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저씨의 크리스마스 단상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가 가장 설레었던 때는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였던 것 같다. 여자 친구를 위한 선물을 사고 소소한 이벤트를 가졌을 때가 참 좋았다.
아저씨가 되고 난 다음의 크리스마스는 우리 집 아이들에게 선물을 챙겨주는 날이다.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는 신비로운 사람이니까 말이다. 간밤에 사진 어플로 사기를 쳤다.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런 면에서 볼 때 아이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 선물은 '종교'다. 그걸 전해주는 산타할아버지는 '신'이다.
'울면 안 돼!'라는 노래에 나오듯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 산타할아버지는 전지전능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점검한다. 최근에 내가 우리 집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도 '너 그렇게 행동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주셔!'였다. 덕분에 아이들은 한동안 말을 참 잘 들었다.
우리 집 애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엄마, 아빠였다는 사실을 언제쯤 깨달을까? 그 깨달음이 오면 아쉽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어진다. 더 안타까운 건 첫째가 그걸 아는 순간 둘째, 셋째도 선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나도 옛날에 그랬다. 누나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포장지를 보고 '어! 이거 우리 집 포장지인데?' 하면서 엄마를 의심한 순간 선물은 없어졌다. 나 7살 때 이야기다. 그러므로 첫째가 좀 늦게 깨달으면 좋겠다. 셋째도 산타할아버지 선물 오래 받을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