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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Aug 18. 2019

꼰대 아빠 되지 않기

식탁에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온 가족이 식탁 앞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데 좀 무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스마트 폰을 꺼내 유튜브 영상을 틀어 놓고 밥을 먹는다. 



 그런데 식탁에 같이 앉아있는 우리 집 아이들이 신경 쓰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이들에게 식탁에서 영상 보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다 같이 앉아 있는 식탁인데 말이다. 여태까지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었고, 구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입장 바꿔 아들이 밥 먹다가 중간에 스마트 폰을 꺼내서 유튜브 영상을 본다. 그러면 나는 그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잔소리 안 할 자신이 있는가? 


 나는 잔소리를 할 것 같다. 잔소리를 하는 순간 나는 꼰대가 된다. 아빠는 마음대로 했는데 왜 아들은 하면 안 되는가?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닌가?


 이렇게까지 생각이 전개되자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내 행동을 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해야겠다 그런 다음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맞다. 공간과 시간을 함께 사용하는 식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즉 아빠 입장에서 뭔가 억울하다. 원래 이 집주인은 나였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났고 아이들이 내 영역을 침범한 것 아닌가? 자식이 없었다면 밥 먹을 때 내가 보고 싶은 영상 보고, 아무거나 해도 상관없었을 텐데 말이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 내 머릿속에 한 집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것에 대한 고민이 확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한 집에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서로가 존중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게 맞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맞춰 살아갈 부분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꼰대 아빠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자기는 소파에 누워 TV 보면서 애들은 TV 못 보게 하는 아빠. 자기는 스마트폰 하면서 애들은 스마트폰 못하게 하는 그런 불통의 아빠 말이다. 그나저나 언제 우리 집 아이들이 이렇게 컸지? 세월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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