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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Aug 19. 2019

독서서평 | 교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학교를 말한다. 이성우 저,  2018, 살림터


  페이스북을 하다 보면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쓰신 이성우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4년 전쯤에 페북 친구가 된 것 같다. 이 분이 쓰신 글들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것들을 엮어서 책을 내셨다. 그 책이 '학교를 말한다'이다. 최근에 구입해서 읽었는데 참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었다. 


  이 책은 교사로서 30년 이상 근무하신 이성우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이 책은 나에게 큰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우선, 승진과 관련된 이야기다. 나는 승진할 것인가? 여기서 승진은 두 가지 트랙이 있는데, 하나는 장학사로의 전직이고, 다른 하나는 교감으로서의 승진이다. 나는 5년 전 만해도 30대 후반에 장학사 시험을 치르고 장학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주변에 내가 멋지다고, 교사로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 선배들은 전부 장학사 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막연히 장학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남자 교사는 '장학사 해야지.' 혹은 '승진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을 알게 되고, '이 일을 왜 하지?'라는 당위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생각이 점점 변한다. 교사로서 교육을 이야기하고, 교사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데 승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내 주변에서 수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선배들이 장학사가 되고 나서는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교사일 때 연구대회 나가고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실컷 신장했는데 장학사가 되고 나서는 수업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참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러면 그동안 수업 연구를 열심히 한 것은 무엇인가? 장학사가 되기 위한 도구였나?  


  이 책에서는 너도나도 장학사가 되거나 교감으로 승진하려는 현상을 아래처럼 해석한다.


  "이들의 사고에는 '유능=승진, 무능=평교사'라는 이분법적 도식이 자리하고 있는데, 유능한 사람이 평교사로 남아 있는 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중략) 똑똑한 교사들은 필연적으로 비루한 교직문화에 비판적이게 되어 있다. 문제는 롤모델로 삼을만한 선배 교사가 드물다는 것이다." 101쪽


  현재 교사 문화가 승진하지 않은 사람들을 무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아까 내가 이야기한 대로 나에게 유능하다고 인식된 선배들은 죄다 장학사가 되고 있다. 문제는 평교사로 남은 선배들 중에 유능해 보이고 수업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진로를 선택할 것인가? 실존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계속된다. 몇 년째 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이 책 후반부에 무릎을 탁 치는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교사의 존재 이유는 가르침에 있지만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배워야 한다. 교사는 학생만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성장시켜야 한다. 학생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교사는 자기 인식론적 지평을 끊임없이 확장해가야 한다. 그리고 지성인에게 공부는 그 자체로 즐거움이고 최고의 가치다. 이런 가닭에 교사에게 공부는 목적과 과정의 통일이다. 어떤 목적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인 것이다."   224쪽


  맞다. 교사는 가르치기 위해 본인도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내가 교사로서 생활하면서 즐거운 것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주위에 평교사로 나이 들면 학부모가 나이 든 교사를 무시해서 걱정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대하여 저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학부모와 아이들은 나이 많은 교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불성실하고 무능한 교사,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교사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이만 먹는 것이 문제다. 나이와 함께 발전하는 교사는 교단에서 위축될 이유가 없다. 실력 있는 교사는 두려울 게 없다."   226쪽


  그래 맞다. 학부모는 나이 많은 교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능력 없는 교사를 싫어하는 것이다. 실제로 내 옆 반에 정년 2년 앞둔 남자 선배님이 계신다. 나랑 4년째 동학년을 같이 하고 계신데 그분은 정말 유능하다. 교사로서 수업 잘하시고, 아이들 지도도 너무 잘하신다. 보통 나처럼 남교사이고 학생들에게 체육 수업 잘해주고, 왕성한 활동 하는 교사의 옆 반이 되면 부담스러워하는 동료 교사들이 많다. 그런데 그 선배님 반 아이들은 우리 반을 전혀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 선배님이 수업이나 학급운영을 워낙 잘하시기 때문이다. 그 선배님과 4년 동안 동학년을 하며 바로 옆에서 멋진 선배교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이 책은 이 외에도 교장 승진제도, 배구가 지배하는 교직문화, 지성 없는 교사 문화에 대한 반성과 같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고민을 던져 주었다. 나보다 경력이 많은 선배 교사가 쓴 책을 보며 많은 사유를 하는 건 참 좋은 경험이다. 


  이 책을 덮으며 한 가지 다짐을 한다. 그래! 교사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책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연수도 다니며 전문성을 신장해야지. 교사가 되고 교사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료 교사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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