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손이 박수를 치다니

탱고공연을 본 아기

by 소소황

남편과 아내는 생일을 맞이하면 제일 먼저 근사한 코스요리를 예약했다. 연애할 때부터 지켜지던 전통(?)으로, 생일만큼은 평상시에 가기 힘든 공간에서 화려한 음식을 즐겼다. 하지만 올해 남편의 생일은 상황이 좀 달랐다.


남편은 고작 1년 사이에 부쩍 커버린 아기,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해진 것을 핑계로 이번 생일 기념식사를 아기와 함께 하고 싶었다. 어지간한 식사는 어른들과 함께할 수 있는 30개월 인생을 산 아기, 남편은 그 아기와 함께 식사를 할 곳을 바삐 찾았다. 대부분의 파인다이닝이 노키즈존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식당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한 채로.


예상대로 아기를 동반한 남편이 누릴 수 있는 파인다이닝은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1년에 한 번 가던 고급진 코스요리를 포기한 남편에게는 식당의 선택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오히려 더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내도 마찬가지였고, 남편과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일상을 어디서 꾸려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검색창을 뒤지던 남편은 우연히 특이한 메뉴를 파는 식당을 찾아냈다. 심지어 공연도 볼 수 있는 그 식당은 호기심 많은 아기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쁜 마음에 아내에게 이 사실을 공유했고, 부부는 메뉴보다 경험에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다행히 아기가 함께 간다는 예약을 흔쾌히 허락한 식당 덕에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상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음식과 탱고공연이 함께하는 식당이었다. 별점도 높은 편이고,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비록 파인다이닝에 준하는 럭셔리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공연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남편은 이 작은 아기가 탱고공연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기대되었고, 시간이 갈수록 설렘은 더해져 갔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아빠임에 스스로 뿌듯했으며, 어떤 생일 선물보다 값진 순간들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방문한 식당은 지하에 위치해 있었고, 평범한 건물 입구를 지나 맞이한 분위기는 이국적이지만 편안했다. 아쉬워하며 놓아버렸던 파인다이닝 코스요리에 대한 끈은 더 이상 아쉽지 않았다. 만석으로 채워진 식당은 시끌벅적한 손님들의 대화소리로 웅성거렸고, 서빙을 하시는 직원분은 안내와 더불어 유모차를 어디에 둘지, 아기는 어디에 앉을지 함께 고민해주셨다. 마치 유럽의 식당에서 동네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여는 듯한 분위기에 흥이 돋았고, 처음 보는 광경에 들뜬 아기의 눈빛은 남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남편은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만족했다.


인당 5만5천원짜리 바베큐를 시킨 님편과 아내는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 이미 고급진 식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비운 터라 예상보다 낮은 가격대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서빙되는 메뉴들을 즐겼고, 다양한 음식과 자연스럽게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아기는 신이 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기분이 좋을 때 종종 '나비야'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알기에 그 모습을 본 남편은 두 번째로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다양한 종류의 바베큐가 메인메뉴로 서빙되었고, 그 맛은 일품이었다. 다소 소금기가 있는 고기들은 남편과 아내가 차지하고, 간이 덜 된 부드러운 고기들은 아기의 입으로 배달되었다. 기분이 좋은 우리집 작은인간은 주는 대로 꿀꺽꿀꺽 아기새 마냥 받아먹었다. 잘 먹는 모습에 남편은 또 한 번 만족했다.


아기를 편히 먹일 수 있고, 직원들과 손님들이 아기 친화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성공적인 식사 자리였다. 남편은 자신의 생일상이 온 가족에게 만족스러운 자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만한 생일선물이 또 있겠냐는 생각과 함께 식당에서 제공하는 탱고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이 있는 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두운 공연장에서 우리집 작은인간은 다소 긴장하는 듯했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고작 30개월 산 아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춤추는 걸 볼 거라고 미리 설명해준 탓일까, 나가자 보채지는 않았다. 이내 시작된 탱고공연 내내 아기는 댄서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이 끝난 이후 쏟아지는 박수갈채 소리에 질세라 함께 박수를 쳤다. 난생처음 보는 댄스공연, 탱고를 본 아기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열성적으로 박수를 쳤다. 비록 아직 손뼉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이 작은 자신의 분신이 소감을 박수로 표현한다는 사실 자체가 남편에게는 크디큰 감동이었다. 그렇게 남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매년 생일을 기념하여 럭셔리한 파인다이닝에서 생일상을 차리던 남편과 아내는 우리집 작은인간의 참여로 새로운 식당을 찾아야 했다. 탱고공연까지 볼 수 있는 아르헨티나 식당에서의 식사는 남편과 아내는 물론, 아기까지 만족할 수 있었고, 남편은 본인의 생일상이 즐거운 자리가 되었음에 깊이 감사했다.


탱고무대의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고사리 같은 손바닥을 열심히 마주치던 아기의 모습은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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