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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ul 24. 2016

미성숙한 학생의 인권은 어디까지 존중되어야 하는가?

  얼마전 학교에서 ‘찾아가는 인권교육’이라고 해서 인권교육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인권’이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다. 그만큼 '인권보다는 희생이 강조된 사회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가 학생 개개인의 인권은 소중하다고 이야기 하였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천부인권을 가진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모든 사람의 인권은 소중하고, 우리 반 학생 개개인의 인권도 소중하다. 


  그런데 강의를 듣다보니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생의 인권을 우리 반 교실에서 오롯이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을 예를 들어 보자. 점심시간에 우리 반 한 학생이 편식을 한다. 이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먹고 싶지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이 학생이 싫어하는 음식이 보편적으로 건강하다고 알려진 경우(시금치), 그리고 이 학생이 먹는다고 해서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경우(알러지 반응)라면 교사는 ‘급식 지도’를 할 수 있다. 학생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 편식하지 않는 균형잡힌 식사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골고루 먹으라는 의미에서 이 학생에게 시금치를 먹도록 지도한다. 


  이것은 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정도는 괜찮은 것인가? 학생이 교사의 지시대로 시금치를 먹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시금치를 먹지 않겠다고 거절할 경우 교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여기서는 두 가지 대응이 발생한다. 첫째로, 교사가 물러서서 시금치를 먹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만 하고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경우, 두 번째로는 강제로 먹으라고 하는 경우이다. 전자는 인권을 존중한 사례이고 후자는 인권을 무시한 사례인 것인가?


  그런데 다음 논의로 발전되면 문제가 복잡해 진다. 만약 학생이 집에가서 부모에게 선생님이 강제로 시금치를 먹였다고 이야기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고 나서 해당 학부모는 담임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다. 우리 아이는 시금치를 정말 싫어하니 먹이지 말라고 한다. 그때 교사의 마음은 좋지 않을 것이다. 이후 교사는 그 학생에게 급식지도를 하지 않고 편식지도에 무관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학생의 인권은 오롯이 학생의 인권으로 작용하지 않고, 학생 뒤에 있는 부모의 존재가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학생의 인권에 대해 교사가 개입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학생과 교사간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부모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교실에서 학생의 인권은 교사와 학생간의 일차방정식이 아니라, 학부모의 의사가 개입되는 고차방정식으로 변질된다. 


  대학교에서 교수들은 대학생들이 법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에 개인 대 개인의 인권으로 상대한다. 즉, 대학교에서 공부를 성실하게 하지 않아(지각, 무단 결석,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행위 등)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그냥 F학점을 주면 된다. F학점을 받은 학생이 받는 손해는 그 학생이 감수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는 대학생이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한 것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성년자로 가득한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수학여행을 갈 때에도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학생의 모든 것에 대해 학생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문제 상황이 생기면 학부모가 혹은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책임 없는 권리가 성립하는 것인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미성숙하다고 책임은 별로 없고 권리만 존재한다면 비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점심시간에 시금치를 먹지 않는 학생에 대해 교사는 급식지도를 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시금치를 먹지 않고 편식해서 발생하는 상황은 자기의 책임이기에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학생 인권교육에 대해 교사 연수를 들으며 나에게 다가온 고민거리다. 결국 인권이 권리라는 말로 환원된다면, 반대편에 있는 책임과의 균형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이번 강의에서 강사에게 학생 책임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 물어보지 못했다. 나는 인권교육을 할 때에는 항상 책임에 대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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