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classic과 클래시컬classical 두가지 형태는 용법이 헷갈린다. 클래식이라고 할 것이냐, 클래시컬이라고 할 것이냐. 검색해보면 금방 알수 있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클래식 음악classic music이라는 표현은 정확히는 클래시컬 음악classical music이라고 해야 맞다. 구글 검색창에 classic music이라고 치면, 결과는 classical music으로 나온다. 인공지능이 알아서 classic music을 classical music으로 포워딩 하는 것 같다.
클래시컬 뮤직classical music은 고전주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19세기에 확립된 말이라고 한다. 형식적으로 고전주의 음악의 시기는 바로크에서 낭만주의까지를 말한다. 시기적으로는 1750년에서 1820년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클래시컬한 것의 특징은 바로 서양 문화의 고전classical, 다시 말해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동경하고 모방하려던 것에 있다. 그리스와 로마시대는 까마득히 오래된 먼 시대라는 의미에서 고전으로 번역했을 것이다.
19세기의 주류를 차지한 낭만주의romanticism 음악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낭만주의 이전의 음악을 고전, 즉 클래식이라고 한데서 클래식 음악의 명칭이 시작된다.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과 같은 사람들이 고전음악의 범주에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범위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시대의 음악을 말한다. 혹은 시기적으로 그 이후라 하더라도 고전적인 규범과 고전적 특성을 갖춘 음악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드뷔시 같은 이름들도 역시 클래시컬 뮤직으로 소환되는 것이다.
그래도 입에 더 잘 붙는 표현은 ‘클래식’이다. 영어권 사람들과 말하는게 아니라면, 한국사람들끼리 말하는데, ‘클래시컬’이라고 쓰면 어색하다. 한국식 영어의 딜레마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이미 오랫동안 클래식이 굳어졌으니, 새로운 영어표현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물론, 해외에서는 안통할지도 모르지만.
반면 클래식classic은 어떤 형태나 제품의 고전적인 모델, 그 분야를 정의하는 규범에 관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요플레가 등장하고 난 이후로 다양한 맛의 제품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클래식 요플레는 처음 선보인 그 제품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어떤 제품이나 형태에 대해서 클래식하다고 하면, 그 유형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것(여기서 고전은 역사적인 고전의 시대가 아니라 가장 대표적인 모델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자동차는 그런 의미를 분명히 해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클래식 하다는 의미는 자동차의 전형, 자동차의 최초의 규범을 갖춘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클래시컬은 규범이나 유형의 의미보다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낭만주의 전의 시대를 환기시킨다. 그래서 클래시컬 자동차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클래시컬이 의미하는 시대에는 자동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클래시컬은 역사의 한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필름classic films은 고전영화를 말한다. 영화의 역사는 1896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열차의 도착>으로부터 시작된다. 100년이 훌쩍 넘는 영화의 역사에도 고전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의 영화를 클래식 영화classic films라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그런 영화들이 다. 예를 들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블랑카>, <자전거 도둑>, <대부>, <시민케인>, <싸이코>, <원스 어폰어 타임 인 어메리카>, 등등. 어쨌거나, 시간이 지나면 남아있는 것들은 저절로 고전이 되지 않을까?
너무 당연하지만 클래식classic이라는 말은 클래스class에서 왔다. 클래스는 오래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이태원 클래스>에서처럼 한국에서도 거의 일상어처럼 통용되는 말이다. 학급이나 반을 의미하는 용법으로도 그렇고, 등급이나 계급을 의미하는 용법으로도 그렇다.
클래스는 원래 로마시대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시민들을 구분하던 것에서 유래한다. 계급이나 계층별로 세금을 부과하는 구분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분적인 계층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그런 구분에서 가장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들을 클래시쿠스classicus라고 불렀다. 그러다 보니 클래스class 라는 말에는 신분이 높은, 우월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본래 클래스는 계급, 계층을 의미했다. 그래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도 클래스가 등장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계급간의 투쟁은 class struggle이라고 불렀다
중세에 학자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어느정도의 수준이 되는 사람들을 선별하던 것에서 비슷한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을 클래스라고 불렀다. 그러다 보니, 어느정도의 수준과 지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으로까지 사용된다. 비행기의 first class를 생각하면 쉽다.
결국 클래스의 가장 근원적인 의미는 구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클래스라는 단어는 생물학에서 배우는 분류의 명칭에도 포함된다. 종species, 속genus, 과family, 목order, 강class, 문phylum 계kingdom 중에 클래스는 강에 해당한다. 생물용어로는 꽤 어려운 용어였지만 영어로는 일상적인 단어로 표현된다.
누구나 비밀은 따로 보관한다. 나름대로 철저한 분류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밀을 의미하는 말로 classified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분류되었다는 뜻이다. 보다 일반적인 단어로 비밀은 secret라고 하는데, 이 단어 역시 분류한다는 뜻을 그대로 갖고 있는 말이다. se-는 분류나 구분, 잘라내는 것을 의미한다. cret-부분은 체나 거름망 같은 것을 의미하는 krei-에서 왔다. 그래서 secret은 잘라서 구분한다는 뜻이다. 수준과 능력으로 구분하고 분류하는 의미의 class와 비슷한 셈이다.
누군가 고전을 이렇게 정의하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