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써야지
언젠가는 써야지 하면서도 ‘쓸 수 있겠어’ 마음이 생기지 않아 몇 년을 묵혀두고 있다. 이 글은, 올해는 꼭 써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기 위한 프롤로그이다. 졸려서 자려다가 우리 고양이 프라이데이가 홈팟을 밟고 지나가 우연히 맘에 드는 음악이 나와서, 음악을 잠시 들을 겸 쓰는 글이다.
‘데이터’와 관련된 글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엔 첫 한 발을 내딛는데 용기를 주는 글도 있고, 본인의 업무나 회사에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활용기도 있고, 기법이나 툴에 대한 글도 있고, 용어 설명에 대한 글들도 있다. 물론 그 외 다른 주제의 글들도 많이 있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데이터분석에 대해, 생각나는 주제들을 대략 키워드로 정리를 해보면 아래와 같다. 데이터 분석 글을 쓰려 한다곤 하지만, 데이터를 찾아보지 않고 일단 생각나는대로.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 마케팅, 용어, 지표, SQL, R, Python, 엑셀, 시각화, 데이터 과학, 그로스해킹, UX, 스타트업….
일단 내가 쓰려고 하는 주제인, ‘디자이너의 데이터 분석’에 관련된 키워드만 추려보자면 아래와 같다.
데이터 분석, 엑셀, UX, 지표 (+ 사용자 관점의 디자인 능력)
디자이너가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는데 Python, SQL, R과 같은 언어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작하는데 데이터 과학, 빅데이터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기본적인 분석 지표는 알아두면 좋다.
체계적으로 학문을 배우고 연구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할바는 못되지만, 적어도 3년 반동안 스타트업에서 이런저런 데이터분석을 사용자 관점으로, 마케팅 관점으로, 때론 개발 관점으로 해 본 결과, 일단 엑셀을 가지고 무언가 해보면 되겠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함께 스타트업에 있던 팀원들도 모두 그렇게 데이터 분석 능력을 키웠다.
‘디자이너의 데이터 분석’의 소주제라 할만한 것은 세 가지 정도인데, 이건 2019 HCI학회에서 내가 발표했던 주제와 같다.
1. 근거를 기반으로 한 신뢰있는 디자인
2. UX 개선에 따른 성과지표 관리
3. 사용자의 행동패턴에 대한 객관적인 유형화
데이터가 아주 복잡하거나 양이 많거나 하지 않다면, 누군가 분석할 수 있게 전처리를 해주었다면, 위의 세 가지 주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은 엑셀로도 충분하다. 특히 3번은 엑셀로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
엑셀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엑셀은 이런저런 잣대로 들여다보거나 raw data를 탐색하는데 최적의 툴이다. 특히 그 과정들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할나위 없다.
탐색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엑셀로 raw data를 들여다보는 것은 사용자를 다양한 시각으로 shadowing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raw data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raw data를 다양한 잣대로 들여다보거나 묶어보거나 풀어보면서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으로 사용자들을 바라볼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탐색을 합쳐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데이터로 사용자조사를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UX디자인에서 사용자 조사는 주로 정성적인 조사로 진행된다.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raw level의 데이터를 얻게 되고, 그것들을 분석하며 핵심 문제들, unmet needs들을 도출하고 방향성을 잡게 된다. 이 과정을 데이터로도 할 수 있고, 정성조사로는 부족한 정량적 근거도 채울 수 있게 된다. 물론 정성조사에서만 알 수 있는, 그리고 올바른 질문으로부터 파악되는 사용자의 맥락이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에서도 논리의 도약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영역의 데이터분석은 디자이너가 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 조사로부터 문제점을 찾고 컨셉을 만들며 그런 사고를 하는데 강점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앞으로 적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