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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an 16. 2024

노트르담 대성당과 스테인드글래스

스테인, 스테인드글래스, 스테인레스스틸

유럽의 많은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한 아름다운 색 이상의 종교적 경건함과 엄숙함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성스러운 견고함은 마치 강철과도 같이 느껴진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경건한 아름다움은 스테인레스스틸의 견고함과 관계가 깊다. 둘 모두 얼룩stain에 대한 예술이고 기술이기 때문이다. 


스테인stain은 오점, 얼룩이라는 의미다. 동사로 사용되면 얼룩을 남기거나, 오점, 더럽힌다는 뜻도 된다. 스테인드stained 글라스glass는 말 그대로 얼룩진 유리를 말한다. 옷이나 가구의 표현에 남겨진 스테인드는 얼룩진, 때가 묻은 정도를 의미하지만, 형형색색으로 유리에 착색된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얼룩과 무늬가 예술적으로 종교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세 유럽의 크고 웅장한 대성당들은 어김없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종교적 경건함과 엄숙함을 표현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사르트르 대성당도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곳이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빛의 웅장함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인상적인 무대장치로 표현되기도 했었다. 


어느날 파리에 나타난 젊은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사이에 두고, 파리의 성직자 프롤로와 페부스, 그리고 추한 얼굴의 곱추 콰지모도가 벌이는 운명적인 사랑과 질투의 대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사르트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 내는 빛이 아름다운 것만큼 대조되는 비극적인 운명이 인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원제는 <노트르담 대 성당. 1482>영어로 번역되면서 <노트르담의 곱추The Hunchback of Notre-Dame>로 제목이 바뀌었다. 원작에 따르면 에스메랄다는 16살 콰지모도는 19살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다채로운 빛의 얼룩이라면, 스테인레스 스틸은 이러한 얼룩에 저항하는 금속재질이다. 스테인레스는 얼룩stain이라는 말 뒤에 —없는less 이라는 의미의 접미사를 결합해서 만든 단어다. 말 그대로 얼룩이지지 않는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음식을 담아도, 얼룩하나 남지 않고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많은 실용적인 물건들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스테인레스스틸은 20세기 초, 시멘트와 유리가 새로운 건축재료로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던것처럼, 수많은 일상용품의 소재로 자리를 굳혔다. 튼튼하고 부서지지 않고, 또한 얼룩도 잘 남지 않으니 더 이상 편리한 소재는 없을 것이다.


얼룩이라는 의미에서 스티그마stigma라는 단어도 사용된다. 스티그마는 불에 달군 쇠꼬챙이 같은 것으로 피부에 지져서 남기는 흔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인을 의미하는 브랜드brand와 비슷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스티그마는 피부에 남겨진 물리적 흔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불명예나 부정함 같은 추상적인 오점을 의미할 때도, 스티그마stigma라고 표현한다. 보통 말하는 사회적인 낙인을 의미한다. 


Stigma effect는 낙인효과라는 말로 이해된다.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당사자에게 더 안좋은 태도나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이미 실패했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 될대로 되라는 식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은 어떤 행위로 인해 낙인이 찍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낙인이 찍혀있는 경우들도 있다. 인종적인 편견이나, 경제적인 편견, 지역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이 해당될 것이다. 


길다란 막대stick같은 쇠꼬챙이로 낙인을 찍기 때문에, 스티그마stigma는 stick과 관계가 있다. 더 나아가, 뾰족한 것으로 찌른다는 의미에서 벌이 침을 쏘는sting도 관계가 있는 말이다. 벌이 쏘는 sting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이름으로도, 그리고 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미사일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말그대로 쏘이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침을 쏜다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될 때, sting은 sting-stung-stung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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