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영단어:rhapsody, bohemian, vagabond,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흔히 말하는 세익스피어 4대 비극에 포함되지 않는다. 4대 비극은 <멕베스>, <오델로>, <리어왕>, <햄릿>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결말에서 두 가문이 화해함으로써 고전적 비극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결말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희극의 요소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 비극은 tragedy, 희극은 comedy 라고 한다. 비극을 의미하는 영어단어tragedy는 염소와 관계가 있다. 비극이라는 말의 tragedy는 염소나 사슴을 의미하는 tragos와 노래와 시를 의미하는 oide(ode)가 결합한 단어다. 염소가 관계된 이유는 당시 비극을 공연하기 전에는 염소를 산 제물로 바치고,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는 배우에게 염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tragedy는 제물로 바쳐지는 염소의 노래goat song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medy는 그리스어 komos와 ode로 구성되어있다. komos는 흥겨운 술잔치를 의미한다. 술잔치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흥겨운 술잔치에서 부르는 노래이니 만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코메디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세에 comedy는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 comedy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시나 서사, 이야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널리 알려진 단테의 <신곡> 영어제목은 <Divine Comedy> 이다. 코메디comedy라는 말을 흥겹고 즐거운 희극이라고만 생각한 사람들에겐 제목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신곡>은 흥겨운 코메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의미에서의 코메디, 즉, 유머러스하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 것은 16세기 이후부터라고 한다.
1321년경 완성된 <신곡>은 서양문학의 근원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후대 작가들은 <신곡>의 구절들로부터 다양한 영감과 주제를 찾아냈다. <신곡>은 중세의 관점에서 사후세계afterlife의 모습을 시인의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작품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지옥편Inferno>, <연옥편Purgatorio>, <천국편Paradiso>이다.
tragedy, comedy에서 공통적으로 결합된 oide라는 말은 노래를 의미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유명한 Ode들은 아직도 널리 읽히는 편이다. 쉘리의 <서풍부>는 <Ode to the West Wind>이고 키츠의 <멜랑콜리의 시>는 <Ode on Melancholy> 이다. 똑같이 Ode라는 단어를 썼는데, 어떤 번역은 부賦로 번역하고 어떤 번역은 시詩로 번역한다. 부와 시 모두 중국문학에서 시의 장르에 속한다. 어느 시기까지 한자의 영향이 지대했던 탓에 예전의 번역에는 시와 부라는 단어가 혼재했던 것 같다.
melody는 달콤한 노래라고 할 수 있다. melody는 노래를 의미하는 단어들로 결합되어 있다. melo-, ode- 둘 모두 노래song을 의미한다. 랩소디Rhapsody와 패러디parody 등에서도 ode가 보인다. 패러디는 옆에 비껴서서para 노래한다ode는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para는 다소 조롱의 의미가 섞여 있다. 원래 의미는 서툴게 흉내내기 정도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일종의 풍자와 비판을 위해 사용되는 문화, 예술, 문학에서의 기교라고 할 수 있다. 패러디가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적 전략이었다면, 요즘은 밈meme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밈meme이라는 말은 리차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사용한 용어였다. 이 단어가 처음 생겨날 때는 생물학적인 맥락에서였지만, 이후 사회문화정치경제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특정한 개념이나 어떤 행동, 개인의 스타일등이 모방되면서 반복 재생산되어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밈Meme의 어원은 말 그대로 모방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스어 mīmēma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것panto-을 모방한다mime는 뜻의, 판토마임pantomime의 명칭에 사용된 마임mime역시 비슷한 어원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방한다imitate는 뜻이다.
랩소디는 rhapsody는 바느질과 관계가 있다. Rhap- 부분이 유래한 rhaptein에는 바느질하다, 엮다 등의 뜻이 있는데, rhapsodos 는 여러 노래ode를 한데 엮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가장 유명한 랩소디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아닐까.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팬들에게 큰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대학입시 결과를 보러가는 날 버스 안에서 우연히 퀸의 <We are the champions>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보헤미안Bohemian이라는 말은 중부유럽 보헤미아 지방을 지칭하는 Bohemia에서 유래한다. 흔히 사회의 관습이나 제도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자유분방한 예술가나, 소설가, 지식인등을 지칭하는 말처럼 사용된다. 은근히 지적인 허세가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지만, 실속만을 추구하는 속물적인 필리스틴philistine과 구별되는 말로도 사용된다. 영어로는 집시Gypsy라고도 하고, 또 방랑자를 의미하는 vagabond와도 비슷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슬램덩크>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만화가 다케이코 이노우에는 아직도 <베가본드>라는 제목으로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한 작품을 계속 연재중이다. 쉬다, 쓰다, 쉬다, 쓰다 하면서 벌써 세월이 많이 흘렀다. 1998년 연재를 시작했다고 하니, 25년째인 셈이다. 제목에 쓰인 <베가본드> 는 단순히 떠돌이 낭인이라는 의미에서 방랑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베가본드라는 말은 보헤미안이라는 말과 의미상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베가본드와 동일어처럼 사용된 보헤미안Bohemian이라는 말에도 무사, 전사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어원을 살펴보면, Boia-는 무사warriors라는 의미가 있고, hemian는 집을 의미한다. 집은 독일어로 heimat라고 하고, 영어로는 home이다. 공통된 요소가 보인다. 보헤미아Bohemia라는 단어에 집heimat, home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 보헤미안들이 떠돌이로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역사적으로 이러한 무사집단, 전사들Boia에 의해 집을 빼앗겨 떠돌이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외력에 의해 터전에서 쫓겨난 애초에 비운의 운명을 타고난 집단인 셈이다. 그들은 정주할 수 없이 떠돌 수밖에 없었고, 떠돌이들의 삶에, 규칙이나 규율은 효용이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동일한 집단을 지칭하고 환기하는 말이지만, 보헤미안Bohemian은 프랑스어, 집시Gipsy는 영어, 그리고 스페인어로는 플라멩코Flamenco가 사용된다.
빅톨 위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에 등장하는 에스메랄다는 정말 아름다운 보헤미안이다. 그녀가 부르는 보헤미안의 노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집시에게 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