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만난다. 예전에 이휘재가 인생극장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그래 결심했어!!’라고 외치는 것처럼 각자 선택을 한다. 그러고 나서 내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다른 선택지가 옳은 것이 었는지 비교해 본다. 우리가 속한 집단이나 조직도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개인의 의사결정이야 개인이 책임지면 되지만 조직의 의사결정은 여러 사람들의 이익이나 생사가 걸려있기에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합리적인 의사결정’ 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는 단위 학교 내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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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학교에서는 의사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교육과정을 작성할 때나, 학교 행사의 방향을 결정할 때, 부장 워크숍의 장소를 결정할 때 등등.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의사결정은 3가지 경우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첫째,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의 주장대로 흘러가는 경우다. 협력학습 기법 중 하나인 ‘돌아가며 말하기’처럼, 발언권이 공평하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토론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자기 의사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 보통 주장을 먼저 꺼낸다. 그러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침묵하며 거기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물론, 터무니없는 말을 하면 반대 입장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즉, 먼저 이야기한 사람의 주장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토론은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두 번째, 나이 많은 선배 교사들의 주장대로 흘러가는 경우다. 장유유서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보다 선배가 이야기했는데 거기에 반박하기란 쉽지 않다. 선배교사 중 누군가가 '이렇게 하자'고 이야기하면 보통 그렇게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선배교사의 주장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주장하는 대로 흘러가는 경우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가면 결국 사람들은 교장, 교감의 입을 본다. 어차피 책임지는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했지만, 과연 위 세 가지 경우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 함은 그 상황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으며, 그것을 정확히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후 이루어지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은 합리적이기보다는 위의 3가지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과연 단위 학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가능한 것인가? 교육학을 공부하다 보면 ‘쓰레기통 모형’이라는 의사결정 모형이 나온다. 사실 나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이 모형처럼 그냥저냥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의사 결정하는 토의하는 자리에서 사전에 생각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준비해 오기란 쉽지 않다. 또한, 번뜩이는 생각이 낫다고 해서 그것을 증명하거나 보여줄 만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우리는 그렇게 쓰레기통 모형처럼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까? 정부, 고위 관료, 국회의원, 기업체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한 T/F팀, 이런 권위 있는 곳들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동전 앞 뒤 던지는 50%의 수준에서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리라는 식의 의사결정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라 또는 기업들 돌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비합리적일 수가 있겠는가. 결국 그들의 의사결정구조를 뜯어보면 그들도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쓰레기통 모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