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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이 Jan 20. 2020

'착한 거짓말'에 관하여

  착한 거짓말은 ‘윤리적’일까? 우리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정직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는 동시에 암묵적으로 ‘착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용인해왔다. 착한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 혹은 ‘하얀 거짓말’이라고도 불린다. 가령 친구가 머리를 새로 자르고 와서 예쁘냐고 물어볼 때, 실제로 예쁘지 않더라도 예쁘다고 이야기해주는 말을 착한 거짓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대개 착한 거짓말을 말 그대로 ‘착하다’고, 도덕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실천이성비판』이라는 도덕책을 쓴 임마누엘 칸트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칸트는 친절하게 상황을 제시해 준다. 살인마에게 쫓기는 친구가 ‘나’의 집에 피신했다. 살인마는 내 집으로 찾아와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칸트는 이 상황에서 우리가 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고 단언한다. 위대한 철학자로 알려진 칸트는 ‘미친’ 사람이었을까?

  사실 칸트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거짓말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칸트에게 있어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칸트가 주장한 '윤리적 태도'는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다. 우리는 친구를 위해서 혹은 특정 집단을 위해서 착한 거짓말을 하곤 한다. 착한 거짓말을 하고 나서 그것이 친구와 집단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느새 우리가 한 말에 대한 우리 자신의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우리 자신의 책임은 그 어떤 타인이나 집단도 대신 떠맡을 수 없다.

  칸트가 제시한 상황으로 돌아가서, 만약 친구의 위치를 거짓으로 말했다고 해 보자. 그런데 살인마는 ‘나’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친구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결국 책임은 ‘나’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기성적이고 외적인 권위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서 근거와 책임을 찾는 존재를 ‘윤리적 주체’라고 한다. “착한 거짓말은 ‘윤리적’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거짓말이 속한 상황이나 거짓말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거짓)말에 책임을 질 때 윤리적이고, 그렇지 않을 때 비윤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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