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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an 20. 2019

독서서평 | 지식 VS 역량, 강의식  VS 참여형?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저,


  이 책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열심히 읽은 책이다. 이유는 내가 추구하는 수업 방식을 정면에서 비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면 내가 지난 5년 동안 추구했던 '배움 중심 교육'은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 통독하고, 두 번째 읽을 때는 정독하며 에버노트에 제대로 정리를 했다. 두 번이나 읽는 동안 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부분도 많았고, 반박할 지점도 많았다. 이후에는 동의하는 부분과 반박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2014년부터 ‘배움 중심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2014년에 처음으로 협력학습을 공부했고, 2015년 2학기부터는 거꾸로교실을 적용했다. 그렇게 5년 동안 배움 중심 교육에 천착해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배움 중심 교육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기존 강의식 수업보다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보다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꾸로교실을 도입하여 수업 운영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사상최대수업프로로젝트(이하 사최수프)라는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학습을 학생들에게 적용하였다. 그런데 거꾸로교실과 사최수프를 학생들에게 적용하며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다. 재밌게도 그 부분들을 이 책에서 정확히 지적하였다.  

  거꾸로교실이 불편했던 지점은 다음 두 가지였다. 

  젓 번째, 활동 중심 수업을 한다고 게임 기법을 도입했는데, 그것을 하는 방법을 익히느라 정작 사실적 지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할 때가 있었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으로, 사실적 지식을 익히기보다는 게임 규칙을 익히는데 수업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경우가 있었다.

  두 번째, 게임 기법 자체가 재미있어서 사실적 지식을 암기하고 공부한다기보다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착할 때이다. 예를 들어, 할리갈리를 변형하여 사실적 지식을 적용하는 수업인데, 같은 것을 찾고 그것을 확인하기보다는 계속 게임만 열심히 하는 경우였다. 


  사실 이 불편한 점은 거꾸로교실이 모두 잘못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꾸로교실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 게임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지, 게임을 적용하는 수업 방법이 거꾸로교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 중심 수업을 하겠다고 다양한 게임 기법을 적용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기에 이 부분을 불편하게 볼 필요는 있다.


  이 책에서도 활동 중심 수업을 반박하는 논리로 149쪽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과학수업에서 복잡한 도덕 문제들에 관한 역할극을 구상하느라 소요된 시간은 원자, 화합물, 혼합물 및 물질의 상태와 같은 과학을 실제로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즉, 과학 수업에서 사실적 지식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데, 활동 중심 수업으로 하겠다고 역할극을 도입하곤 그 활동에 매몰되어 버리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다음으로 프로젝트 학습인 사최수프를 지도하고 느낀 불편한 점은 다음과 같다.

  우리 반 아이들이 이번 사최수프에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는 '교문 앞에서 담배 피우는 어른들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 해결이 잘 되지 않았다. 당연하다. 어른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이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내가 슈퍼맨 같은 교사였고, 우리 반 아이들이 어벤저스였으면 해결할 수 있었을 테지만, 나나 우리 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지도 교사인 나의 역량이 부족해서 실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프로젝트 학습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부분이 사실적 지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교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의 문제'는 절대 정화구역에 대한 개념, 흡연과 관련된 법,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심리 등 많은 지식들을 필요로 했다. 그런 지식들이 없는 상태에서 이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건 힘들었다. 사최수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지식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지식을 배우는 방법을 알지 못했고, 나 또한 그런 방법을 알려줄 여력이 없었다. 4개 모둠이 각자 다른 주제를 가지고 문제 해결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는 배움 중심 교육이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지식 기반 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자는 저자와 역자의 주장에 찬성하지도 않는다. 지식이 중요한 것은 적극 찬성하고, 강의식 수업이 상당히 좋은 수업 기법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다만, 강의식 수업이 가진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바로 한 학급에 있는 학생들이 강의를 하는 교사의 말에 모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 자기 돈을 내고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면 강의식 수업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런데 공교육 현장은 의무 교육에 의해서 의자에 앉아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의식 수업은 아이들의 동기를 이끌어 내기 매우 힘들다. 따라서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게 하려면 배움 중심 교육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을 읽고 크게 느낀 부분이 있다면 지식과 역량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이 기반이 된 상태라야 역량이 길러진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배움 중심 교육, 참여형 수업으로 가되 지식적으로 학생들이 알고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심도 있게 알려주고 배움 중심 교육을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패러다임이 정, 반, 합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1990년 때까지 대한민국 교육은 너무나 지식 중심이었다. 그 반작용으로 열린 교육, 배움 중심 교육, 활동 중심 교육으로 최근의 교육 흐름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합'으로 사실적 지식을 바탕으로 배움 중심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배움 중심 교육, 활동 중심 교육이 현재 교육의 바이블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정반대 지점에 있는 이 책을 읽고 뒤돌아 봐야 한다. 그러면서 어느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져보고 교육적으로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추구하는 교육 방향에 대해 반성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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