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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들러! 샹들리에는 왜 올라간거야?

알고리즘영단어:candle, chandelier, chandler

by 현현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이름에는 직업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다. 베이커Baker는 빵굽는 사람, 스미스Smith는 대장장이blacksmith, 카펜터Carpenter는 목수carpenters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영국의 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도 역시 직업에서 유래한 성을 갖고 있었다. 세익스피어Shakespeare라는 이름은 창spear를 휘두르는shake 사람, 칼잡이 혹은 창던지기 등과 관련한 직업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세익스피어는 직접 창을 던지는 일은 하지 않았겠지만, 창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펜을 휘둘러서 역사에 길이 남았다.


유명한 미국의 티비 시리즈 <프렌즈Friends>에는 친구사이인 6명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모니카Monica, 피비Phoebe, 레이첼Rachel, 로스Ross, 조이Joy 그리고 챈들러Chandler가 그들이다. 아마도 프렌즈에 등장하는 친구 중에서 평범한 중산층 백인에 가까운 인물은 챈들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직업과, 교육수준 등, 챈들러는 다른 두 친구 조이Joy 나 로스Ross와는 달리 평균적인 삶의 안정을 구가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가장 안정적으로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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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렌즈>를 보면서 영어공부를 하는 유행이 있었다. 이후로, 미국의 드라마는 영어공부의 가장 훌륭한 교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많은 경우, 공부의 목적이 드라마의 재미로 대체되긴 했지만, 여전히 드라마를 이용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은 편이다.


챈들러Chandler 라는 이름은 양초candle와 관계가 깊다. 아마도 챈들러라는 이름은 최초에 양초를 파는 사람으로 부터 유래했을 것이다. 양초의 스펠링candle는 chandle 과 비슷하다. c 와 ch는 많은 경우 같은 어원에서 기원하는데, 스펠링의 차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소리가 중요하다. 같은 소리로 실현된다면, 어원에서 관계가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챈들러Chandler라는 이름이 초와 관계가 깊은 것은 샹들리에chandelier를 생각해보면 더욱 확실해 진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조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샹들리에chandelier는 마치 대저택이나 왕궁처럼 천정이 높은 곳에 매달려 조명을 예술의 경지로 만들어준다. 지금은 전구를 이용한 샹들리에를 사용하지만, 과거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촛불을 끼워서 사용했다. 샹들리에Chandelier라는 이름은 이것을 위해 양초candlestick 여러개를 한데 모아서 사용하던것에 기인한다. 샹들리에chandelier의 chandle-은 양초candle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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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가수 시아Sia의 노래 <샹들리에Chandelier>는 사랑을 갈구하며 내면의 공허를 채우려고 발버둥치는 젊은이의 이야기다. 화려한 파티에 등장하는 샹들리에를 타고 허공에 몸을 맡기고,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질펀하게 춤추고 마시면서 파티를 즐긴다.


From the chandelier
I'm gonna live like tomorrow doesn't exist
Like it doesn't exist
I'm gonna fly like a bird through the night
Feel my tears as they dry
I'm gonna swing from the chandelier

내일이 없는 것처럼, 나는 샹들리에 위에서 살거야. 밤하늘을 나는 새처럼 하늘을 날면 뺨위로 흐르는 눈물이 말라가는 것을 느낄수 있을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9bKkogQlWPw

노래의 가사는 특별한 수식이나 비유없이 욕망과 상처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아주 명민하게 묘사하고 있다. 현대영미시시101 강의계획서syllabus는 노랫말로만 채워도 차고 넘칠 것 같다.


어쨌거나, 화려한 샹들리에로 대변되는 향락과 즐거움의 밤이 지나고, 결국 다음날이 되면 몰려오는 죄책감과 공허감에 괴로워한다.


해가 뜨면, 난 엉망진창이야
Sun is up, I'm a mess


샹들리에처름 촛불은 종종 삶의 공허함 혹은 위태로움을 묘사하는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세익스피어의 유명한 비극, <맥베스Macbeth> 의 유명한 독백은 촛불과 인생의 절묘한 비유를 보여준다.


"꺼져라, 꺼져라, 연약한 촛불이여. 인생은 한낱 걸어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무대위를 어색하게 걸으며 초조해 하다 역할이 끝나면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분노에 찬 알수없는 소음으로 가득한 백치가 주절거리는 의미없는 이야기."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William Shakespeare,Macbeth


미국의 현대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음향과 분노Sound and Fury>의 제목은 바로 이 구절에 등장하는 “Sound and Fury”에서 가져왔다. "음향"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쿠스틱한 뉘앙스가 자연스럽지 못해서, 다른 대용어를 시도한다고 하지만, 한번 각인된 제목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흔한 단어일 뿐인데, 그 단어의 출처가 생기는 순간, 뭔가 의미가 깊어지는 것 같다. 독자는 출처에 해당하는 작품의 의미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흔한 단어이지만, 단어의 출처가 갖고 있는 풍부한 맥락과 의미는 그것을 차용한 작품을 이해하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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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역시, 제목을 세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The Tempest>에서 가져왔다. 극중,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는 평생을 섬에서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았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외부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 정말 놀라워요.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니요! 인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요. 그런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멋진 새로운 세상이에요"
“Oh, wonder! How many goodly creatures are there here!
How beauteous mankind is! O brave new world, that has such people in ‘t!”

세상과 고립되어 섬에서만 살아온 미란다는 외부의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바깥 세상에도 아름답고 선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는 장면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란다가 “멋진 신세계”라고 말했을 때는, 분명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또 멋진 페르디난도 왕자와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매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우생학이 지배하는 미래세계, 자연적인 출산이나 사랑이 사라진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자연적인 것의 가치가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속에서 사라져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멋진 신세계>는 세익스피어의 희망적인 문구를 매우 역설적으로 사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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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를 풍미한 그룹 <도어스The Doors>는 그룹의 이름을 고전에서 차용했다. 단순히 문이라는 보통명사에 불과한데, 출처가 필요했을까? 평범한 문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룹의 이름에 사용된 문은 올더스 헉슬리가 썼던 책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책의 제목은 <인식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이었다. 이 책은 헉슬리 자신이 메스칼린을 비롯 다양한 약물들을 복용하면서 경험한 환각적, 심리적 경험psychedelic experience에 관한 기록이라고 한다. 비록, 관객들에겐 보통명사 문이지만, 유례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나, 밴드 멤버들에겐 단어의 출처로부터 생겨나는 심오한 정신세계의 아우라aura를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헉슬리 역시 이 제목을 자신이 만들어 내지는 않았다. 헉슬리는 이 책의 제목을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서 따왔다. 블레이크의 시 제목은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이고, 헉슬리가 인용한 구절은 "인식의 문이 정화되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무한히 드러난다. If the doors of perception were cleansed, everything would appear to man as it is" 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영국의 낭만주의 작가이지만, 블레이크의 사상은 동양사상과 많이 닮았다. 서로 대립되는 것의 중요성은 주역의 음양사상과 통한다. 실제로 블레이크의 사상은 불교의 화엄경 등과 연관되어 연구되기도 했다.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블레이크의 시구절은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 첫구절 일것이다.


한알의 모래에서 세상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손바닥 안으로 무한을 쥐면
영원은 순간속에 존재한다.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And Eternity in an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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