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이 넬라판타지를 만나던 밤

Jan 31. 2023

엔리오 모리코네는 수많은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남겼다. <석양의 무법자>,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미션>과 같은 영화의 음악은 수 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운드트랙이다.

영화 <미션>에는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곡이 있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엔리오 모리코네에게 3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편지를 써가면서 이 노래에 가사를 붙여 노래할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사라의 끈질긴 열정에 감복한 엔리오 모리코네는 결국 그녀가 자신의 곡에 가사를 붙여 노래하는 것을 허락한다.

“다음 곡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영화 미션을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약 3년 전에 제가 모리코네 씨에게 이 곡에 노래말을 붙여 노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편지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는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간절한 마음을 알 때까지 2개월마다 계속 부탁의 편지를 썼고, 결국 그는 허락해 주었습니다.”

사라 브라이트만, 1999년 3월, 《One Night in Eden》콘서트 비디오 녹화 작업 중 그녀가 이 곡을 소개할 때의 말

그렇게 어렵게 완성된 노래는 널리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이다. 한국어로는 <내 꿈속에서>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판타지fantasy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통상 환상, 허상, 꿈과 같은 시각적 가상이미지에 대한 의미로 많이 쓰인다.

실체가 아니지만 허상과 같은 이미지는 종종 유령처럼 나타난다. 유령은 영어로 phantom이다.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는 엔드류 로이드 웨버의 유명한 뮤지컬이다. 팬텀이라는 전투기도 있다.

팬텀phantom과 판타지fantasy는 둘 모두 가상적 시각적 이미지라는 공통된 속성을 갖고 있다. 스펠링으로 봤을 땐 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ph발음과 f 발음이 같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두 단어는 사실 같은 어원적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 모두 (ph)fan-는 “볼 수 있는” visible이라는 뜻의 라틴어 phantos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ph)fan은 보여주다, 빛 등과 같은 의미와 관련이 있다. 팬텀phantom과 판타지fantasy 모두 동일한 어원적 요소를 갖고 있다.

상상하다는 imagine이 가장 널리 사용되지만, fancy 역시 상상하다, 공상하다의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fancy는 시각적으로 귀엽고, 예쁜것들을 묘사할때도 많이 사용된다.

현상phenomenon이라는 말은 어떤 사태나 상황이 현실로 드러난 것을 의미한다. 현상은 눈으로 볼 수 있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phan-이 phen으로 변형되어 사용되었다. 형용사로 사용하여 phenomenal 이라고 하면 초자연적일적도로 놀라운 현상, 놀랄만한 것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호러영화감독 다리오 아르젠토는 1985년 <페노미나phenomena>라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금도 호러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영화의 제목으로 사용된 페노미나phenomena는 초자연적 현상을 의미한다.

셀로판이나 젤리처럼 반투명하거나, 속이 비치는 것을 diaphanous라고 한다. dia+phanous 로 나눠서 생각하면, dia는 원의 지름diameter 과 같은 단어에서 쓰이는 것처럼 가로지르다across, 통과하다 through 의 의미가 있다. 가로질러서, 투과해서 빛이 보이는 것, diaphanous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제임스 조이스로 인해 널리 알려진 에피파니epiphany 라는 말은 어떤 신성한 것의 현시를 의미한다. 혹은 불교에서 말하는 돈오처럼, 갑자기 어떤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단순히 일상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epi+phany로 살펴보면, 빛이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의 탄생과 같은 종교적인 현현의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