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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Feb 11. 2023

불면증은 앰뷸런스를 타고 온다

불면증insomnia은 앰뷸런스ambulanced를 타고온다

앰뷸런스는 걸어다니는 병원walking hospital이라는 의미였다. ambul-이라는 말은 걸어다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영어단어ambulate는 산보하다, 걷다, 산책하다의 뜻을 갖고 있다. 다른 말로 stroll, promenade, walk 등이 있다. 영어는 명사중심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take a walk등의 형태로 쉽게 쓰인다. 


병원hospital은 호의적인, 낯선사람에게 친절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hospitable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hospit-라는 말은 손님이나, 낯선 사람, 집주인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병들거나 여행객을 보살펴주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hospitium에서 왔다. 호스피스hospice와 비슷한 말이다. 보통 집주인을 의미하는 호스트host라는 말이 공통적으로 쓰인다.

애초에 손님을 의미하던 호스트host에서 주인으로까지 의미가 확장되었다. 그런데, 호스트host라는 말은 ghos-의 형태와도 관계가 있다. 유령, 귀신ghost이라는 뜻의 단어가 재빨리 떠오른다. 


한국에서 귀신은 종종 손님guest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손없는 날에 이사를 선호한다. 손은 손님, 귀신이다. 손님은 아는 사람일 수 있지만, 과거엔 낯선사람이 손님으로 오는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낯선 방문객, 낯선사람 등의 의미는 유령과 중첩된다. 달갑지 않은 방문이었을 것이다. 


몽유병은 somnambulism이라고 한다. 동사의 형태는 somnambulate로 쓰는데, 말 그대로 잠somn을 자면서 돌아다니는 ambulate 것을 의미한다. 혹은 somn-의 의미를 육체로 이해하면, 말 그대로 돌아다니는 몸이 되겠다. soma는 인가의 몸을 의미하는 접두어로 사용된다.


somn-은 잠을 의미하는 접두사다. 인썸니아insomnia는 불면증이라는 뜻이다. 잠somnia을 잘 수 없다in- 는 말이다. 잠을 자는 것은 인간의 육체다. 육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는 some-이다. 염색체는 크로모좀chromosome이다. 염색체는 한자로 染色體로 쓴다. 색으로 물들인다는 뜻이다. chroma는 색깔이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구글 크롬chrome 로고의 다양한 색깔이 떠오른다. 


소크라테스Socrates는 자신을 탈출시키려고 온 제자들의 제안을 거절하며 자신은 죽음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영혼은 육체에 갇혀있는데, 죽음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해방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었던 만큼 육체는 일종의 감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가두고 있는 것은 바로 육체soma 였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멋진 신세계>The Brave New World에는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강제로 투약하는 알약이 등장한다. 마치 육체라는 감옥에 인간의 정신을 가두어 놓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이 약의 이름은 소마soma였다. 인간 정신의 감옥이라는 은유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약을 통해서 인간의 정신을 통제하는 상징은 다양한 문학과 영화에서 사용되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는 정신병원을 일종의 축소된 사회처럼 그리고 있는 밀로스 포먼Milos Forman 감독의 1975년 영화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삐딱한 잭 니콜슨이 결국 병원의 약물치료를 거부한다. 간호사로 상징되는 병원의 권력에 저항하던 그는 결국 폭력적인 강제약물 투입과 전기치료로 바보가 된다.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고능력도 상실한 그를 병원에서는 아주 착한 환자가 되었다. 반항적인 개인이 어떻게 고분고분한 환자가 되어가는지를 보여준다. 포먼 감독은 체코Czechoslovakia 출신이다. 



영혼불멸을 믿었던 소크라테스의 믿음은 사이버펑크 티비 시리즈cyberpunk television series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에서 다시 현대적으로 재탄생한다. 영화는 인간의 정신적 영역을 디지털화해서 작은 칩에 보관할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총체적 자아는 유에스비같은 작은 칩에 디지털로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칩은 육체에서 육체로 이동하면서 인간의 정신은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 죽음은 칩이 부서질 때이다. 영화에서 인간의 육체는 더 이상 바디body가 아니다. 그들은 그것을 슬리브sleeve라고 부른다. 소매라는 뜻도 있지만, 대부분 뜨거운 커피컵에 끼우는 두꺼운 종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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