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사용하며 바라본 IoT
제가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명입니다. 조명은 집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요. 4년 전, 호기심에 LIFX라는 스마트 조명을 하나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전 블랙프라이데이 때, 4개 세트를 추가로 구매했죠. 그 뒤로 이 녀석들은 매일매일 저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과 주변의 물건들이 매일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정말정말 못합니다. 그래서 알람시계, 휴대폰 알람, 샤오미밴드 진동알람, 라디오알람을 해놔야 겨우 일어나는데요. 집안의 조명도 ‘아침기상’ 역할에 일조시키고자, 일출 후 15분 뒤에 백색(6500K)의 밝은 빛을 내도록 해두었습니다. 뭐, 조명때문에 일어난 적은 손에 꼽히지만요. 아, 공기청정기도 같이 돌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제가 깨어나고 집을 나서기 전까지, 조금씩 다시 어두워집니다. 주인을 배웅할 준비를 하는거죠.
출근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서 4-5분쯤 걸으면, 집안의 조명과 공기청정기는 자동으로 꺼지고 낮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이녀석들이 쉴 동안 이제 저는 열심히 일을 해야죠.
퇴근을 하고 집 근처에 들어서면, 집안의 조명과 공기청정기는 다시 켜집니다. 집을 들어서면 원래 그랬다는 듯 따뜻한 빛으로 저를 맞아줍니다. 조명은 약간 주황빛(3200K)으로, 70%정도의 밝기로요. 씻고, 밥을 먹고, 컴퓨터를 하는 동안 이 녀석들은 밤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듯 차분하고 따뜻한 빛으로 방의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아, 공기청정기도 같이 돌고 있네요.
밤 열두시 반이 되면, 조명들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저는 항상 컴퓨터를 하고 있을 시간이죠. 모니터의 화면도 점차 따뜻한 색을 띄기 시작합니다. 맥의 Night Shift가 동작하는군요. 조명은 점점 어두워지며 저에게 누울 것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두워진 뒤에도 컴퓨터를 더 하고 싶을 때에는(거의 매일) 다시 ‘Night Scene’로 바꿉니다. 그래도, 이제 자야겠죠. 윽. 한 시 사십분이 되니 아이폰도 저보고 자라고 하네요.
침대에 누워서, 잠들기 위해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이제 자야죠. 아이폰 제어센터를 열고 ‘Good Night Scene’을 누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집안의 모습은 매일 접하는 제 방의 모습입니다. 어떻게보면 기대보다 별로일 수 있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도 저는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방 전체의 분위기가 저의 생활패턴에 맞춰 자동으로 바뀌니까요. 공기청정기가 필요할 때 알아서 일하는 것은 덤. (사실 통장에 돈이 많다면 가습기도 사고 보일러 제어기도 사고 홈팟도 사고 했겠지만..)
이렇게 일하는 녀석들 모두 기본적으로 Apple의 HomeKit 플랫폼 안에서 제어하거나 자동으로 동작하도록 만들어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의 이유로 LIFX라는 조명의 플랫폼을 하나 더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건 시간에 맞춰 서서히 빛의 색과 밝기가 바꿔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애플은 왜 이걸 지원 안하고 있을까요! 기기들의 간단한 구성도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집안의 전자기기 중 가장 중요한 녀석입니다. 집안의 조명을 담당하죠. 예전에는 컨트롤을 하려면 전용 앱을 사용해야했는데, 이제 Apple HomeKit과 연동되어 Siri나 Home app을 통해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Day & Dusk 기능이 생겨서, 하루의 시간을 펼쳐놓고 원하는 밝기와 색온도를 설정해둘 수 있습니다. 아침 기상시간에는 백색의 밝은 조명이 되고, 다시 어두워졌다가, 저녁에는 주황빛 조명이 되었다가, 밤이 늦으면 점점 어두워지죠.
샤오미 미에어는 공기청정기인데, Apple HomeKit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용 앱을 통해 조작하거나, 시간 예약을 시켜둘 수 있는데요, 마지막에 말씀드릴 Homebridge를 통해 HomeKit에 연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녀석은 이녀석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일을 합니다. 집안의 공기질을 파악하여 스스로 필요할 땐 열심히 일하고 아닐땐 쉬엄쉬엄 일을 하거든요.
Xiaomi mi air purifier 홈페이지 링크
아이폰은 HomeKit과 사용자와의 제일 중요한 접점입니다. HomeKit에 연동된 기기들을 제어하거나 기기 전체의 상태를 Scene으로 만드는데 필요하죠! 그리고 Automation으로 일출, 일몰, 특정 시간,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특정 Scene으로 바뀌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Home app이나 제어센터, 혹은 Siri를 불러서 Scene을 바꾸거나 상세한 조작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애플티비는 넷플릭스…. 애플티비는 HomeKit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HomeKit의 서브 플랫폼으로 집사 역할을 합니다(홈팟과 아이패드도 되요). 애플티비가 없다면 HomeKit은 동일한 Wifi망 내에서만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반쪽짜리 인데요, 이것까지 구성하면 외부에서도 HomeKit을 제어할 수 있고, Geo Fencing을 사용하여 사용자가 집을 나가거나 돌아오는 것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Scene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위에 제가 설명드린 LIFX와 Xiaomi mi air는 애플티비에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 Homebridge라는 것을 중간에 거치고 애플티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애플은 HomeKit을 발표한 뒤로, 이것을 지원하고자 하는 전자기기들에는 HomeKit 칩을 달게 했습니다. 애플의 IoT 플랫폼에 손쉽게 편입시키기 위해서이죠. 페어링과 조작을 쉽게, 일관성 있게 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저의 기기들은 이 칩이 없습니다. 물론 LIFX의 최신 버전을 구매하면 되지만..
그래서 많은 능력자분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HomeKit칩이 없는 IoT 기기도 HomeKit에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Homebridge였고, 저는 집에서 놀고있는 라즈베리파이에 이 시스템을 깔고 기기들을 연동하고 있죠.
지금까지 제가 구성하여 사용중인 Home IoT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바로 위에 설명한 시스템과 기기에 대한 부분을 보면 상당히 복잡한 듯이 보일 수 있는데요, 사실 몇 년간 상당히 복잡하게 사용해왔습니다. HomeKit을 제대로 쓰기 전까지는 개별 앱을 통해 제어하고 스케줄을 짜서 돌리고, IFTTT등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Geo Fencing기능을 사용하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페어링 과정도 번거롭고요.
하지만 이제 HomeKit을 지원하는 IoT기기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이 제품들을 구매한다면 아주 간편하게 Home IoT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구글이 Nest를 인수한 뒤로는 구글이 선두에 서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현재 애플만큼 Home IoT 플랫폼의 기반을 잘 준비한 회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제가 몇 년 전 'IoT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제품’은 그것 자체의 의미도 있겠지만, 인간에 의해 사용될 때 더 깊은 의미가 담긴다. 도구는 무엇일까? 도구는 인간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제는 하나의 도구만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도구(사물)들이 서로 협력하여 사용자의 어떤 특정 목적을 이루게 해준다. IoT의 본질은 사용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도구들이 협력하여 하나의 전체로서 유연한 흐름으로 사용자에게 유용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가 계속 이런 관점으로 IoT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Home IoT는 이제 정말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대신 이것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너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바라기 보다는 '조금 더 편리한 생활'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겁니다. IoT 시대에 여러 도구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잘 제공하면서도 협력을 통해 조금 더 똑똑해 지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IoT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 살 때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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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최근 pxd story에 쓴 글입니다. 이와 비슷한 UI 디테일에 관한 탐구나, UX디자인 전반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pxd story 블로그를 찾아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