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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an 21. 2024

점치는 사마귀의 로맨스


사마귀는 영어로 praying mantis라고 한다. Praying은 기도한다는 뜻이다. 사마귀의 모양새를 생각해보면 기도한다는 표현은 썩 잘 어울린다. 앞다리를 모으고 있는 것은 정말 기도하는 자세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Mantis는 점을 치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Mantis의 어원은 manteia에서 왔다. 점친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뜻이다. 특히 신성한 힘에 의해 미친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mantis는 menos-라는 열정,영혼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종종 미친사람으로 여겨진다. 많은 천재들이 동시에 광기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광기와 열정이 종종 예언자의 특징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Casandra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지만, 아폴로 신의 저주로 인해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된다. 그녀의 예언은 단지 미친여자의 헛소리로만 여겨졌고, 그것은 결국 트로이의 목마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 


mantis, menos의 공통어원은 men-에 있는데, 이 말은 생각하는것과 같은 정신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점을 본다는 것은 사실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정신활동이다. 매니아mania는 특정한 대상에 대한 과도한 정신적인 집중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정도가 너무 과도해서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할 때가 많다. 절도광은 kleptomania, 색광은 nymphomania, 과대망상증은 megalomania 라고 한다. 


오토매틱automatic이라는 단어에도 men-이 들어있다. 오토auto-는 스스로 라는 뜻이고, matic-은 생각한다는 뜻이다. 기계적인 장치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오토매틱이라고 하는데, 사실 어원으로 놓고 보면, 자동차의 자동기어도 일종의 스스로 생각하는 A.I.적인 특징이 있었던 셈이다. 


자동인형은 A.I. 와는 좀 다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자동인형은automaton이라고 하는데,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으로 구성된 말이다. men-은 파생되면서 matos-가 되었는데, 생각한다, 의지를 갖다, 생명을 갖다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A.I.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되던 때가 있었다. <아이로봇I-robot> <A.I.> 그리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했던 2014년 작, <오토마타Automata> 생각난다. 평은 썩 좋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의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한 나름대로 인상적인 스토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사마귀를 의미하는 praying mantis를 굳이 한국말로 풀어서 살펴보면, "기도하는 점쟁이" 정도가 될 수 있을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praying mantis는 사실 모순된 관계다. 기도와 점은 서로 반대되기 때문이다. 기도는 신을 향해 하는 것이고, 점은 우연적인 사태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 절대자를 상정하지 않는다. Mantis에서 파생된 -mancy는 점술, 점치는것 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접미사로 사용된다. 


보통 점을 친다는 영어단어는 augur, 혹은 divination이라고 한다. divination은 divine에서 파생된 말이다. divine은 신의, 신성한, 그리고 점치는 것과 관련된 의미를 갖고 있다. 아마도 점치는 것의 내용을 신으로부터 내려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신성한 것과 연관된다. 보통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점집을 터부시 하는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점과 종교가 매우 밀접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고대 중국에는 크게 두 가지의 점이 있었다. 흔히 점복占卜이라고 할 때, 점과 복이 그것이다. 점은 주역점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산가지라고 불리는 식물줄기를 세어 가면서 숫자를 따져 주역의 64괘와 연계해 점괘를 얻는 방법이다. 

복은 수령이 오래된 거북이의 배껍질을 잘 손질해서 그 한 구석을 불로 달궈 배껍질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직관적으로 점사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이때, 갈라지는 모습을 한자로 조짐兆朕이라고 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조짐의 기원은 거북이의 배껍질에 있다. 


점과 복을 놓고 보면, 점은 인간이 많이 개입된 점술이다. 산가지를 뽑아 나온 수를 통해 특정한 점괘를 얻어낸 후, 인간이 풀이해 놓은대로 점의 결과를 추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기가 거북이 껍질을 갈라지게 하면서 만들어내는 복은 오로지 순수하게 자연의 힘에 의한 무작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불의 열기를 이용해 점을 보는 것이라서 영어로는 pyromancy라고 부르기도 한다. pyro-는 불을 의미하는 접두어다. 소리내서 읽어보면 fire와 얼추 비슷한 소리가 난다.


점과 복은 종종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종종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쟁을 할 것인가를 묻는데, 점으로는 괜찮다고 나왔는데, 복으로는 하면 안된다고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고대에는 점보다 복을 더 신뢰했었다고 한다. 복은 더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민간의 평범한 사람들은 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령이 오래된 거북이를 잡는 것부터가 쉬운일이 아니었고, 그것을 손질해서 준비하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복은 주로 왕이나 권위가 있는 사람, 귀족들이 사용할 수 있었다.  


점술이라고 하면, 대개 미신적이고 비합리적인것, 그리고 동양 특유의 산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점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성행했었다. 관상은 물론, 손금을 보는것 또한 동서양 모두 존재했었다. 손금을 본다는 말은 영어로 palm reading이라고도 표현하지만, chairomancy라고도 한다. chairo-는 손과 관련된 이라는 의미가 있고, mancy-는 mantis에서 왔다. 손바닥의 모양을 보고 점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수상이라고도 한다. 카이로chairo-라는 말은 카이로프랙틱chairopractic이라는 단어에도 사용된다. 손이라는 뜻이 있으니, 몸을 손으로 직접 만져서 치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틀담 드 파리>에서 어느 집시가 에스메랄다의 손금을 보고 그녀의 운명을 말해주는 장면이 생각난다. 중세유럽을 비롯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손금을 인간의 운명과 결부된 것으로 생각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영어로 풍수風水는 feng-shui 라고 한다. 한자어 풍수를 소리나는 대로 쓴 것이다. 서양에도 땅을 읽는 지혜는 있었다. Geomancy라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면에서 동양의 풍수에 대응되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Geomancy는 땅geo-의 모양 생김으로 부터 어떤 점술적인 신호, 사인sing을 발견해 내는 기술이다. 지오맨서Geomancer는 그러한 땅의 상서로운 기운을 파악해내는 사람을 말한다.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는 사이버펑크 쟝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소설의 제목에도 역시 비슷한 어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뉴로맨서”라는 말은 깁슨이 만들어낸 새로운 단어다. 마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를 만들면서 “레플리컨트Replicant”라는 단어를 만든것처럼 말이다. 


뉴로맨서는 신경을 뜻하는 neuro, nerve 라는 말에 소설을 의미하는 romance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소설은 흔히 novel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가공의 이야기, 환상적인 이야기라는 뜻에서 romance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된다. 


모든 인간은 로맨스적인 시기를 겪는다. 성인이 의미하는 그런 의미의 로맨스가 아니라, 어린시절의 로맨스를 말한다. 어린시절의 경험은 실제와 많은 차이가 있다. 어릴 때 뛰어놀던 골목길은 성인이 되어 찾아가면 정말 좁은 골목길이고, 어릴 때 높아 보이던 나무도 성인이 되어 찾아보면 그렇게 높아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로맨스는 현실을 과장하고 왜곡해서 일종의 판타지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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