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nd Factory
패션fashion은 종종 소리 때문에 passion과 혼동되기도 한다. 한국어로는 둘다 패션으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어원적으로는 관계가 없다. 옷차림, 유행하는 의상 스타일을 의미하는 패션fashion은 동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동사로 사용될 때 의미는 만들다의 뜻이다.
뭔가를 만들고 제조하는 장소를 공장factory라고 한다. 패션fashion과 팩토리factory는 같은 어근을 갖고 있다. 패션은 라틴어로 동작을 행하다는 뜻의 faceon에서 왔다. 팩토리factory는 만들다라는 뜻의 fac에서 파생되었다.
사실fact 이라는 단어에 만들다fac-라는 어근이 포함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흥미롭다. 특히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엔 더욱 그렇다. 포스트트루스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의 느낌, 신념, 감정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최근에 만들어진 말이지만 역사를 보면 이미 항상 포스트트루스의 시대가 아니었던가 싶다.
Fact와 factory는 관계가 있다. 두 단어 모두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Fac-는 행동하다to do는 뜻을 갖고 있다. 중세에 행동한다는 뜻은 무언가를 만든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뭔가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의미로까지 확장된다. 동시에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사실’ 이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 벌어진 객관적 사태를 말한다. 결국, ‘행위한다’는 기본적인 의미는 공장에서 만드는 행위와 사건이 벌어지는 행위 둘 모두에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제조하다, 만들다는 뜻의 메뉴팩쳐Manufacture에도 만들다-facture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메뉴팩쳐manufacture는 손으로man- 만든다는 뜻이다. Man-는 수동, 혹은 손을 이용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자동automatic에 대해 수동manual이라고 말할 때처럼 말이다. 만들다, 짓다는 뜻을 가진 또 다른 단어에는 Fabricate도 있다. 부정적인 의미로는 나쁘게 만든다는 뜻, 조작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과거 팩트fact는 벌어진 사건, 행동, 범죄에 대한 객관적 사태를 의미했다. 벌어진 사건의 중요성은 범죄일 때 더 중요하게 나타난다. 중세까지도 fact는 흔히 범죄가 일어난 사건에 있어서의 사실을 의미했다고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객관적 사실로 여겨지는 것들의 허구성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현실에 점점 더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다. 덕분에 팩트fact는 종종 픽션fiction과 구별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른바 팩션Faction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