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인생 다 산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삶에 거리를 두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고, 열정과 열망을 지닌 이들을 ‘순진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리고 자신의 염세주의적 시선을 세상의 진실을 꿰뚫는 관점인 양 이야기한다. ‘나도 예전에 그렇게 세상을 낭만적으로 봤었다고,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라고, 존중, 배려, 이타심, 연민 같은 감정들은 질투와 경멸, 이기심을 감추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은 연대의식이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의해 흘러간다’는 말을 사람들이 모르는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들려준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순진한 사람’이다. 그들은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이 계속되길 바란다. 사람들이 질투와 경멸, 이기심 같은 감정으로만 움직이기를, 그래서 자신의 우월적인 관점이 영원히 유지되기를 원한다. 냉소적인 태도 뒤에 있는 것은 ‘낭만적인 자아’다. 그들은 ‘사람들이 모르는 숨겨진 진실을 알고 있는 자신’이라는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냉소한다.
‘순진한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이 변함없이 영원히 이대로 지속될 거라고 믿는 사람, 그래서 자신의 관점이 언제나 옳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야말로 ‘순진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