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 revolution, revolver, volume
혁명革命이란 단어는 중국의 고전인 오경(역, 서, 시, 예, 춘추) 중의 하나인 역경易經(주역)에 등장한다. 그것은 천명을 개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周易>에 실린 64개의 괘 중 택화혁澤火革은 개혁과 변화를 의미하는 괘로 알려져 있다. 한 군주에게 있었던 천명을 고쳐서 다른 군주에게로 옮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군주를 교체한다는 뜻이다. 혁명의 역사는 수 천 년 전부터 있었던 셈이다.
원래 한자어 革은 동물 껍질을 벗겨서 그 안의 고기를 발라내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 뜻이 확장되어 개혁, 새로 바꿈, 혁명을 의미하게 되었다. 쾌의 상으로 보면, 물과 불의 대치를 보여준다. 어느 한쪽의 세력이 달라지면 전체 구도가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택화혁 괘는 영어로 Revolution으로 번역한다. Revolution은 Re-와 volute로 나눌 수 있다. 일단 Re라는 접두사는 다시, 재- 라는 뜻을 갖고 있다. volute는 볼륨volume과 같은 단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회전이나 돌아가는 것과 관련이 있다.
Revolution은 기원하는 단어가 따로 있다. Revolve 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는 revolvere인데, 이것은 “돌리다, 뒤로 감다”의 뜻이 있다. 권총의 한 종류인 리볼버revolver는 장전된 총알이 돌아가면서 발사되는 의미를 핵심으로 한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틴어의 revolver는 돌아간다는 뜻을 갖고 있다. 리볼버 권총은 약실이 원통형으로 되어서 돌아가면서 탄환이 발사된다.
레볼루션revolution은 밤하늘의 천체운동을 설명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과거엔 천체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레볼루션revolution이라고 했다. 14세기 사용되었던 revolucioun은 원래 하늘의 천체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의미했다. 천체가 원운동을 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 하늘의 움직임은 지상에서의 변화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해되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 사람들은 하늘의 기운이 지상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천체의 회전을 의미하는 레볼루션은 15세기 중반에는 단순히 거대한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 단어를 선택했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의 전환은 바로 이 레볼루션으로 인해 생겨난 셈이다. 패러다임paradigm의 전환은 늘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온다. 레볼루션은 사회, 문화체제 전반에 걸친 격동적인 변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단순히 천체의 움직임을 의미하던 레볼루션에 정치적 변화의 의미가 부여된 것은 17세기 프랑스에서 부터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 이 단어는 영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묘사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제임스 2세 치하에서 스튜어트 왕조가 쫓겨나고, 더 순수한 합헌정부아래에 있었던 윌리엄과 메리가 왕권을 갖게 된다. 이 사건은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1688-1689) 이라고 불린다.
덕분에, 레볼루션은 기존의 사회정치 시스템을 전복시킨다는 의미로 프랑스에서 사용되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정치적인 맥락을 떠나서 어느 분야에서든 급격한 변화를 지칭하는 일상적인 용어가 되었다. 혁명이 너무 많다. 최근에는 초록혁명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는데, 1970년대부터 생겨난 글로벌 음식 생산에서 사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천체의 운동이 그러하듯, revolution은 거대한 원 운동의 회전을 의미한다. 타로카드Tarot Cards에 등장하는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urtune처럼 원운동은 가장 극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꼭대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바닥은 다시 꼭대기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변화의 정도를 방향으로 표시한다면 180도는 가장 극적인 최고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편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누구의 삶에서든 힘든 시기와 좋은 시기는 순환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진화를 의미하는 evolution도 유사한 의미를 갖고 있다. evolves는 말려있던 것을 다시 풀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풀어낸다는 것은 뭔가를 회전시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진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풀려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더 안 좋게 퇴화하는 것은 devolve라고 한다. 명사로는 devolution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 아래, 혹은 낮은 등급을 의미하는 de-가 접두어로 쓰였다.
책codex이라는 형태가 나오기 전, 서양에서는 양피지parchment 위에 글씨를 쓰고, 그것을 둘둘 말아서 보관했다. 두루마리scroll형태라고 하는데, 이것 하나가 곧 책 한권에 해당한다. 양피지 혹은 종이를 말아서roll 원통형으로 보관한다. 이렇게 보관된 하나를 volume이라고 불렀는데, 종이를 둘둘 말았기volve- 때문에 생겨난 명칭이다. Scroll과 Volume 모두 회전과 돌아가는 것, 둘둘 마는 것과 관련된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양피지, 혹은 종이를 둥글게 말다 보면, 부피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volume은 체적이나 양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래서, voluminous라고 하면 덩지가 있는, 양이 많은, 굴곡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책을 지칭하는 단위명사는 권卷이다. 책이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흔히 1권, 2권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책冊의 형태가 아닌 비단 같은 곳에 글을 썼을 때 둘둘 말아서 보관했는데, 이것을 권卷이라고 불렀다. 영어의 volume에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지금은 더 이상 두루마리 형태로 문서를 만들어 내지 않지만, 볼륨volume이라는 단어는 책이 여러 권 일 때 구분하는 명칭으로 여전히 사용된다.
책이나 도서를 지칭하는 말로, 한국, 중국, 일본은 책冊과 편篇이라는 말을 쓰는데, 역시 과거 문서를 보관하던 물리적 방식을 지칭하는 단어에서 생겨난 말이다. 책은 끈으로 묶여져 있는 형태를 말하고, 편은 죽간과 같이 대나무 조각에 기록된 것을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디오Audio의 볼륨스위치는 대부분 돌리도록 고안되어 있다. Volume이 갖고 있는 체적, 양의 의미는 소리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두루마리가 무겁게 말려 있으면, 역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것은 그것을 읽을 때 더 많은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볼륨은 텍스트의 양을 의미하는 것에서 그것을 읽을 때 들리는 소리까지 의미하게 되었을 것이다.
볼륨Volume의 정확한 정의는 단순한 소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보통 fullness or intensity of sound로 정의된다. 볼륨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사실,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밀도를 조절한다는 뜻인 셈이다.
동양은 세상을 천원지방의 구조로 파악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뜻이다. 불교의 만다라mandal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하학적 도형이지만, 서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보편적인 도식이다. 하늘이 보통 원형과 연관지어 표현되는 것은 그만큼 밤하늘의 천체가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지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서남북 네 방위를 기본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원지방, 즉, 하늘은 둥글로 땅은 네모지다는 표현이 생겨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