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시대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책
책 제목: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저, 2022, 흐름출판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 말할 수 있을까? 예로부터 그렇게 되고 싶었을지는 모르나, 세상의 흐름은 본능에 충실한 쪽으로 가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결정적 기제는 ‘도파민’이다. 인간을 쾌락으로 이끄는 뇌 호르몬 ‘도파민’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TV, OTT, 소셜미디어와 같은 자극적인 미디어들과 술, 담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퍼지고 있는 마약까지 세상은 전부 쾌락을 추구하는 물질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최근에 ‘포켓몬 유나이트’라는 게임에 깊게 빠지며 재미있기도 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그만해야 한다는 이성적인 외침과 다르게 나의 손가락은 계속 게임을 했으며, 너무 많은 게임을 하고 난 이후에는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다.
▶︎ 기백생각 |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는 어떠할까? - 한 달 동안 포켓몬 유나이트 게임을 열심히 한 초등교사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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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절제를 못할까? 게임 중독인 것 같은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나? 이런 고민들이 참 많았다. 그러다가 유튜브 채널 ‘1분 과학’에서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을 홍보하는 영상을 봤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은 대만족이다. 인간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중독이 되며, 중독되었을 때 왜 불쾌감이 몰려오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풀어보자.
무언가 쾌락을 극도로 맛보고 난 다음에 오늘 ‘현타’를 느껴본 적 있는가? 모든 중독은 초반에 쾌락을 주지만 나중에는 고통을 준다고 한다. 이것은 쾌락과 고통이 시소에서 마주 보고 있는 쌍둥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과 쾌락은 시소처럼 한쪽이 기울어지면 다른 한쪽이 커지며 균형을 맞춘다. “
즉, 쾌락이 큰 만큼 뒤이어 고통이 찾아온다. 그래서 내가 게임을 열심히 하고 난 다음에 기분이 허하고, 불쾌감을 느꼈던 것이라 생각한다. 술 마신 다음날 찾아오는 숙취도 비슷한 맥락일까?
그러면서 반대로 고통을 맛보고 나면 그 뒤에 쾌락이 찾아온다고 한다. 겨울에 차가운 얼음물에서 목욕하는 경우가 그렇단다. 처음에는 고통스럽지만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가 되고 그것이 쾌락으로 찾아온다고 한다. 우리 뇌는 참 알쏭달쏭하다.
중독을 끊기 위해서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1) 물리적 자기 구속
자기 자신과 중독 대상 사이에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다. 내가 아이패드로 하는 포켓몬 유나이트 게임에서 벗어나고 싣다면, 아이패드를 벽장에 박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쇼핑 중독자가 신용카드를 자르고 현금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2) 순차적 자기 구속
이것은 자기 구속의 또 다른 형태로, 시간제한과 결승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중에는 게임하지 않고 주말에만 게임을 한다던가, 내가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이것을 다해야 게임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포켓몬 유나이트를 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중 하나를 했을 때 게임을 한 판 하고, 다시 할 일을 하고 나면 게임을 한 판 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다스렸던 적이 있다. 이게 순차적 자기 구속이다.
3) 범주적 자기 구속
이것은 조금 더 복잡한 형태인데 중독 대상뿐 아니라 그 대상을 갈구하게 만드는 계기도 금지하는 방식이다. 포켓몬 유나이트를 하는 대상체인 아이패드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생각나게 만드는 포켓몬 빵, 유튜브에 있는 포켓몬 유나이트 관련 채널을 모두 멀리하는 것이다. 관련된 것들은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그동안 도파민을 위해 자극을 극도로 쫓으며 살아가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내가 게임을 한 것도, 유튜브 영상을 만든 것도, 일을 한 것도 모두 내 만족감, 도파민을 위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너무 쾌락만 좇다 보면 고통이 따라온다.
요즘은 결핍이 결핍된 시대다. 쾌락을 좇으려고만 하지 말고, 때로는 심심함, 지루함도 좇아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거나 게임을 하고 나면, 10분 정도는 멍하니 밖을 쳐다보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멍 때리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중독된 나를 되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 꼭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