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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Apr 02. 2023

달력과 소명과 악마의 대변인

알고리즘영단어:calendar, calling, vocation

달력calendar 으로 인해 인간은 시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한적 있다. “시간이 무엇인지 잘 알지만, 누군가가 내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대답하기 어렵다”


칼렌다calendar는 시간을 기록하는 역법을 의미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간의 측정은 태양과 달을 관측하면서 이루어진다. 천체상 태양의 위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역법이 양력solar calendar이라면,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은 음력lunar calendar이다. 


현대 한국의 달력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태양태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달력에는 양력 날짜 아래에 음력이 병기되어 있다. 태음력은 달이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것을 1달로 삼아서, 이것을 12번 반복하면 1년으로 간주한다. 


지금도 그런 것처럼 고대인들에게 달은 매우 신비로운 현상이자 존재였다. 특히 달은 그 모습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임으로써 천문학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고대인들에겐 매우 주술적인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다. 

칼렌다라는 말에는 달에 대한 주술적 숭배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대의 신관은 초승달의 출현을 나팔을 불어 알리는 일을 맡아서 했었다고 한다. 그때, 달이 모습을 나타나는 시간에 맞춰 “달이 떠오른다” 라고 외치는call 것이 신관의 중요한 일이었다. 라틴어로 불러 모으다는 뜻은 칼로calo 라고 한다. 


로마에서는 초하루를 카렌다에 calendae 라고 불렀는데, 이는 “달을 부르는 날”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부른다는 뜻은 영어의 call 이라는 단어와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calendar라는 말의 의미는 달의 신령스럽고, 신비스러운 천문학적 운동에 대한 주술적인 숭배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언하다, 공표하다는 뜻의 declare에도 흔적이 남아 있다. 해외 여행을 마치고 입국할 때, 세관은 종종 이렇게 질문한다. Do you have anything to delcare? 세관에 신고할 물건이 있습니까? 당연히, 신고할 것은 신고하는게 마음 편할 것이다. 

직업job을 의미하는 말에는 calling도 있다. calling은 종종 소명이라는 뜻으로 자주 해석한다. 일종의 직업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생각이 바탕이 된, 일종의 사명감이 바탕이 된 직업이라고 볼 수 있다. 


직업은 자신의 천성적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소명이라고 할 때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는 생각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이다. 그래서 직업은 vocation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vocation은 목소리voice와 관계가 있다. 소리로 부르는 것vocal이기 때문이다. 입으로 부르는 소리는 말speak이다. 그래서 인간이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를 의미하는 vocabulary도 역시 소리voice와 관계된다.


소명, 혹은 직업을 vocation 이라고 한다면, 부업은 avocation이라고 한다. 본래의 직업vocation에서 떨어져a-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한다. 한 가지 직업을 꾸준히 하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부업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부지런한 것이기도 하지만, 재능이나 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김소월의 시, <초혼>의 영역은 보통 Evocation이다. 밖으로e- 불러내는 소리vocation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적당할 것 같다. evoke는 동사로 사용되면, 어떤 개념이나 생각을 환기한다는 의미가 있다. 비슷한 형태로 사용되는 provoke는 자극하다, 화를 내게 한다, 도발하다는 뜻이 있다. 자극을 주어서 voke를 앞으로 꺼내게pro-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명사로는 provocation으로 쓴다. 


advocate는 어떤 주장에 대해서 옹호한다는 뜻으로, 누군가를 대변한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누군가를 향해ad- 목소리를 내는vocate 일이기 때문이다. 1997년 키아누 리브스와 알 파치노가 주연했던 영화 <Devil’s Advocate>는 뉴욕의 로펌회사의 대표로 육화된 진짜 악마에 관한 초자연적인 스릴러다. 영화 제목에 등장한 악마Devil은 영화에서 진짜 악마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다수를 차지한 주류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한다는 의미에서, “악마의 대변인” Devil’s Advocate 은 본래 카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던 말이다. 가톨릭 교회는 사후에 모범적인 신앙인을 복자로 인정하는 시복과 복자를 성인으로 인정하는 시성을 심의할 때 의도적으로 후보자의 결점이나 의심스러운 점을 지적하는 역할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악마의 대변인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역할은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에 의해 폐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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