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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만이 영사기를 돌리면 은막위로 운명이 흐른다

알고리즘영단어: fable, tarot, propeller

by 현현

타로tarot카드가 유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 타로카드로 점을 친다. 타로카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Tarot가 현재 쓰이는 영어 스펠링이지만, 이전에는 taro혹은 rota등의 이름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타로카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라면 아무래도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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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레바퀴 이미지의 상하좌우에는 천사, 독수리, 소, 사자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타로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물, 공기, 흙, 불을 의미한다. 꼭대기에는 스핑크스, 그리고 바퀴의 아래쪽에는 아누비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퀴의 상징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변화와 순환, 반복과 회전이다.


바퀴가 굴러갈 때, 가장 높은 곳의 지점은 다시 가장 낮은 지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것에 착안해서 사람들은 인간의 운명도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가 있는 것으로 유추했을 것이다.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영어단어 rotate는 돌아가다, 순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타로tarot를 지칭하는 예전 단어 rota와관계가 있다. rotate에서, rota를 거쳐서 tarot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분적으로 비슷한 형태가 보인다. 순환과 회전이라는 의미에서 로테이션rotation이라는 말은 이미 한국에서도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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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는 프로펠러propeller가 달려있다. 프로펠러는 앞으로pro- 밀어낸다pelle는 뜻이다. 선풍기 날개fan와 같이 생긴 것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추진력을 만들어내고, 그 힘으로 양력을 만들어서 하늘을 날게 한다. 애매하게 비슷하지만 헬리콥터에는 훨씬 더 길게 만들어진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흔히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라고 말할때가 많다. 하지만 영어로는 프로펠러라고 하지 않는다. 영어로는 로터rotar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rotar는 앞선 rotate, 혹은 타로의 운명의 수레바퀴처럼 돌아감을 의미한다. 기능적으로 비행기의 프로펠러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헬리콥터의 로터는 동체를 수직으로 올리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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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프로펠러는 단어의 의미가 앞으로pro 추진-peller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pro-는 앞을 의미하고, pel-은 영어의 drive처럼 밀다, 추진하다, 밀어내다, 등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행기는 앞으로 날아가는 것이 주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쫓아낸다는 pel-은 dispel쫓아내다 expel 추방하다, repel거부하다 등의 단어에서 보인다.


앞으로 추진한다propel 는 운동의 방향성의 의미가 이미 있기 때문에, 프로펠러propeller라는 단어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헬리콥터의 운동성을 만들어내는 도구로서 적합한 이름이 아니다. 그래서, 헬리콥터의 경우 회전을 한다는 의미의 rotar가 더 적절하게 보인다.


앞을 의미하는 접두사 pro-는 prospect전망, preface서문, prophet예언(앞날을 맞추기)등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앞일을 내다보는 예언자라는 뜻의 Prophet은 앞을 의미하는 pro-와 말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phet로 구분된다. 말하다는 뜻의 phet는 많은 단어에서 ph혹은 f-소리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전화를 말하는 phone은 본래 소리를 의미하였고, 여기서 소리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의미하였을 것이다. 본래는 사람이 말한다는 의미에서 소리라는 의미로 파생되었다.


아주 어린 유아는 영어로 infant라고 한다. 단어 자체를 분석해보면, in은 부정의 접두사이고, fant의 핵심인 fa-는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infant의 어원적인 의미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유아는 아직 말을 배우기 전의 어린 아이라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말한다는 뜻이 f로 실현되는 경우는, 우화를 의미하는 fable 이나 운명fate와 같은 단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솝 우화는 Aesop's Fables 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종종 운명은 신탁oracle 이라는 말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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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서전적인 영화의 제목은 <파벨만스The Fabelmans>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역시 스필버그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자서전적 영화의 제목에 파벨만fabelman이라는 이름을 넣었을 만큼 그는 이야기fable를 좋아하는 사람man인 셈이다. 제목의 파벨만은 즉각적으로 페이블맨fableman 이라는 소리와 자연스럽게 혼동된다. 파벨만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영화를 위해 지어낸 것으로 생각된다. 이름에 The가 붙은 복수형은 "파벨만네 사람들"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스펠링을 살짝 돌리면 영화제목의 의미가 도드라진다. 영화를 보게 되면, 더 분명한 의미를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은 때로 훌륭한 이야기fable다. 뭔가가 거짓말같이 정말 훌륭하다면, fabulous라는 형용사를 쓰기도 한다. 판타스틱fantastic, 마블러스marvellous등과 비슷하게 쓰일 수 있다. 멋지고 훌륭하고 대단한 것들을 표현하는 형용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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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극단적인 대안학교 혹은 홈스쿨링에 대한 매우 진지한 고민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인간적으로 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제도와 정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던 아버지는, 제도권에서 아이들을 키우지 않기로 한다. 그는 자연속에서 가정이라는 학교를 통해 아이들을 교육한다. 아이러니 하지만, 엄마와 아빠 모두 아이들을 스스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제도권에서 엘리트처럼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역설적인 것은, 엘리트 과정을 밟았던 부모가,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아서, 사회와 교육시스템으로 부터 벗어나려고 했다는 것이다.


허먼 멜빌이 썼던 19세기 대표적인 미국소설<모비 딕>에서 주인공 이슈마엘에게 지혜와 지식을 주는 것은 바다였다. 이슈마엘은 말한다. "나에게 포경선은 예일이고 하버드였다 a whale-ship was my Yale College, my Harvard" 이슈마엘은 삶의 지혜와 지식을 자연과 바다에서 배운 것이다. 거꾸로 본다면, 그 시대에도 예일과 하버드는 예일과 하버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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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아버지는 아이들이 자연속에서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기를 원한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학교이자 놀이터다. 꾸준히 운동을 하며 심신을 단련을 하고, 칼과 화살로 야생 동물을 잡아먹으며 생활해 나간다. 아이들은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며 올바르게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투병 중이었던 엄마의 죽음 소식이 들려온다. 슬픔에 빠진 가족들은 엄마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고자 문명의 세계속으로 모험을 떠난다.


엄마의 마지막 유언은? 자신을 화장한 후, 재를 공항 화장실 속에 버려flushing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게다가 장인은 자기 딸의 이런 터무니 없는 유언을 지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돈 많고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갖고 있는 장인이자 할아버지로부터 아내의, 엄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남편과 아이들은 애정 가득한 투쟁을 시작한다. 그 과정속에서, 아이들은 사랑을 찾고, 할아버지와 소통하며, 자연속에서 다져진 자신들의 능력을 문명속에서 아낌없이 보여준다.


아이비리그에 수월하게 합격할 만큼 똑똑한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사랑은 쉽지 않다. 토론과 논쟁과 SAT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아들이 사랑에 빠진다. 사랑은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닌가? 혹은, 책으로 배운대로만 하려고 한 것이 문제였을까? 사랑은 쉽게 풀리지 않고, 아이들은 오해와 상처와 눈물속에서 성장해 간다. 그리고 그 길끝엔 바다로 떠나는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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