경우는 더욱 그렇죠. 일종의 빚진 마음을 갖게 만들어 어떻게든 그것을 갚아야만 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 받으면, 나도 그를 도와줘야 합니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에 이 빚지는 마음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도움뿐만 아니라 감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사함을 받으면, 나도 감사함을 표현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일하다 보면 회의에 많이 가게 됩니다. 회의에 가면 주최하신 분께서 인사를 해주십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 불러주시니 더 감사하죠." 과연 회의에 불려 온 그분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왔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말 뽐 낼 기회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며 갔을지, 아니면 귀찮긴 한데 오라니까 간 걸진 오직 본인만 알겠죠. 하지만 감사하다는 상대의 말에 대한 반응은, "감사합니다"입니다. 만약 정말로 속에 있는 마음대로 "사실 여기까지 오기 정말 귀찮았어요" 말하지 못하죠. 상대의 감사하다는 말에 감사하다는 말로 응답하게 되는 마음. 일종의 빚진 마음입니다. 상대가 호의를 표현하면 나도 호의로 답하게 되는 거죠.
의례적인 표현의 감사 표현도 동일한 감사로 돌아오는데, 진심을 담은 감사는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상대의 진심을 담아서 돌아옵니다. 진심을 담는 감사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응답이 오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돌아옵니다. 고마운 일이 있을 때 진심을 담아서 감사를 표현했는데, 나의 도움에 대해서도 반대로 상대도 진심을 담아서 감사함을 보여줄 것입니다. 선물이 동반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진심을 담은 감사의 마음이 서로에게 오갔느냐가 중요합니다. 감사의 왕래는 관계를 단단하게 굳혀주기 때문입니다. 감사는 사람과 사람을 붙여주는 접착제입니다.
관계가 단단해진다는 것은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서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우리'가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것이 서로가 느끼게 됩니다. 형태에 따라서는 가족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상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진정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격언이 있죠.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해서 이만큼 더 잘 설명하는 말이 없습니다. 문제는 '함께'간다는 말에 진정성이 담겨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거죠. 신뢰감을 동반한 관계라면 분명히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관계일 것입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초 일류 기업 경영자들을 살펴보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습니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마이크로 소프트는 빌 게이츠와 폴 앨런,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더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묶여 있죠. 오너 일가, 즉 가족관계로 묶여 있습니다. 함께 멀리 가기에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신뢰를 쌓는 데는 실력만 있으면 되는 건 아닙니다. 실력 있는 파트너는 함께 일을 하는 사람 사이에는 필수 요소입니다. 상대에게 실력이 없다면 애초에 파트너라는 동반자의 관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수많은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예를 들어볼까요? 두 사람은 60년이 넘는 파트너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1959년부터 멍거가 사망한 2023년까지 파트너십을 이어갔죠. 버크셔 헤서웨이에서의 이력만 따지더라도 1978년부터이니 40년 이상 한 회사에서 동업한 관계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관계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비즈니스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서서 서로의 사고를 나누는 동반자의 관계가 되었죠. 그리고 그 기반에는 서로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생겨난 끈끈한 연대감이 있었음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가 사망한 다음 해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에 공개적으로 찰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찰리는 오늘의 버크셔를 설계한 설계자(architect)였고, 나는 그 비전을 실제로 구현한 시공자(general contractor)였다."라고 말했죠. 단순한 칭찬을 넘어서 두 사람의 역할과 기여를 명시하였습니다. 상호 보완적이고 존중하는 언어로 감사함을 표현했죠. 사람이 죽고 난 다음이니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그렇게 표현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몇 가지 예시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2022년 주주서한에서 워런 버핏은 찰리 멍거에 대해서 말하기를 내 인생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내가 매일 멍거와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건 큰 축복이었다며 감사를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찰리는 내가 매번 시간을 들여서 설명해야 할 많은 것을 단 몇 마디로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찰리 멍거의 능력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찰리 멍거 역시 마찬가지로 버핏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습니다. 버핏이 위기에 처했을 때 멍거는 "워런 버핏이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고 나는 전혀 믿지 않는다. 그는 자신보다 회사와 주주를 더 생각한다"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습니다. 버핏과 멍거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감사와 그를 기반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이를 공식적으로 표현하고, 신뢰로 다져지는 관계였던 것이죠.
두 사람이 이러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서로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감사는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데서 출발합니다. 버핏과 멍거를 통해 이러한 관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버핏은 멍거의 전략가적 면모를 인정했고, 멍거는 버핏의 실행력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버핏은 버크셔 초기 '저평가된 싸구려 기업을 매수하는 전략(Ciggar butts)'을 선호했지만, 멍거는 질 좋은 기업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전략이 좋다고 버핏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가치가 저평가된 질 좋은 기업을 사고 매수하지 않는 전략, 버핏의 말을 인용하면 10년을 보유하지 않을 기업이라면 10초도 보유하지 말라는 전략이 탄생했죠. 그리고 이 전략은 오늘날 우리가 '가치투자'라고 신봉하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핵심 전략이 되었습니다. 각자에 대해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면서 감사를 표현하자, 신뢰가 자라나고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하고 신뢰하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러면 '우리'라는 관계 안에서 감사를 더욱 빠르게 촉발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기버(Giver)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버와 관련해서 사람은 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 나눠주기를 좋아하는 사람. 감사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유리할까요? 아마 쉽게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나눠주는 사람, 즉 기버입니다. 감사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작점이 필요합니다. 능동적인 시작이 중요하죠. 먼저 받고 감사를 표현하겠다고 하면, 이벤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먼저 나눠주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내가 나눠주면 먼저 상대가 "감사합니다"하고 반응할 테니까요.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서로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겠죠.
역행자, 웰씽킹을 비롯한 엄청나게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기버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나눠주는 사람이 성공하는 비율이 높다고 하죠. 저도 여기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기버의 성향이 강하다면 서로 감사하는 관계를 많이 만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감사한 마음과 표현이 왕복하는 만큼 그 사이에 신뢰가 쌓이게 될 것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됩니다.
내 인생의 방향은 내가 정하더라도, 그 방향으로 달려 나갈 속도는 함께하는 사람으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사람은 '속도'라고 표현하죠. 그 속도가 커질 수 록 '우리'의 관계에서 함께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신뢰가 탄탄하다면 오랫동안 속도를 유지하고, 더욱 멀리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십이 될 것입니다. 마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처럼 말이죠.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그러했듯 서로 감사하는 태도가 관계의 접착제가 될 것입니다.
앞서서 신뢰 있는 관계를 쌓는 방법이 오직 감사만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상호 간에 확실한 실력을 담보하는 계약관계, 가족과 같은 혈연관계 등 신뢰를 동반하는 관계는 여럿이 있습니다. 감사를 기반으로 하는 신뢰관계는 이들과 차별점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겠죠. 감사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는 높은 확률로 행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 사람이 함께 있어서 더 좋은 관계가 행복으로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은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감사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전에 그분으로 인해서 내가 많이 덕을 봤잖아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주고받은 감사가 지금의 손해를 메워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해야 하는 거죠. 마치 앞의 사례에서 찰리 멍거가 워런 버핏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감싸 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혹시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감사하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런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면, 가진 것을 베풀어주고 호의를 보여주세요. 관계가 감사 위에서 싹틀 것입니다.
오늘도 당신의 인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