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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an 17. 2024

지중해에서 토스트를 굽고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Let's make a toast“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건배합시다“ 정도에 해당되는, 영어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된 toast는 흔히 먹는 토스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바싹 구운 고소한 빵은 어쩌다 술잔을 부딪히는 구호가 되었을까? 


토스트toast라는 단어의 본래 뜻은 "굽다" "건조하게 하다" "메마르게 하다"  라는 뜻의 라틴어 toastare에서 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ters-라는 인도유럽어원으로 연결되는데, 이 단어는 메마르고 건조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목마르다는 뜻의 thirsty 는 ters-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명사형으로는 thirst, 그리고 이온음료와 같이 빠르게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은 thirst-quencher라고 한다. 


홍수와 관련된 전설과 신화는 다양하다. 대부분 육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홍수가 등장한다. 그야말로 땅이 보이지 않는 바다만 가득한 세상이다. 물은 만물을 젖게 만든다. 반면 육지는 메마르고 건조하다. 그래서 ters-는 땅을 의미하는terra의 어원이 되기도 한다.  땅을 의미하는 terra는 행정적, 사법적 영역을 의미하는 territory와도 관계가 있다. 또 비슷하게 파생된 terrain은 보통 지형이나, 지세로 번역되는데, 둘 모두 한국어로는 영토, 영역이라는 말로도 번역 가능하다. 


Inter라는 말은 “~의 사이” 를 의미하는 접두사 inter-와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단어다. Inter는 동사로 땅에 묻다는 뜻이 있다.  in-은 ~안에, 그리고 ter-는 땅을 의미하니까, 말 그대로 땅속에 넣는다, 매장한다는 말이다. 명사형으로는 interment를 쓴다. 


지중해를 의미하는 mediterranean은 스펠링이 복잡하지만, terr-가 땅을 의미하는 것만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이해된다. medi-는 중간을 의미한다. 스테이크를 구울때, 중간 굽기를 미디엄medium이라고 하거나, 대중과 뉴스를 연결해주는 미디어media에도 중간을 의미하는 medi-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mediterranean은 땅의 중간에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sea를 결합하면 지중해, 곧 땅으로 둘러쌓인 바다가 된다. medi-라는 접두사를  sub-로 살짝 바꾸면 subterranean이 되는데, 이 단어는 말 그대로 땅terranean 아래sub-에 있다는 뜻이 된다. 


아주 빠른 급물살이나 흐름을 torrent라고 하는데, 단지 물의 흐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상하지만, 일단, 단어에 물과 관련된 어원이 없다. 오히려 땅과 관련된 어원만torr- 보인다. 그래서, torrent는 물의 흐름을 의미하면서도, 열기나 화염의 흐름을 의미할때 사용되기도 한다. 감정이나 말을 빠르게 분출할때도 사용된다. 


ters-에 어원을 두고 있는 토스트toast는 빵을 굽는 의미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빵 자체를 의미하는데, 술잔을 부딪히며 외치는 건배를 의미하기도 한다. 서양의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면 술을 마시는것과 빵사이에는 흥미로운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세익스피어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들이 술을 따르기 전에 술잔바닥에 구운 빵조각을 넣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당시의 술은 종종 불순물들이 많았는데 여기에 구운 빵을 넣으면 어느정도 술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술을 정화해서 마신셈이다. 또 다른 유래에 대한 설명도 있다. 과거 사람들이 결혼식 같은 행사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향신료를 뿌린 구운 빵을 와인에 적셔서 함께 먹었다고 한다. 이때, 빵을 술에 담그고 함께 마시면서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있다. 어느 경우든, 분명 구운빵과 술은 궁합이 잘 맞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구운 빵을 의미하는 toast라는 말이 술잔을 부딪히는 건배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한국에서 건배사는 보통 ~을 위하여로 이루어진다. 영어로 옮기다 보면 ~for를 쓰기 쉬운데, 사실은 to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너의 새 직장을 위하여~ 라고 한다면, for your new job 이 아니라, to your new job으로 쓴다.  


Here's to you!는 영어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건배사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을 위하여!"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Here's to you!라는 똑같은 표현을 제목으로 한 엔리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노래도 있다. 이 음악은 1971년 개봉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합작 영화 <사코와 반제티Sacco & Vanzetti>에서 사용되었다. 


영화는 강도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두 주인공이 미국 정부에 의해 무정부주의자로 몰려 결국 사형을 당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두 사람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체포되었고, 당시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두 사람의 무죄를 주장하는 주장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 정부가 갖고 있었던 반이탈리아, 반이민정서, 그리고 당시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코와 반제티는 전기의자에서 사형을 선고 받는다. 전기의자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것을 암시하는 검은 화면이 지나면서 엔딩 크레딧과 함께 영화는 끝난다. 이때 존 바에즈의 노래, Here’s to you가 울펴 퍼진다. 



Here's to you, Nicola and Bart


Rest forever here in our hearts


The last and final moment is yours


That agony is your triu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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