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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준 Sep 15. 2019

난 검찰 개혁보다 마트가 일요일 열었으면 좋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용에 나라가 떠들썩하다. 검찰 개혁을 위해 적임자라고 한다는데 나는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뭐가 검찰 개혁인지 왜 필요한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 재판하러 법원에 갈 일도 없거니와 간다 해도 민사재판이나 가지 형사 사건으로 검사를 볼 날은 정말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검사 개혁이 이러쿵저러쿵하는 신문 기사를 보면서 난 딴생각을 해본다. 추석 전 주말에 애 기저귀가 떨어졌다. 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정말 비상용까지 똑 떨어졌다. 일요일이라 동네 할인점은 다 문을 닫았다. 가장 가까운 데 가려면 20-30분 차를 타고 가야 한다. 전통마트는 가본 적도 없거니와 기저귀를 어디에 파는지 모른다. 편의점에서 기저귀를 팔지도 않는다. 마지막 남은 기저귀를 새벽에 갈아주면서 쿠팡으로 주문한 기저귀가 월요일 배달 올 때까지만 버터 주기를 바라며 잠을 청했다.

주말마다 마트 문을 여는지 아닌지 인터넷으로 확인하는데 도대체 왜 우리 같은 애 키우는 집에서 마트를 못 가게 막는 법을 만들어두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주말에 할인점 문 닫는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경제학자들이 분석을 해도 거의 효과가 없다고 결론까지 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법은 어느 국회의원도 없애자고 말하는 이가 없다. 타다 서비스도 서울 갈 일 있을 때 잘 쓰는데 택시 기사 죽인다고 압력을 가하니 택시와 상생한다면서 택시 감차비용으로 몇천만 원씩 내도록 하도록 추진한다는 기사를 봤다. 우버는 도무지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도 없다. 에어비엔비는 한국에서 연간 한 방에 180일 이상 영업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한다는 기사도 봤다. 맨날 기존 산업 기득권층 보호하느라 새로운 건 다 막으려 든다. 일반인들은 이런 법이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이고 기저귀는 미리미리 쿠팡으로 주문해 두고 마트 문 닫는 날에 맞추어 여행 계획과 주말 계획을 세운다.

    정치권은 왜 유권자들이 표를 안 주냐며 머리를 굴리는데 나온다는 정책들은 보면 코미디 수준이다. 조국 사태로 홍역을 치르는데 한국당이랑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뉴스 보고 무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한번 봤다. 바른 미래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최저임금으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전기료 20% 할인을 하도록 공약을 내걸었다. 전기로 20% 할인하면 뭐 2만원 되려나? 100조원 넘는 누적 적자 한전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한다는 걸 어찌 정당에서 공약을 내놓을 수 있지? 이해가 안 된다. 최저임금으로 힘들어졌고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비판하면 해결책으로는 최저임금을 다시 내려야 한다고 주장을 해야지 왜 전기료 할인을 내세우나? 한국당은 아예 정책에 대해서 업데이트도 별로 없고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문재인 정권 때문에 경제가 폭망한다. 나라가 거덜나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저번에 거리에 나서서 피켓 들고 큰 일 난다며 시위한 것은 정치법 개정으로 자기들 의석 숫자 준다고 난리 친 것 같은데 나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그게 왜 국민들의 삶에 중요한가? 우리가 우리 일반인 삶을 편리하게 살기 좋게 만들자고 국회의원들 뽑아주고 세금 내는데 한숨만 나온다.

    추석 저녁 먹으며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내가 홍콩에서 후배 교수가 혼자서 애를 키우는 이야기를 했다. 동남아에서 온 육아도우미 아줌마가 아침이면 애 씻기도 아침 식사 준비해 놓고 유치원에 데려다 준단다. 애 보내고 나면 시장에 가서 장보고 유치원 마칠 때 애를 데리고 와서 씻기고 옷 입히고 저녁 식사까지 준비해서 기다린단다. 한국에 애 아빠가 직장 때문에 따로 사는 데로 별 불편함 없이 사는데 한 달에 60만원 정도 준단다. 너무 일을 잘해서 80만원을 줬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해하더라고 했다. 한국도 육아도우미 아줌마 수입하면 좋겠다고 월 60만원이면 정말 애도 더 낳으려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다들 정말 그렇겠다며 최고의 출산장려책이겠다고 한다. 세금도 안 들고 비자만 발급해주면 애 키우는 집에서 다 알아서 해결해줄 텐데 이거 정부에서 논의하다가 막혔다고 한다. 고용부인가 여성부인가 엄청 반대했다고 한다. 한국은 외국인 고용 비자 문제도 있고 최저임금법 때문에 외국인에게 그런 낮은 임금을 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냥 이건 안 되는 거라고 될 리가 없다고 그래 그럼 그렇겠지 하고 그냥 밥을 먹었다. 될 수가 없다. 이런 정치권에 뭘 기대하겠는가?

    젊은 층이 지지 하지 않는다고 징징대는 정치인들... 다들 60대 70대 할아버지들이 애 키워본 지 30-40년 전인데 애 키우는 집에서 뭐가 힘든지 어찌 알겠나? 비서들이 다 알아서 공인인증서 갱신해줄 텐데 뭐 직접 송금할 일도 별로 없을 텐데 왜 공인인증서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하루 날 잡고 인증서 갱신하고 업데이트한다고 은행 증권사마다 다 웹사이트 들어가서 이상한 것 깔고 갱신해야 하는지 어찌 알겠나? 나랏돈으로 기사 딸린 자동차가 나오는데 술자리 끝나고 택시 못잡아 걸어갈 뻔 한 젊은이들 불만을 어찌 알겠나? 이번 정권 들어서 맨날 역사 외교 통일 검찰 개혁 뭐 굵직 굵직한 것만 뉴스에 나는데 공인인증서, 마트 문 열기, 우버 타다 같은 서비스 이런 실생활에 필요한 불편함은 이야기 소재에도 오르지 않는다. 어차피 안되니까. 학교 식당이 너무 맛이 없으면 처음에는 불평한다. 그래도 안 바뀌면 포기하고 안 간다. 불평하지도 않는다. 최근에 가본 적이 없으니까... 누가 불편한 점 없어요 하고 물어도 이야기도 안 하게 된다. 어차피 안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외국인들은 한국 와서 구글 맵으로 어디 찾아갈 수 없다. 우버도 강남 벗어나면 안 되고 영문으로 지도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다니나? 뭐 구글이 아애 안 되는 중국보다는 좋지만 구글 맵이 안 되는 것은 한국에서 제일 불편한 점으로 꼽힌다. 그냥 구글 가서 보면 청와대며 미군부대며 위성사진 이미 다 보이는데 지도 정보는 서버를 한국에 둬야 한다는 둥 요구하고 아직도 해결이 안 된다. 4차 산업 육성하다면서 구글맵도 안되는데 뭘 하겠다는 건지...

    난 좀 젊은 사람들 정치권에서 보고 싶다. 정의니 적폐니 맨날 싸우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좀 해결해주면 좋겠다. 애 키우면서 이런 점이 불편해요 하면서 우리와 공감하며 기저귀 언제든지 살 수 있도록 마트 규제 풀어주고 육아도우미 수입할 수 있도록 문제 제기도 해주면 좋겠다. 난 검찰개혁보다 일요일 할인점 열게 해주는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젊은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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