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 magic, technology, machine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그리스 어원인 테크네techne-는 기술, 재주라는 뜻을 갖고 있다. 테크네techne-의 핵심인 텍스teks는 직물을 짜는, 제조한다는fabricate는 뜻이 있다. 문학이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텍스트text라는 말은 원래 직물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건축을 의미하는 architect에도 역시 기술이라는 말이 보인다.
이에 반해 마법magic은 일종의 초현실적인 기술이다. 매직macic은 magike 라는 단어에서 기원하는데, 이것은 자연에 숨겨진, 초자연적인 힘을 의미한다. 여기서 힘을 의미하는 magh-라는 어원이 나타난다. magh-는 능력과 힘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내는 어원이다. 마법사magician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특별한 힘이 있다.
magh-에는 또한 환영과, 환상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같은 어원에 유래를 두고 있는 고대 인도의 베단타학파의 단어인 마야maya는 환영(幻影)과 허위(虛僞)에 충만한 물질계. 또는 그것을 주는 여신의 초자연인 힘을 지칭한다고 한다. magh-는 종종 meg(mag)-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거대함, 위대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magnus는 위대하다great는 뜻을 갖고 있다. 1215년 영국에서 국왕과 시민들 사이에 맺어진 일종의 규약이라고 할 수 있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대헌장) 는 그것 자체로 민주주의적인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위대한 속성은 곧 물리적인 규모의 거대함으로도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것을 더 크게 확대한다는 의미로 magnify가 사용된다. 말 그대로, 더 크게mag- 만든다-fy는 뜻이다. 어떤 행동이 위대하고, 영광스러울 때 magnificent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역시 뭔가를 크고 웅장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율 브리너가 주연했던 서부영화의 고전, <황야의 7인> 은 원제가 <The Magnificent Seven> 이었다. 어떤 일의 위대한 장인을 지칭하는 maestro, 중요하다는 의미의 major, 최대치를 의미하는 maximum 등도 모두 meg-의 어원과 관계가 있는 말들이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handi의 이름에도 사용되어, 간디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magh-가 힘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부터 기계machine라는 단어도 등장하게 된다. 기계는 인간을 대신하여 힘을 만들어내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마키나machina 라는 형태로 사용되어 장치, 기계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원래 의미는 힘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인간을 대신해서 신이 최종적인 결말을 만들어 내는 장치를 deux ex machina 라고 불렀는데, 장치라고 봐도 좋고,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라고 봐도 좋을것 같다.
<엑스마키나 ex-machina>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어느정도 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케일럽 이라는 이름의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파견된다. 하지만, 케일럽은 인공지능을 검증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에바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검증하는 인간이 오히려 자신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에바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어느 날, 케일럽은 자신이 인공지능에게 던진 모든 질문이 고스란히 자신에게도 던져질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에바처럼, 케일럽은 어쩌면 자신도 스스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안드로이드가 아닐까 하는 의심에 사로잡힌다. 케일럽은 결국 자신의 팔을 자해하면서 자신의 육신이 인간의 육체인 것을 확인한다.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인간과 가깝다. 혹은 반대일수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인공지능과 가까운 존재일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인간과 닮은 기계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애초에 인간은 그만큼 기계와 닮았기 때문일 수 있는 것이다.
눈부신 과학의 세례를 받은 이래로, 과학문명은 많은 신비주의의 베일을 걷어냈다. 수천년간 지속되던 주술과 미신과 비의의 지식은 고작 200-300년의 역사를 가진 과학에 의해서 탈신비화라는 명목으로 철저하게 유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신화적인 영역으로 남겨져 있을 법한 것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드디어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영역들도 그 신비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한때 숭고한 것으로 여겨지던 사랑도 종종 호르몬의 교란에 불과한 것이 되버렸다는 표현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대사가 되었다.
지적인 능력이나, 공감능력, 감정과 예술성은 이제 더 이상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영역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실 그것은 인공지능이 발달하기 전에도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영역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러한 능력의 개인간의 편차는 매우 극단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추상적이고 신비스러운 관념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었던 것은, 과학과 교육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machina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mag의 어원을 찾다 보면, magh-ana 의 형태로도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역시 의미는 어떤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천수경에 등장하는 진언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sri sri maha sri su sri svaha'에서 온, 수리수리 마하수리(修理修理 摩訶修理)와, 대승 불교에서의 대승(大乘: Mahāyāna),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등에 등장하는 Magh-ana는 주문을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또한 대승불교에서는 불교의 거대함, 위대함과도 뜻이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는 영어로 Magi라고 한다. 오헨리의 단편소설 중에 가난한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아름다운 작품이 있었다. 가난한 두 남녀가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다. 남자는 여자의 아름답고 긴 머리를 위한 멋진 빗을, 여자는 남자의 회중시계에 어울리는 멋진 시계줄을 선물로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아름답고 긴 머리를 잘라서 시계줄을 샀던 것이고, 남자는 자신의 회중시계를 팔아서 여자를 위한 빗을 산 것이었다. 이 작품의 제목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번역되었지만, 원래 영어제목은 <The Gift of Magi>이다. 옛날에는 조로아스터교의 추종자들을 magi라고 불렀다고 한다. 일종의 비밀스러운 신비와 지식이 연관되어 magic의 의미와 관련을 맺게 되었을 것이다.
<에반게리온Evangelion>에 등장하는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도 마기MAGI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일본 에니메이션은 드라마도 탄탄하지만, 인물들의 이름을 짓는것도 정말 감탄스러울 때가 많다. 마기는 크게 중요한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동방박사 세 사람의 이름을 따서, Melchior, Balthasar, 그리고 Gaspar라고 불렸다.
육중한 메카닉 장치속에 고도의 정신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능이 설치되어 있는 원형적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서 이미 감탄스럽게 구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