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기억법

ADHD를 가진 당신을 위한 ‘기억력 안내’ 2: 기억의 노하우

by 채성준


ADHD라고 특별히 기억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계속 까먹고, 잊어버리고, 심지어는 망각할까? 지난 글에서는 ADHD를 가진 당신이 항상 깜박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ADHD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기억 노하우’에 대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ADHD를 가진 당사자들은 ‘기억력’ 자체에 문제를 가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머릿속에 ‘기억해 내야 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떠올릴 수 없는 것이다. 무언가를 기억해 낸다는 것은 뇌에 담긴 정보를 꺼내는 과정인데, 뇌에 정보가 담긴 적조차 없는 것이다. 컴퓨터에 저장하지도 않은 문서 파일을 나중에 다시 열어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능력의 문제이다.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 이유는 주의력 부족/결핍(Inattention) 때문이다. 대화나 상황을 정보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ADHD 당사자들 중에는 심지어 자신이 상대방에게 질문을 해놓고도 상대의 대답이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말을 끊는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ADHD 당사자들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기 때문에 대화나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전의 일을 기억해 낼 수도 없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경험을 망각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그리고 ‘정보 사회’에서 정보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큰 디메릿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ADHD를 가진 우리는 어떻게 중요한 순간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을까?




ADHD를 위한 기억력 안내 2


앞서 ADHD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초에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오늘 내가 소개할 방법은 ADHD인으로서 20년 넘게 익혀온 ‘ADHD의 기억 노하우’로서 주의력 문제를 가진 또는 보통의 사람이 기억의 용량과 해상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기억 노하우’를 만드는 4단계로 이뤄진 방법 또한 제시하려고 한다.



방금까지 들고 있던 핸드폰을 찾아다니고,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하나 질문을 하겠다.


‘당신이 잊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시작할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여기에서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잊어버리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주면 된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에 대해 묻는 이유는 ‘기억에 남는 것들’의 공통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사람마다 생각의 방식과 잘 기억하는 정보에 차이가 있다. 냄새를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연말을 잘 기억하는 사람, 기념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자신이 잘 기억하는 정보들이 공유하는 특성을 생각해 보며 ‘자신만의 기억력 가이드’을 찾아야 한다. 나의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총 4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순서 1] 내가 잘 기억하는 것들 정리하기

사람마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선 빠삭하게 알고 있다. 또는 반드시 외워야 하는 것들은 어떻게 해서든 외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연스럽게 기억나는 것이고 둘째는 의도적으로 외운 것이다. 둘 모두 ‘기억의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으니 내가 잘 알고 있는 정보들이나 회상하기 쉬운 경험들을 떠올려보자.



[순서 2] 잘 기억하는 것들의 공통점 생각해 보기

나는 1)의 단계를 거쳐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특징을 추려냈다.


타인과 공유해야 하는 정보의 경우 기억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내가 책임지고 전달한 사건과 정보, 상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알려주었던 것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한 정보는 언제든지 머릿속에서 인출하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나만의 분류 방법이나 기준이 적용되어 체계화된 정보


반복해서 사용하는 정보은 정확히 오래 기억한다.

여러 번 외우고 떠올리는 정보들.



[순서 3] 공통점의 이유를 찾아보기

이는 [순서 2]에서 했던 작업에 더해 보다 구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해설서를 작성하는 과정이다. 앞선 ①~ ③ 세 가지 중 ①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타인과 공유해야 하는 정보를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상대방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많이 신경 쓰며 도움이 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순서 4] ‘기억의 노하우’를 만들어보기

‘기억의 노하우’는 처음 정보가 제시될 때 이를 머릿속에 잘 입력하기 위한 방법이다. 가령 누군가와 대화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위한 방법이고, 특별한 날을 보내고 있다면 그날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다. 앞서 [순서 2]에서 정리한 자신의 기억력이 잘 발휘되는 정보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① 타인과 공유해야 하는 정보는 보다 정확하게 기억한다

→ 어떤 정보를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공유하면 된다

→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타인에게 이를 공유하는 계획을 세운다.

예) 꾸준히 정리해서 기억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이를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예) 대화를 잘 기억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대화에 관해 설명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대화한다.


②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한 정보는 언제든지 머릿속에서 인출하여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정보를 정리하는 나만의 방식을 많이 만들어두어야 한다.

→ 평소에도 필기를 습관화한다.


③ 반복해서 사용하는 정보들은 정확히 오래 기억한다.

→ 정보를 반복해서 떠올려야 한다.

→ 중간중간 정보를 정리하고 이전의 일들을 떠올리는 쉬는 시간을 정해둔다.

예) 하루를 마치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 매번 강연회를 듣고 나서 그 내용을 전부 까먹는다면, 강연의 휴식시간과 강연 종료 후 해당 강연의 내용을 떠올려본다.



나만의 '기억 노하우'를 작성해 보자


4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순서 1] 내가 잘 기억하는 것들 정리하기

[순서 2] 잘 기억하는 것들의 공통점 생각해 보기

[순서 3] 공통점의 이유를 찾아보기

[순서 4] ‘기억의 노하우’를 만들어보기


나는 예시로 서술한 세 가지의 '기억의 노하우' 외에도 ‘인상 깊게 받아들이기’, ‘기억의 틀 만들어놓기’, ‘스마트폰으로 사진 남겨놓기’ 등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들을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잘 기억’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 단지 그 방법들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몰랐거나 관심을 갖고 ‘실천’해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잘 기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나만의 기억 노하우’를 작성해 보는 것이다. 당신만의 기억 노하우는 무엇이 있는가? 각자의 ‘기억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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