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영단어: Utopia, Dystopia, topography
유토피아Utopia는 크게 두 가지로 어원을 분석한다. 첫째는 장소를 의미하는topos에 부정의 접두어U-를 붙인 형태로 보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의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U가 행복한, 좋은 것을 의미하는 eu-의 형태로 유토피아는 천국같은 곳, 행복한 장소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좋게 돌려서 말하는 완곡어법euphemism에서처럼 eu-는 좋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행복감을 의미하는 유포리아euphoria에서도 볼 수 있다. 뭔가 좋다는 뜻은 대부분 e(u)로 시작한다. 누군가에 대한 칭송, 좋은 말eulogy등을 의미하는 단어에 e(u)가 등장한다. 안락사는 euthanasia, 양질의 유전자를 선택하여 개량하는 것을 우생학eugenics이라고 한다. 유토피아적 세계를 그린 영화에 우생학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앤드류 니콜의 1997년작 영화 <가타카>(Gattaca)는 이러한 우생학적 완전함과 자연적 불완전함의 대립을 그린 영화다. 제목의 스펠링은 DNA 구성요소인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조합이라고 한다. 주인공 빈센트는 자연임신과 자연출산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하지만 동생 안톤은 유전자 맞춤형으로 완벽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빈센트는 작은 키에, 근시에 왜소한 체격, 천식과 각종 잔병을 달고 다닌다. 예상 수명도 그다지 길지 않다. 반면 안톤은 임신단계에서부터 부모와 의사들의 합의로 눈동자 색깔부터, 질병의 유무, 키, 성격까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태어났다. 불완전한 형 빈센트는 거의 완전한 동생 안톤에게 늘 형 같지 않은 형이었다. 발육이나 건강, 총명함이나 외모조차 형 빈센트는 안톤을 따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불완전한 삶의 조건 속에서 치열한 삶의 열정이 나오고, 완벽한 삶의 조건 속에서 불안하고 비인간적인 권태와 일상이 나타난다. 완전하고 완벽한 것은 곧 디스토피아적인 것이 된다.
안톤이 없었다면 빈센트는 자신의 타고난 성정과 신체적인 조건에 만족하며 살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 조우하게 안톤과 빈센트는 어릴 때 늘 그랬던 것처럼 헤엄치기 시합을 한다. 어릴 때부터 빈센트는 항상 안톤에게 지기만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형제의 수영시합에서 이긴 것은 빈센트였다. 놀랍게도 완벽한 신체조건의 안톤은 빈약했던 육체의 빈센트 뒤에서 계속 헤엄치다 숨을 헐떡이며 포기한다. 늘 수영하다 지쳐서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형 빈센트가 자신보다 더 먼 바다로까지 헤엄쳐가는 것이다. 숨을 몰아쉬며 안톤은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빈센트가 대답한다.
"I never saved anything for the swim back."
“난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았으니까.”
topos는 장소, 지형, 지리를 의미하지만 문학에서 주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글이나 연설, 서사에서 주제라는 말로 흔히 쓰이는 토픽topic이라는 단어 역시 관계가 있다. 공동의 장소라는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의미가 주제라는 추상적인 의미로까지 확장된 경우다. topography는 지형학을 의미한다.
에니메이션 <쥬토피아>는 zoo와 utopia를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다. 동물들zoo의 유토피아라는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동물들의 생명을 연구하는 동물학은 zoology라고 한다.
유토피아의 반대되는 말로 디스토피아dystopia를 사용한다. 사실 대부분의 유토피아는 결과적으로 디스토피아인 경우가 많다. 멋지고 완벽한 세상인줄 알았는데 완벽한 것은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는 깨달음이 종종 주제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실은 약간 부족한, 완전하지 않은 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최상이고 최선이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d에는 <아담의 창조>The Creation of Adam 가 있다. 하느님의 손가락 끝이 아담의 손끝과 닿을 듯 닿지 않은 그림이다. 손가락이 맞닿았다면 예술적인 의미가 훨씬 덜 했을 것이다.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는 그리스 항아리에 새겨진 두 연인의 초상을 보고 미와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본 채로 더 이상 가깝게 가지 못한 채 영원히 각인된 것이다.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거리로 인해, “아름다움은 진실이, 진실은 아름다움이 되었다 Beauty is truth, truth beauty.“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현대시인 월러스 스티븐스 이렇게 쓴 바 있다.
”불완전함이 우리의 천국이다. Imperfect is our paradise.”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는 유토피아Utopia적인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Dystopia소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우생학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계급과 직업이 결정되는 완벽한 통제사회속의 등장인물이 자연적인 인간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세계를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인류와 문명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고도로 문명화된 세계 사람들은 소마soma 라는 약을 복용하는데, 이 약은 부작용도 없고, 모든 삶의 근심걱정을 사라지게 하는 완벽한 약이다. 소마의 상징성은 사회와 문명으로부터의 완벽한 도피를 의미하며, 동시에 인류에 대한 통제를 의미한다.
이후 <멋진 신세계>는 많은 디스토피아적dystopian 영화와 소설의 모델이 되었다. dys-는 나쁜, 정상이 아니라는 뜻의 접두어로 사용된다. 질병의 이름에 붙을 때가 많다. 난독증은 dyslexia이고, 소화불량은 dyspepsia이다.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은 세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템페스트』에서 따왔다.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많은 영화에서 소마soma와 같은 역할을 하는 약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했던 디스토피아 영화 <이퀄리브리엄Equalibrium>에도 시민들은 항상 주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프로지움Prozium이 등장한다. 프로지움이라는 이름은 대표적인 항우울제antidepressants 프로작Prozac과 이름이 비슷하다. 의도적인 작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렌 슬레이터Lauren Slater는 1998년 <프로작 다이어리Prozac Diary>를 써서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우울증을 극복하면서 정신적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그 영향을 매우 솔직하게 기록했다. 이후 작가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고백하고 치유하는 많은 글들이 쓰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