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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Mar 10. 2023

울트라마린 라피스라즐리 코발트블루, 블루, 블루, 블루

알고리즘영단어: ultra marine, cobalt blue, blue

영어로 파란색을 의미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일반적인 블루blue에서, 청바지의 파란색인 진jeans, 코발트 블루cobalt blue, 그리고 울트라 마린ultra marine까지. 울트라 마린은 말 그대로 푸른바다marine 너머의ultra색깔이다. 파란을 넘어선 파란이라고 해야 할까. 울트라 마린은 옛날 연금술사들이 열망했던 라피스 라즐리lapis lazuli를 갈아 만들었다고 한다. 어떤 염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파란색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그중 울트라 마린은 최고였다. 


중세시대 종교화에는 색깔의 상징적인 의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부분 예수는 붉은 색의 옷을 입고 있고, 성모 마리아는 파란색의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의 파란 옷을 그릴 때 유독 울트라 마린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울트라 마린의 푸른색이 너무 성스러워 예수의 상징인 붉은 색을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성모마리아와 예수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에서 마리아의 파란색은 울트라 마린의 경이로운 푸름보다 좀 더 낮은 등급의 염료를 써서 표현했다고 한다. 


흔히 파란색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고 여겨진다. 또 나쁜 의도가 없는 순박한 공상이나 상상과 연관되기도 한다. 하지만 파란색은 감정보다 이성에 가깝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방은 넓어 보인다. 하지만 텅 빈 느낌에 따뜻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감정이나 정서보다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정서가 필요할 때 파란색은 중요하게 쓰인다. 1995년, IBM이 만들었던 인공지능 컴퓨터가 전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컴퓨터의 이름은 딥블루Deep Blue였다.

청바지blue jeans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파란색 의류일 것이다. 청바지 회사 리바이스는 1853년 바이에른 출신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창립했다. 처음 회사 이름은 리바이 스트라우스 & 코퍼레이션Levi Strauss & Co.이었지만 리바이스Levi's로 줄였다.  스트라우스는 1873년 청바지 주머니 모서리에 구리 리벳을 덧대는 것으로 특허를 취득했는데, 지금도 청바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남아있다. 


1890년부터, 리바이스에서 사용되는 501이라는 분류번호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청바지 모델로 사용된다. 청바지는 남녀노소 국적과 문화를 불문하고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1964년엔 리바이스 진이 워싱턴 박물관에 진열되기도 했다. 청바지는 blue jeans이다. 흔히 jeans 이라고 하기도 한다. 


진Jean이라는 이름은 의외로 스위스에서 유래한다. 청바지처럼 값싸고 튼튼하게 염색할 수 있는 것은 당시 인디고Indigo라는 염료였다. 현재도 인디고는 푸른색 계열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스트라우스는 광부들과 카우보이를 위해 아주 질긴 바지를 만들면서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염색을 위해 인디고가 필요했는데, 당시 인디고는 대부분 제네바Geneva 상인들로부터 수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네바 상인들의 푸른색(Blue de Genes)” 이라는 표현에서 영어식의 Blue Jeans 가 유래했다고 한다. 제네바Geneva는 이탈리아의 도시 Genoa와 동일한 어근을 갖는다. Jeans는 제노아Genoa에서 만들어진 천이라는 의미의 Jane으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제네바와 제노아는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고, 거기서 변형된 형태로 jeans가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인디고가 파란색의 염료인 것처럼, 파란색을 만드는 또 다른 색소의 이름에는 아주리트(azurit)가 있다. 아주리트의 단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azure는 깨끗하고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말한다. 청금석을 의미하는 라피스 라즐리Lapis Lazuli의 이름에도 azure의 변형된 형태가 -azuli의 형태로 들어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코발트 블루cobalt blue는 킹스 블루King’s blue라고도 불리는 초록빛이 감도는 짙은 파란색을 말한다. 코발트cobalt라는 말은 Kobold에서 왔는데, 요정이라는 뜻이다. 깜깜한 탄광속에서 코발트 블루는 마치 신비로운 요정의 눈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앞서, 파란색은 이성적인 것을 의미하지만, 가볍고 순수한 공상과 관련이 깊다고 했는데, 코발트 블루는 그런 가벼운 판타지에 어울리는 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란색을 말하면서 울트라마린Ultra Marine을 빼놓을 수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울트라마린은 가장 값비싼 색이다. 울트라마린은 준보석이라고 할 수 있는 청금석Lapis Lzauli로 만든다. 유럽 미술사에서 울트라 마린이 사용된 유명한 작품은 세밀화라고 할 수 있는 <베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시간들The Very Rich Hours of the Duke of Berry>이다. 이 작품은 항상 울트라마린을 사용했는데, 1410년경 그려졌지만 오늘날까지도 그 푸른 광채를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세 종교화에서 기독교의 상징은 주로 색을 통해서 표현되었다. 파랑색은 그중 성모마리아의 색깔이다. 울트라 마린으로 채색된 성모마리아는 승리의 성모, 하늘의 여왕과 같은 의미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성모마리아가 항상 울트라마린의 파란색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예수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에서 울트라마린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색깔의 위계가 종교적 위계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는 신God이기 때문에, 예수와 함께 등장하는 그림에서 마리아Maria의 파란색은 저렴한 색소 혹은 어두운 파랑의 색으로 채색되었다고 한다. 이런 위계질서는 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하는데, 울트라마린의 파랑이 광채가 나는 빨강과 함께 있으면 미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울트라마린의 뜻은 바다marine 너머ultra라는 의미이다. 울트라마린을 만드는 청금석의 원산지가 인도양, 카스피해, 흑해의 건너편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트라Ultra 라는 말은 어떤 것 보다 위에, 건너에, 초월해서 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흔히 사용하는 썬크림에 쓰여있는 UV는 자외선Ultra Violet 이라는 말이다. 여기서도 Ultra는 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다. Violet는 제비꽃이다. 제비꽃은 보라색이어서, 보라색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외선Ultra Violet은 보라색 위의 색깔 혹은 빛의 파장이라는 뜻이다. 보라색(자색) 바깥, 그래서 자외선이다. 


비슷하게, 적외선은 Infrared라고 부른다. 인프라Infra라는 말은 하부, 아래를 의미한다. 사회경제에서 인프라 라는 말은 통상 기초, 토대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간설비는 지면이나 땅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토대는 아래infra와 관계있다. Infrared는 빨강 아래, 스펙트럼에서 빨간색의 바깥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적외선이다. 


뤽 베송의 1988년 영화 <그랑블루Le Grand Bleu>는 심해의 푸른 빛이 얼마나 무한과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였다. 바닷속은 어떤 면에서 우주로 나가는 것과 비견될 만큼 무한한 느낌을 준다. 결국 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은, 어떤 사랑의 열정도 무한하게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이다. <베티블루 37.2>의 포스터는 푸른빛으로 더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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