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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Mar 13. 2023

파리에 알바트로스가 날면, 센 강엔 바람이 불지 않는다

알고리즘영단어:Paris, Albatros, Old Lang Syne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인도유럽어족은 원래 유럽에 있었던 신석기 시대 사람들을 쫓아내고 실질적인 유럽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중의 일부는 켈트인이었다. 그들은 기원전 1200년 무렵에 브리튼 섬을 거점으로 삼았고, 기원전 800년 경에는 중앙 유럽으로 이주하여 철기문화를 구축했다고 한다. 


기원전 600년 무렵부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침략을 노리고 있었으므로 고대 그리스인들, 특히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us는 그들을 갈라타이(Galatai)인이라든가 켈토이(Keltoi)인이라 불렀는데, 여기서 ‘켈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대 로마인은 그들을 갈리아인으로 불렀고 카이사르가 갈리아 주변을 정복할 때까지 켈트 문화는 번영을 구가했다. 

유럽에 남은 켈트의 흔적은 아직도 선명하다. 프랑스의 수도, 그리고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19세기의 수도라고 불렀던 파리Paris는 그 이름에 켈트의 유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파리Paris라는 이름은 켈트계의 파리시parisii족이 최초로 살았던 곳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켈트 신화의 여신 세쿠아나(Sequana 유유히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의 이름에서 센 강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켈트어의 ‘흐름’Rei이라는 말에서 라인Rhine 강, ‘강’을 의미하는 켈트어 danu라는 말에서 다뉴브(도나우,Donau) 강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켈트는 유럽 지식의 원천이었다. 한국어로 작별, 석별의 정으로 알려진 스코틀랜드의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켈트 음악이 뿌리라고 한다. 올드 랭 사인은 “옛날 옛적부터”old long since라는 뜻으로 영미권에서 새해 전후에 부르는 노래다. 할로윈Halloween도 켈트의 축제에서 비롯되었다. 


사람이름 앞에 붙는 ‘Mac’은 켈트어로 ‘~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맥도널드는 도널드Donald의 아들Mac이라는 뜻이 된다. 북유럽에서는 –son의 형태로 아들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잭슨Jackson, 존슨Johnson, 리차드슨Richardson, 앤더슨Anderson 과 같은 예들이 모두 여기 해당한다. 


파리Paris라는 이름에 얽힌 좀 더 근거 있는 이야기는 par가 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par와 소리가 유사한 barge는 실제로 배를 의미한다. 때문에, 파리paris의 의미는 배와 관계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파리의 문장emblem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문장에는 "Fluctuat nec mergitur,"라는 라틴어가 쓰여져 있다. “파도가 배를 흔들어도 배는 가라앉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부르타뉴에 있던 켈트 왕국의 수도 이스(Is)를 동경하여, 이스와 ‘같다’는 의미를 새기려고 ‘Is’에 ‘par’를 붙여 이름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여기서 Par는 “~과 같다“는 뜻을 갖고 있다. 비교한다는 뜻의 compare는 같은 것pare-을 함께com 놓고 본다는 뜻일 것이다. 어떤 차이와 불균형, 격차는 disparity라고 한다. 똑같은 것을 의미하는 parity 앞에 부정의 접두어dis-가 붙었다. 


동등한 지위에 있는 친구나 동료는 peer라고 부르는데, 역시 똑같다는 의미의 par의 변형된 표현이다. 학술논문의 심사를 동료연구자가 하는 것은 peer review라고 한다. 동료라는 말에서 좀 더 추상하면, 짝꿍이 된다. 신발의 짝, 양말의 짝을 말할 때, pair를 쓰는 것은 그런 이유다. 


Par-가 같다는 뜻의 의미로 사용되는 또 다른 예는 골프에서 찾을 수 있다. 골프에서 타수에 붙이는 명칭은 알바트로스, 이글, 버디, 파 등이 있는데, 홀에 정해진 타수와 동일할 땐, 파par라고 한다. 

신천옹으로 번역되는 알바트로스albatros는 가장 큰 새 중의 하나다. 영국문학에서 알바트로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낭만주의 시인 사무엘 테일러 코울리지Samuel Taylor Coleridge의 <노수부의 노래The Rime of Ancient Mariner>에는 알바트로스가 등장한다. 긴 항해에 지루해진 노수부는 선박위를 활강하던 알바트로스를 이유 없이 석궁crossbow으로 쏘아 죽인다. 동료선원들도 처음에는 잠깐 재밋거리가 생긴 것처럼 동조하지만, 곧 선원들 모두는 알 수 없는 바다의 저주에 갇히게 된다.


무풍지대the doldrums. 바람이 불지 않아 꼼짝도 할 수 없는 그곳에서, 배는 마치 그림속의 배처럼 미동도 없다. 더위와 강렬한 햇빛 갈증으로 선원들은 자기 손목의 피를 빨아 먹는다. 선원들은 노수부가 알바트로스를 쏘아 죽인 것 때문에 저주에 걸렸다는 집단 히스테리에 사로잡히게 된다. 선원들의 집단적인 질책과 비난으로 노수부는 죄의 상징처럼 알바트로스를 목에다 걸어야 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선원들이 자신들의 손목을 물어뜯어 피를 빨아마시면서 말라죽어 갈때까지, 노수부는 살아남았다. 그들은 사방이 물밖에 없는 바다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마실 물 한 방울 없는 역설적인 목마름과 싸워야 했다. 코울리지가 그린 이 초현실적인 풍경은, 다른 맥락에서 매우 일상적인 현실이 되었다. 


“사방이 온통 물인데,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구나“
“water, water, everywhere, nor any drop to dr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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