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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이 Jan 25. 2020

친절함에 관하여

   전에 일했던 신도시의 카페에는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왔다. 그들은 상낭하고 친절했다. 음료를 가져갈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주문이 밀려도 불평하지 않았다. 서로 부딪히면 먼저 사과했고, 접촉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곳에는 착하고 좋은 사람밖에 없었다. 불쾌하고 불편한 사람은 없었다.

   정말로 나쁜 일은 때때로,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친절함은 타인과 거리를 두기 위한 전략이 되기도 한다. ‘당신과 얽히기 싫다 마음, ‘당신의 사적인 일은 나와 무관하다 생각이 ‘깔끔한태도를 만든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은 나와 상관없는 이라는 믿음이, 무채색의 미소를 이룬다.

   가까운 사람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고통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쾌함과 불편함을 제거하고 ‘깨끗하고 합리적인관계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웃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쁜 것을 모두 제거하고(숨기고) 착하고 평화롭고 좋은 것만 드러내는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말할  없는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에 들었던  강연에서 한국의 청년들이 점점 ‘일본화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절하고 예의 있어진 대신에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 간다는 . 강연자는 이것이  좋은 일인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신도시는, 깨끗하고 평화로우며 동시에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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