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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Apr 13. 2023

펑크난 타이어에서 플라톤의 어깨를 거쳐 태양의도시까지

알고리즘영단어: flat, plant, planet, Helio


자동차에 펑크가 났다는 표현은, “I have a flat tire” 혹은, “I got a puncture” 라고 한다. 

flat은 평평하다, 납작하다는 뜻이다. 구멍으로 바람이 빠져나가면 타이어는 지편에 납작하게flat 눌리기 때문이다. puncture는 말 그대로 구멍이 뚫린 것을 의미한다. 


평평하다는 뜻의 flat은 식물과 관계가 있는 말이다. 식물은 plant라고 하는데, 어원적으로 식물이 땅을 밟고 자라는 것과 관계가 있다. fla-와 pla-의 형태가 비슷하다. 식물을 뜻하는 plant의 어원이 되는 plantare는 땅을 발로 밟거나, 혹은 땅을 평평하게 한다는 뜻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의 발바닥 안쪽을 가리키는 planta라는 말에서 왔다. 그래서 plat는 수평으로 퍼지다, 평평하게 퍼지는 것과 관계된 의미에서 사용된다. 


그래서 plat과 flat는 비슷한 관계가 있다. p와 f는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서 같은 소리로 실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원적으로도 비교적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plantare 라는 말이 땅과 인간의 발, 그리고 발로 걸어가는 움직임과 관계가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planet이라는 말과도 관계가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planet는 행성이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별이라는 말이다. 


어원으로planet 은 plantare와 관계가 있다. 둘 모두 평평함과 움직임이라는 plat를 공유한다. 다닐 행行자를 쓰는 것은 아마도 어원적으로 이러한 의미를 충분히 잘 이해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높은 지역의 넒은 지역, 이른바 고원은 영어로 plateau라고 한다. 단어의 소리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Plato 의 영어식 발음과 같다. 플라톤은 운동을 매우 잘했는데, 특히 레슬링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플라톤의 이름은 그의 떡 벌어진 어깨와 매우 잘 어울리는 작명이다. 이름을 그렇게 지어서 운동을 잘하게 된 것인지, 후에 그렇게 이름이 붙은 것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역시 모두 넓고 평평한 것과 의미가 깊은 셈이다. 

행성planet은 과거에 혹성이라고도 불렸다. 1968년 챨턴 헤스턴(Charlton Heston)이 주연했던 영화 <Planet of the Apes>는 한국에 소개 될 때,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행성은 과거에 혹성이라고 불렸다. 

행성과 혹성은 같은 것을 의미한다. 행성들은 고정된 별자리와 달리 자리를 이동한다. 밤하늘의 천체를 연구하는 점성술사들에겐 볼 때 마다 위치를 바꾸는 행성이 마치 사람은 눈과 마음을 현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현혹眩惑하는 별이라는 뜻에서 혹성惑星이라고 불렀다. 이를테면 점성술적인 주관성이 가미된 명칭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혹성이라는 말 대신에 행성行星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별이라는 말이다. 


놀라울 정도로 발달한 천문학astronomy 덕분에, 지금은 태양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하계 중심galactic center을 2억 2천만년에 걸쳐서 한 바퀴를 돈다고 한다. 


태양을 의미하는 단어는 helio-라는 접두어를 사용한다. 태양을 향해서 자라는 것은 향일성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heliotropism이라고 한다. 태양을helio 향해 몸을 돌리다trop(turn)는 뜻으로 풀이한다. 해바라기sunflower는 대표적인 향일성 식물이다. 


태양은 홀로 빛나고 지구위에 군림한다. 오랫동안 숭배와 종교의 대상이기도 했다. 태양은 종종 선망을 담은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헬리오helio라는 말은 브랜드 이름으로도 종종 사용된다. 헬리오시티Heliocity라는 아파트 브랜드도 있다. 태양의 도시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스 신화에서 히페리온Hyperion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와 새벽의 여신 이오스Eos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히페리온Hyperion은 “위를 걷는 자he that walks on high” “높은 곳의 신the god above”의 의미를 갖고 있다.  덕분에, hyper-라는 접두어는 종종 무언가를 초월한, 그 이상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주의realism보다 훨씬 더 사실주의적인 것은 극사실주의hyperrealism라고 한다. 점점 더 흔해지는 질병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라는 병명에도 hyper가 쓰인다.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줄인말이다.  

히페리온, 헬리오스는 종종 태양의 신으로 동일하게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태양의 신으로는 아폴로Apollo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어원적으로 히페리온의 발음, 페리오- 부분이 아폴로의 발음 폴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결국 히페리온이 곧 아폴로인 셈이다.  


식물들은 햇빛이 좋아서 그쪽을 향하기도 하고, 혹은 싫어해서 태양을 피하기도 한다. 이것은 주광성phototaxis이라고 한다. 햇빛의 자극에 따라 가까이 가려고 하거나, 멀어지려고 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빛의 속도로 8분 20여초 걸린다고 한다.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태양이 멀리 있을 때는 지구로부터 14억 9천 600만 킬로미터 떨어지게 된다. 


이런 절대적인 거리를 두고서, 지구 안에서 고작 몇 센티미터, 몇 미터의 차이로 태양과 가까워지고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미미한 거리의 차이가 생태의 습성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19세기 독일의 작가 횔덜린Friedrich Hölderlin은 독일 문학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불행한 작가였다. 하지만 20세기 초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를 비롯, 헤르만 헤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발터 벤야민과 같은 작가들에 의해 그의 작품이 재평가 되면서 오늘날 독일 현대시의 선구자로 평가 받게 된다. 그가 남긴 유일한 소설의 제목은 <히페리온>이었다. 1, 2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은 독일 청년 병사들은 배낭에 횔덜린의 작품을 간직하고 다녔다고 한다. <히페리온>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지구상에 지옥이 만들어졌던 것은 항상
인간이 자신들의 천국을 만들려고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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