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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un 11. 2023

톨게이트의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나

알고리즘영단어:tollgate, gateway, island


톨게이트tollgate는 요금소라는 말이다. toll과 gate로 이루어진 단어다. gate는 보통, 입구나 문을 의미한다. 단순한 건축물의 공간을 구분하는 문doors과 비교해서 좀 더 크고 웅장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게이트는 울타리 같은 곳에 만들어놓은 출입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네트워크 용어로 gateway라는 말도 사용된다. 원래 게이트웨이는 gate가 있는 곳까지 들어가는 입구를 의미한다. 네트워크 용어로는 하나의 네트워크간의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toll 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다리나 도로를 건널 때 지불하는 요금이라는 뜻도 있고, 고통이나 사망자 수death toll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금액등의 총액을 말할 때 사용하기도 하고, 또 종을 울린다는 의미도 있다. 


겉보기에는 각각 다른 의미들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가 의미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뜻이다. 다리나, 도로를 건널 때 지불하는 요금이라는 의미는 우리가 삶이라는 다리를 지날 때 내야하는 죽음이라는 요금과도 비슷하다. 죽음은 삶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합친 값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안낼 수 없다. 


종이 울린다는 것은 죽음이나 요금징수 같은 의미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중세 전후의 서양의 장례문화를 생각해보면 관계가 보인다. 과거 종은 보통 교회나 절에서 울렸다. 원래 시간을 알리기 위한 의미도 있었지만, 동시에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울리기도 했다.


조종은 장례식에서 울리는 종을 말한다. 누군가의 장례를 치를 때, 마을의 교회 종탑에서 종이 울리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종을 울리거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예식은 지금도 공식적인 장례절차에 남아있다. 예포를 쏘거나 하는 것은 조종을 울리는 것의 변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1940년 출판된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For Whom the bell tolls>에서 말하는 종은 이런 조종을 의미한다. 작품을 읽어봤다면,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종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1943년, 게리 쿠퍼,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스페인 내전Spanish War을 배경으로, 주인공 조던이 게릴라를 도와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수행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조던은 폭파전문가dynamiter로서 적진에 파견되어 게릴라들과 함께 프랑코 정권에 맞선다. 게릴라들 중에는 부모님을 잃은 것은 물론, 파시스트들에게 능욕을 당했던 마리아도 있다. 

조던은 마리아를 사랑하게 되고, 자신의 임무를 꼭 완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다리는 폭파되지만, 조던 자신은 적군의 공격에 다리를 쓸 수 없는 부상을 입고 만다. 자신으로 인해 동료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었던 조던은 마리아와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슬퍼하는 마리아에게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바로 당신이기도 해. 당신이 가면, 나도 가는 거야. 

작별인사는 안해도 돼. 우린 헤어지는게 아니니까. 

I’m you, also. If you go, I go, too. 

There’s no goodbye, Maria, because we are not apart. 


동료들은 울부짖는 마리아를 말에 태우고 떠나고, 조던은 홀로 남아 루이스 머신건을 잡는다. 화면정중앙을 향해 발사되는 기관총세례와 함께 묵직한 종이 울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헤밍웨이는 이 소설의 제목을 16세기 영국의 시인 존 단John Donne의 시에서 차용했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의 영감이 되었던 시의 제목은 <누구도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였다. 섬Island은 고립과 소외 분리의 메타포로 많이 사용된다. 제목의 의미 그대로 풀이한다면, 결국 모든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시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이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진흙 한 덩이가 씻겨져 나가도, 유럽 대륙은 그만큼 더 적어지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한 인간은 모든 인류와 관계되어 있다. 누군가의 죽음은, 모든 인간들에게서 그만큼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시의 내용은 좀 더 이어진다. 


. . .

누군가의 죽음으로 나의 일부 역시 사라진다

왜냐하면, 나는 온 인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 종이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말라

그것은 바로 당신을 위해 울리는 종이다. 


any man's death diminishes me, 

because I am involved in mankind. 

And therefore never send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부상당한 조던을 떠나지 않으려는 마리아에게 조던이 했던 말, “내가 바로 당신이고, 우리는 헤어지는게 아니야”라는 말은 결국, 존 던이 <누구도 섬이 아니다>에서 했던 바로 그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수없이 무고한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은 결국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라는 주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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