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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Mar 09. 2023

오이디프스는 데카메론을 읽고 12월에 떠납니다.

알고리즘영단어:December, Oedipus, Shakespeare

<데카메론The Decameron>은 이탈리아의 작가 지오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aaccio가 1350년경 저술한 100편의 소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세계사 시간이나 고전문학시간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데카메론>은 10이라는 수와 관계가 깊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10명이고, 열흘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데카deca-라는 말은 10이라는 뜻이다. 십진법은 decimal 이라고 한다. decade는 십년을 의미하고, 그냥 decades 라고 복수로 쓸 때는 불특정한 수 십 년의 세월을 의미한다. 모세Moses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던 10가지의 계율은 십계명decalogue 이라고 한다. 열 개deca-의 말씀logue이라는 뜻이다. 

서양의 달력에서 December는 10월을 의미했다. 지금 12월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중간에 7월과 8월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로마에서는 자신들의 위대한 황제를 기념하기 위해 달의 이름에 줄리우스 시저와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넣었다. 덕분에, 시저의 이름 Julius는 7월July로, 아우구스투스Augustus의 이름은 8월August로 남았다. 


중간에 새로운 2개의 달이 생기면서 차례대로 7월이었던 September 는 9월로, 8월이었던 October는 10월로, 9월은 11월, 10월은 12월이 되었다.


라틴어로, 7, 8, 9, 10 은 차례로, septem, octo, novem, decem이다. 8을 의미하는 octo-는 일상적으로 많이 쓰인다. 8음계는 옥타브octave라고 한다. 다리가 8개인 문어는 octopus, 말 그대로 여덟0cto의 다리pus를 의미한다. 


Pus는 다리, 발을 의미한다. Pus는 ped의 형태로도 사용된다. 자전거의 바퀴를 돌리는 것은 페달pedal이다. 이족 보행은 bipedalism이라고 한다. 인간은 두bi 발ped로 걷는다. 차도road 옆의 인도를 걷는 보행자는 pedestrian이다. 


소포클레스Sophocles의 희곡 <오이디푸스Oedipus Rex>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에도 pus가 들어있다. 오이디프스Oedipus는 발이pus 부었다oidan는 뜻이다. 희곡의 내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화를 소재로 한다.  

어느 날 테베Thebes 의 왕 라이어스Laius는 신탁oracle으로부터 예언을 받게 된다. 그것은 아들이 자기를 몰아내고 왕비와 결혼한다는 것이었다. 신탁의 예언이 두려웠던 왕은 아들이 태어나자 마자 심복을 시켜서 아이를 처리하게 한다. 왕의 명령을 받고 왕자를 처리하려던 부하는, 차마 아이를 살해할 수 없어, 숲속에 발을 묶어 두었다(버전마다 디테일의 차이가 존재한다).


마침 숲길을 가던 어느 부부의 눈에 띄어 아이는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발견당시 아이의 발Pus이 퉁퉁 부어swollen 있어서, 아이의 이름은 오이디프스Oedipus가 되었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어로 부은 발, 혹은 형태가 이상한 발을 의미한다. 


오이디프스는 이후 다른 왕가로 입양되어, 그곳에서 입양된 사실을 모른 채 성인으로 자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 대한 끔찍한 예언을 알게 된 오이디프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할 것이라는 예언을 피하기 위해 집을 떠난다. 


신탁의 예언은 이로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라이어스가 그랬던 것처럼, 오이디프스가 자신에 대한 예언prophecy을 피하기 위해 내린 바로 그 결정으로 인해 그는 운명의 그물에 걸리고 만다. 결국, 집을 떠나 떠돌던 오이디프스는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생부 라이어스와의 다툼 끝에 그를 살해하고 만다. 


운명fate속엔 그것을 거부하려는 저항까지도 이미 포함되어 있다. 라이어스가 아들을 버리지 않았다면 운명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오이디프스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떠나지 않았다면? 거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부의 매듭처럼, 벗어나려 할수록 더 단단히 묶일 수밖에 없다. 


결국 예언대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프스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아내가 된 이오카스테Iocaste의 브로치brooches로 두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난다. 


로미오Romeo는 머큐시오에 대한 복수revenge로 쥴리엣 가문의 티볼트를 살해한 후, 이렇게 절규했다. 


“나는 운명의 손에 놀아나는 바보로구나”
“I’m a fortune’s f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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